문인들 창작실 내주고 주민들 버스 운행권 주고

문인들 창작실 내주고
주민들 버스 운행권 주고

유선 설치해 TV 보게하고
만해마을은 동국대 보시 

속명 불러도 개의치 않는
‘下心과 無相의 수행자’

지난 3일 인제 만해마을을 동국대에 기증하면서 만해사상실천선양회 이사장 무산스님(제3교구본사 신흥사 조실.사진)의 보시행과 공심(公心)이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무산스님이 기증한 만해마을은 문인의집과 청소년수련원 등 건물 6개동과 부속시설로 이뤄져 있으며, 건물만 시가로 200억원에 이르는 큰 자산이다.

무엇보다 무산스님의 지난 10여 년 여정이 담긴 공간으로,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를 선뜻 동국대에 기증한 것. 동국대는 그 뜻을 받들어 만해마을을 교육, 연구, 연구를 수행하는 ‘인제 만해마을캠퍼스’로 운영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무산스님의 보시행과 공심은 1996년부터 해마다 열리고 있는 만해축전으로 엿볼 수 있었다. 백담사에서 시작돼 만해마을과 인제군 전역으로 축제의 무대를 넓힌 만해축전은 예술제와 학술제, 백일장, 서예대전, 만해시인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학인과 지역주민이 한데 어우러지는 지역 축제이자 지성인의 축제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축전에서 수여하는 만해대상은 종교는 물론 국적과 이념, 사상, 인종을 뛰어넘어 수상자를 선정해 격려함으로써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권위를 높이 인정받고 있다. 특히 무산스님은 만해마을 내에 문인집필실을 운영했을 뿐만 아니라 만해축전기간동안 문인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무료로 열어줌으로써 문인들이 재정적 어려움이나 고민 없이 집필과 연구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줬다.

이같은 지원활동을 통해 무산스님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은 문인이 없을 것이라는 말도 문학인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게다가 만해축전 등 각종 행사 때마다 인사말을 발표하기는커녕 내빈석이 아닌 제일 뒷줄에 앉아 박수를 보내는 등 누구보다 앞장서 하심(下心)도 실천하고 있다.

일반인이 스님을 ‘오현스님’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서도 무산스님은 개의치 않고 있다. ‘오현’은 스님의 속명. 법명은 무산이며, 법호는 설악이다. 큰 결례가 아닐 수 없지만 “알고 있는 대로 편하게 부르면 된다”며 개의치 않고 세인들을 맞고 있다.

무산스님은 백담사 사하촌인 용대2리 주민들에게도 남몰래 보시행을 이어왔다. 스님은 지난 1995년 용대2리 마을주민들에게 버스 2대를 선물하며 백담사 매표소에서 백담계곡을 따라 백담사까지 7km에 달하는 참배로를 운행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버스2대로 시작된 용대2리주민들의 마을공동사업은 ‘합자회사 용대향토기업’으로 확대돼 농가수입확대와 일자리창출은 물론 지역공동체 형성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 지난 2002년 마을 유선방송시설이 노후 돼 고장 나서 한일월드컵을 제대로 시청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유선방송시설 수리비 1억원을 흔쾌히 지원했을 뿐 아니라 관내 학생 장학금 지원 등 기회가 될 때마다 무주상보시를 실천했다. 용대2리 주민들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만해축전 기간마다 옥수수와 감자를 쪄서 참가자들의 간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정래옥 용대2리 이장은 “무산스님의 도움은 손에 꼽을 수도 없을 만큼 너무나 많아서 우리에게는 하늘과 같은 존재”라며 “미약하나마 해마다 만해축전 기간 동안 직접 재배한 옥수수와 감자 등을 쪄서 1000명이 넘는 참가자들에게 간식거리를 전하고 있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불교신문2906호/2013년4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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