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본태박물관 개관전 때 전시된 것 뒤늦게 확인
전시기획자 유홍준 교수 "소장자 만나 구입경위 밝힐 것"

도난되기 전인 1987년 촬영한 옥천사 나한전 나한상. 사진제공=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

1988년 도난당한 고성 옥천사 나한상 일부가 2013년 제주 본태박물관 개관기획전에서 전시됐던 것이 한 언론사 보도로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이는 가운데, 당시 기획전을 준비했던 유홍준 명지대 교수가 “외부소장자에게 대여 받은 유물을 전시한 것으로, 현재 소장자가 국외에 있어 주말에 귀국예정으로 추후 구입경위를 확인한 뒤 본태박물관을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당시 비지정문화재였던 옥천사 나한상은 1988년 1월30일 16구 가운데 7구가 도난 됐다. <불교문화재 도난백서>에 실린 내용에 따르면 “쇠 끊는 줄을 이용해 자물쇠를 절단하고 절취해 갔다”고 한다. 그러나 <도난백서>에는 도난당한 7구 나한상 전체가 수록되지 않았다. 일부만 도난당한 나한상이고 나머지는  현재 옥천사에 봉안된 나한상이다

도난 후 잊혔던 옥천사 나한상의 존재가 새롭게 조명된 것은 지난 6월18일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옥천사 관련 학술대회에서였다. 당시 최선일 박사는 ‘고성 옥천사 목조나한상의 작가와 제작시기 추론’ 발표에서 도난 이전에 촬영된 옥천사 나한전 나한상 5점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안귀숙 박사가 도난 직전인 1987년에 촬영한 것이기도 하다. 본태박물관에 전시됐던 나한상은 백서에 없었음에도, 이 때 공개된 사진을 통해 옥천사 것임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옥천사 성보박물관장 원명스님은 “학술대회 이후 2013년 본태박물관 전시 관련 '한겨레' 보도를 통해 나한상 사진을 봤다”며 “당시 발간된 도록을 구해 두 분의 나한상이 일치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조선후기 불교조각사를 연구하는 최선일 박사 역시 “도난 나한상과 전시된 나한상은 이목구비에서 풍기는 인상, 자세, 착의법(옷을 입은 방법), 들고 있는 지물(사자상), 앉아있는 암석의 형태 등이 동일하다”며 “나한상을 만든 작가는 17세기 후반 전라남도 고흥 능가사에 거주하면서 호남과 영남에 많은 불상을 만든 색난스님의 작품이다. 특히 1701년에 색난스님이 제작한 해남 대흥사 응진당 나한상과 동일하여 1700년 전후에 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본태박물관 측은 “당시 기획전은 유홍준 명지대 교수와 김희경 교수가 기획했다”며 “외부소장자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유홍준 교수는 “소장자는 옥천사 나한상이라는 것을 모르고 구입한 선의취득자”라며 “주말 귀국 후 구입경위와 영수증 등을 확인해 정확한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원명스님은 “비록 종단 <도난백서>에 사진이 제대로 수록되지 않았지만 도난신고 된 나한상임에 틀림없다”며 “원래 자리인 옥천사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기증받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본태박물관 도록에 수록된 옥천사 나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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