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의 일원으로 복지현장에서 몸담고 바라 본 현실세계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들로 가득했고 가슴 아픈 장면도 많았다. 특히 장애인들이 생활하면서 겪는 고통은 크고 많은 난제들로 가득하다.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어려움을 주곤 한다. 그래서 복지관에서는 장애인들의 사회생활을 돕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여성가족부에서 지원하는 여성장애인들의 역량강화와 사회참여 활동을 지원하는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가 있다. 여성장애인은 일반 장애인에 비해 이중적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여성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견학’을 가게 됐다. 태어나서 한 번도 바다를 구경하지 못해 바다를 보는 게 소원이라는 분들이 있어서, 버스를 대절해 동해로 코스를 잡아 갔다. 정말로 오랜만에 보는 바깥풍경에 들뜨고 설렘 가득한 눈망울이 버스에 가득 차 있었다.
드디어 탁 트이고 푸른 동해바다를 보면서 여성장애인은 이제 소원을 이루었다고 하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바다를 볼 수 있게 해줘 정말 감사하다고, 평생의 소원을 이루었다고 눈물 흘리며 말하던, 그 모습들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먹먹하던지.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가 볼 수 있는 바다를, 우리 여성장애인들은 가보고 싶어도 못가고 가슴속에 꽁꽁 담아두고만 있었던 세월을 생각하면 참으로 슬프고 가슴 아팠던 기억이 너무도 선명하다.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 프로그램 종강식 때 어떤 여성장애인이 그간의 프로그램을 수강한 소감을 이야기했다. 교통사고로 중도장애가 되다보니 의욕을 잃어버리고 실의에 빠져서 바깥활동하기가 겁나고 해서 주로 집에서만 지내니 우울증까지 생기게 됐다고 했다. 이웃 동료가 장애인복지관을 소개해줘 센터를 알게 됐고 여성장애인 동료들과 함께 어울려 취미프로그램을 수강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됐다고 했다.
신체적 장애를 가졌지만 꿋꿋하게 살아가고, 즐거운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하는 동료 여성장애인들과 어울려 이야기하고 지내다 보니 자신의 신체적 장애를 담담하게 바라보게 됐고 점차 삶의 의욕을 가지게 되면서 우울증도 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마음속의 벽을 없애고 보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고 하면서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는 소감을 이야기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와 같이 여성장애인이 겪는 사회의 보이지 않는 차별이라는 벽과 장애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활동을 꺼리며 고뇌하면서 조용하게 살아가는 그네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 걸까? 우리나라 불교신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불자들이 자비심을 갖고 그네들의 마음을 헤아려 관심을 가지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간다면, 그것이 더불어 함께 가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꿈을 꿔본다.
여성장애인들은 일반인들에게 단순히 사회의 동정을 바라는 게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 똑같은 인간으로, 여성으로 바라보고 따뜻한 말 한마디, 공감가는 말 한마디 건네면서 친근한 이웃 대하듯이 하고, 딸을 대하듯이 하면 어떨까? 그것이 바로 장애인들에게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차별 없는 정토의 세상이 아닐까?

※ 도륜스님은 1995년 근일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2006년부터 8년간 영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을 지냈다. 현재는 조계종 장애인전법단장, 고운사 총무국장, 안동 서악사 주지 등의 소임을 맡고 있다.  

[불교신문3222호/2016년7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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