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면 “언제 휴가 가세요?” “휴가 때 어디 가세요?”라고 안부 인사말을 서로 건넨다. 쉬면서 여유 있게 지낸다는 뜻을 담고 있는 휴가를 알차게 보내는 이들이 많지만 여름휴가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들어 여름휴가기간이 분산되고 여행지가 다양화됐다고는 하지만 여름휴가객의 절반정도인 46%가 7월30일부터 8월5일까지 몰려 있어 바다와 계곡 등 가는 곳마다 사람에 치일 수밖에 없다. 고속도로는 주차장으로 변모할 만큼 꽉 막혀 있는데다가 잠자리와 먹거리도 턱없이 비싼 바가지 상술은 휴가 기분을 날려 버리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해외로 발길을 돌린다고 해도 북새통이 된 공항을 빠져 나가는 것부터가 고행길이다. 게다가 세계 곳곳에서 잇따라 전해지는 각종 테러와 사건사고 소식으로 인해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지에서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와 근심걱정을 훌훌 털어내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오겠다는 휴가의 본래 기능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오히려 피로감과 무기력감에 휩싸여 휴가가 끝난 뒤에도 후유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불자라면 들뜬 분위기에서 흥청망청 쓰며 즐기는 일반적인 여름휴가 대신 고즈넉한 사찰을 찾아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찾는 건 어떨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찰 프로그램은 바로 템플스테이다. 특히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2016년 여름 휴가 추천 전국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으로 전국 60여 곳의 사찰을 추천, 소개하고 있다. 이들 사찰은 한국불교의 오랜 역사와 전통문화, 빼어난 자연환경 등이 어우러져 있어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차분하게 새롭게 마음을 다지는 휴양지로서 최고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음식은 사찰에서만 향유할 수 있는 보양식이다. 또한 휴식형 템플스테이가 아닌 통도사와 해인사 등 유명 사찰에서의 여름수련회를 통해 불심을 증장하는 것도 권장해볼만한 일이다.

템플스테이나 수련회가 아니더라도 조그만 암자에 들러 툇마루 앉거나 인근 계곡에 발을 담근 채 책을 읽어도 제격이다. 텅빈 법당에서 홀로 108배를 올리거나 참선을 통해 지난 삶을 참회하고 새로운 원력을 세울 수도 있다. 게다가 스님과 차 한잔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덧 새로워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재적사찰이나 인근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자원봉사로서 뜻깊은 휴가를 보낼 수도 있고 경전공부와 문화강좌로 무더위를 이겨낼 수도 있다. 주위를 보면 폭염으로 목숨까지 위협받는 어려운 이웃들도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한 자비나눔으로 땀방울을 흘리는 것도 의미있게 여름휴가를 보내는 방법일 수 있다. 이처럼 불교식 휴가방법은 다양하다. 자신의 근기와 기호에 맞춰 떠나보자.

[불교신문3222호/2016년7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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