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이끈 외국인 스님들이

이대로 우리 곁을

떠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일은

서양의 합리주의 정신으로

무장돼 있는 지식인에게

우리의 현실이

어떻게 비쳤는가를

일깨워준 계기도 되었습니다

하버드대 출신의 미국인 현각스님이 한국 불교를 비판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1960년대 이후 서구 지식인을 대상으로 포교 활동을 폈던 숭산스님의 법문을 듣고 스물 일곱 살의 나이에 출가한 현각 스님은 수려한 외모에다가 그가 쓴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2004년, 숭산스님이 입적하자 주로 유럽에서 지내다가 지난 3월에는 독일 뮌헨 근방에서 선원을 열었습니다.

현각스님은 한국불교가 선불교를 돈으로 환산되는 기복신앙으로 전락시킨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외국인 스님들은 오로지 조계종의 장식품”이라면서 “서양 사람들(특히 여성)에게 조선시대에나 어울릴 조계 출가 생활을 절대 권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현각스님의 글이 페이스북에 오르자 달린 댓글 가운데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라는 어느 스님의 글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한 중앙승가대 교수이자 불교계의 대표적 저술가로 꼽히는 자현스님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계종에서 큰 혜택을 누린 현각스님의 이기적인 시각”이라며 “자기 우월주의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조계종 포교원장을 지낸 지원스님은 “이것이 한국불교의 ‘신불교유신론’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현각스님을 옹호하기도 했습니다. 불교계에 논쟁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불교는 두 가지 현안에 부딪쳐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출가자가 줄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스님 없는 절이 나오겠다는 우려가 있을 정도입니다. 외부적으로는 한국불교가 간화선이라는 탁월한 수행법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달라이라마의 티베트불교나 틱낫한스님 등의 동남아불교, 일본불교 등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찍이 숭산스님 같은 큰 스승이 촌철살인의 어법으로 서양인들을 매료시켜 한국으로 이끌었던 제자들이 속속 환속하는 와중에 현각스님의 폭탄선언이 터져 나온 것입니다. 현각스님은 지난 2월 “아~ 옛날이여! 숭산 대선사님이 건립하신 화계사 국제선원의 정신적 자유가 너무너무 그립다”고 썼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반성과 참회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승단 뿐 아니라 재가불자들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큰 스님에게서 큰 거사가 나오지만, 큰 거사에게서 큰 스님이 나오기도 합니다. 오늘날 한국에 과연 참된 유마 거사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렵게 이끈 외국인 스님들이 이대로 우리 곁을 떠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일은 서양의 합리주의 정신으로 무장돼 있는 지식인에게 우리의 현실이 어떻게 비쳤는가를 일깨워준 계기도 되었습니다.

저는 우리 불교가 부처님 당시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르침의 골수를 꿰뚫는 기풍이 스님들과 재가자들에게 살아나야 할 것입니다. 숭산스님을 추모하며 썼던 졸시를 올리며 이 글을 줄입니다.

“스님은 입적하면 어디로 가십니까?/ 내가 죽으면 지옥으로 갑니다./ 그곳의 모든 이 위한 선원을 짓습니다”(‘아! 숭산’ 전문)

[불교신문3223호/2016년8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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