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은 병신년 하안거 해제일이었다. 이번 하안거에서도 전국 100개 선원에서 2200여 수행납자들이 지난 3개월 동안 치열한 정진을 했다. 용맹정진의 결과로 한 소식을 들은 수좌 스님들이 있었는지가 궁금하지만 올해 최악의 무더위에도 아픈 곳 없이 결제를 잘 치른 스님들에게 우선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화두와 더불어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여름을 맞아 이중고를 겪었을 수좌 스님들이 존경스럽다.

한국불교는 여름과 겨울, 1년에 두 차례 안거를 지낸다. 초심자들에게는 안거가 대단해 보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매년 하는 연례행사처럼 느껴져 당연하게 여기는 불자들도 있을 줄 안다. 하지만 안거는 한국불교를 청정하게 지탱하는 큰 기둥이다. 치열한 구도 정진은 종교의 본래의미와 불교의 존재근거를 밝힌다. 스님들의 수행력은 사회를 올바르고 청정하게 이끌고,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는데 밑거름으로 작용된다. ‘상구보리 하화중생’ ‘지혜와 자비’가 이를 상징하는 경구다. 한국불교 나아가 우리나라와 세계인류를 위한 스님들의 정진에 불자들이 외호하고 조력해야 할 것이다.

같은 날 전국 사찰마다 하안거 해제와 더불어 백중기도 회향도 함께 거행됐다. ‘우란분절’이라고도 불리는 백중은 부모님과 조상에게 효를 실천하는 날이다. 꼭 부모님이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지인 등 세상을 등진 이들을 추모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기도 한다. 또 이날은 사찰마다 중요한 행사를 열었다. 승보공양의식이 그것이다. 백중을 맞아 목련존자가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렸듯이 신도들이 스님들에게 공양물을 선사하거나, 하안거를 무사히 마친 수좌 스님들을 위해 사찰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이렇듯 음력 7월15일은 불교전통의식과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행사로 만발한 날이었다. 음력 7월15일을 ‘힐링의 날’이라고 부르고 싶다.

안거 기간 스님들의 정진은 세상을 지혜와 자비로 가득 차게 하기 위한, 즉 이 땅 중생들에게 힐링을 주기 위한 행보라고 한다면, 백중은 불자들이 이미 떠난 이들을 위로하며 스스로 안심을 찾는, 개인적인 힐링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은 힐링하고 싶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 각박한 세상사에 지친 중생들의 하소연이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는 시대다. 우리 불교는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명상’과 ‘상담’이다. 음력 7월15일을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다. 안거는 명상으로, 백중은 상담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이미 갖추고 있으므로 세심함과 현대적인 감각을 보태면 된다. 음력 7월15일이 세상사 지친 중생들에게 희망과 안심을 가져다주는 힐링의 날로 널리 불리기를 기대한다.

[불교신문3227호/2016년8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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