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의 큰 틀 속에서 

젊은이들을 염두에 둔 

새롭고 완전한 자율을 

부여받는 독립 조직 

소종단을 허용한다면 

조계종은 전세계 불교계에 

신선한 모범을 보일 수 있다 

내가 몸 담고 있는 고려대학교에도 불교학생회가 있는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약체이다. 물론 불교가 이 세상에서 가장 힘쓰는 종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불교가 현대인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더구나 젊은이들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불교적 관점이 젊은이들이 직면한 고통의 해결에 이미 많이 기여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그것이 불교라는 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사찰에 가보면, 한 두명 있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불교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조금 걱정이 된다. 젊은 신도가 없는 불교의 미래는 과연 무엇일까?

사찰운영이 젊은이들에게 초점을 맞추면 나이든 불자들이 떠날 가능성이 있다. 미래지향적인 스님들도 선뜻 젊은이 중심의 사찰운영을 시도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현재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신행생활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기존 종교에 마음을 붙이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불교마저도 기존 종교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젊은이들은 갈 곳이 없게 된다. 기존 종교에 소속한 젊은이들을 구태여 불교로 데려올 필요는 없다. 그들은 거기서 만족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된 것이다. 다만 기존 종교에 만족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불교는 조금 더 따뜻하게 다가가야 한다.

나는 조계종 내에 젊은이들을 염두에 둔 새로운 독립 조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조계종 종단 내에 작은 종단을 하나 만들자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종단이 젊은이들을 위한 현대불교의 새로운 모형을 제시해보면 어떨까? 소종단 소속 스님들의 복장도 현대적으로 바꾸고 각종 새로운 실험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논란이 될 수 있을 정도의 과감한 신제도의 도입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만 혁신이 생겨난다. 불교가 혁신적인 종교로 등장해 신흥상공업자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던 부처님 당시를 생각해서라도 우리는 새로운 모험을 한 번 해볼 필요가 있다. 스님의 복장 뿐만 아니라 각종 불교의례도 새롭게 제정하고 무엇보다도 불교교리가 현대화돼야 한다. 역사적으로도 가톨릭 내에 독자적인 조직인 예수회를 만든 경험이 있다. 예수회가 만든 대학이 바로 서강대학교이다.

서양의 지식인들이 자발적으로 불교를 공부하고 명상하는 장소인 명상센터를 벤치마킹하면 젊은이들을 위한 현대불교의 모습이 그려진다. 무엇보다도 젊은이들의 고통에 눈을 돌려 불교가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면 해결책은 결국 나오게 되어 있다.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종단인 조계종이 이런 혁신을 자발적으로 하지 않으면 조계종 밖에서 이러한 혁신 종단이 나올 수도 있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조계종이 이런 시도를 가장 먼저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계종의 큰 틀 속에서 완전한 자율을 부여받는 소종단을 허용한다면 조계종은 전세계 불교계에 신선한 모범을 보일 수 있다. 혁신의 종교인 불교가 고루한 이미지로 전락해 버린 것이 안타깝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니 한국불교도 변해야 하고 조계종도 변해야 한다.

[불교신문3227호/2016년8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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