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로 짚어본 ‘김영란법’

공공기관 공직자로 대표되지만

그 범위가 상당히 넓게 정의돼

‘사실상 국민 모두가 적용대상’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오는 9월28일자로 시행됨에 따라 이 법의 적용대상자와 범위를 비롯한 구체적인 저촉행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김영란법의 적용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불교계 등 종교기관도 예외가 될 수 없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연고주의와 온정주의로 인해 청탁을 자연스러운 관행으로 받아들이는 풍토를 개선하고자 국민권익위원회의 제안으로 제정됐다.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행위는 물론 직무관련성 또는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금품수수까지 징벌함으로써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기존의 형법과 공직자윤리법, 부패방지법, 공무원행동강령 등 관련 법령만으로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어려운 탓이다.

김영란법의 적용범위는 공공기관과 공직자로 대표되지만 범위가 상당히 넓게 정의되어 있고, 이 대상자와 관련한 청탁 및 금품수수 행위가 모두 적용대상이 되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이 법의 적용대상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간한 ‘김영란법 해설집’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58개 국가기관과 243개 광역ㆍ기초지방자치단체, 17개 시도교육청, 983개 공직유관기관 및 단체,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법인과 소속 학교 2만2274곳, 언론중재법에 따른 1만6388개 언론사를 포함한다.

‘공직자 등’의 범위는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의 장과 임직원, 공적업무 종사자와 그 배우자, 공무수행사인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법연수생과 수습근무자, 공중보건의사, 청원경찰 등은 공무원에 포함되고, 언론사의 대표자와 임직원도 ‘공직자 등’에 포함된다. 이들은 모두 배우자까지 적용대상이다.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민간인으로 규정한 ‘공무수행사인’도 적용을 받는다. ‘공무수행사인’은 공공기관 소속의 각종 위원회 민간위원,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위탁 받은 법인·단체 또는 기관이나 개인, 공무상 심의·평가 등을 하는 개인 또는 법인·단체, 공공기관 파견 근무자 등이 해당된다. 불교계 종립학교 임직원과 각종 언론사 관계자, 문화재위원, 경승위원, 교정위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하거나 수수 금지 금품등을 제공, 약속, 의사표시를 한 일반인도 적용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누구도 예외라 할 수 없다.

 

▶부정청탁의 금지

금품 전달 없어도 ‘죄’

 

인허가 등 유형 15개 구체화

부정청탁 받았을 때는 즉시

거절 의사 명확히 표시해야

 

 

현행법에서는 그동안 청탁 대가로 뒷돈이 오갔을 때만 뇌물수수 등으로 처벌해왔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금품 전달이 없어도 부정청탁 자체가 죄가 된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청탁한 경우에는 김영란법으로는 과태료를 부과 받지 않는다.

반면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한 경우 청탁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제3자를 위해 청탁한 자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만약 부정청탁을 한 사람이 ‘공직자 등’에 해당하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본인이든 제3자를 통해서든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 등이 이를 들어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만약 대학 교수를 맡고 있는 한 스님이 신도로부터 ‘스님이 교수로 있는 학과에 자녀가 재학 중인데 취업 때문에 학점이 신경 쓰인다. 잘 좀 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면 이는 부정청탁에 해당된다. 이 경우 청탁을 한 신도는 본인이 아닌 제3자를 위해 부정청탁을 했으므로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스님 또한 이 신도의 청을 받아들여 자녀의 점수를 올려줬다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의 벌금을 받는다. 이 스님은 사립학교의 교직원에 해당돼 ‘공적 업무 종사자’로 법 적용대상자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만약 어느 한 사찰의 주지 스님이 문화재청 관계자를 만나 문화재 유지·보수를 위한 예산 배정을 늘려달라는 부탁을 했다면 이 또한 부정 청탁에 해당된다. 언론 종사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교계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의 제작 연출 등의 사무를 하는 프로듀서가 담당 방송 프로그램에 특정 인물의 노래만을 자주 방송해 달라는 청탁을 받은 경우 이 또한 처벌 대상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해설서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부정청탁을 받았을 때는 부정청탁을 한 자에게 이를 알리고 거절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한다. 김영란법은 ‘최초’ 부정청탁을 받으면 부정청탁임을 알리고 이를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할 의무를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부정청탁’을 다시 받은 경우에는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당한 청탁과 부정한 청탁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김영란법에서는 법의 자의적 해석을 고려해 공공기관이 실시하는 각종 평가나 판정 업무 등과 관련 그 결과를 조작하도록 하는 행위 등 부정청탁 유형을 15개로 구체화했다. 여기에는 인·허가, 승인, 시험 등에 법령을 위반해 처리하는 행위나 채용·승진 등 인사에 관해 개입하는 행위, 형벌의 감경을 요구하는 행위, 해당 기관이 주관하는 각종 수상이나 우수기관 선정에 대해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 등이 포함돼있다.

김영란법은 부정 청탁에 해당하지 않는 7가지 예외 사유도 규정했다. 절차와 방법에 따라 권리침해의 해결을 요구하는 행위, 공개적으로 공직자 등에 특정 행위를 요구하는 경우, 그밖에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 등이다.

 

금품등의 수수 금지

 

문화재 보유사찰 주지 스님이 문화재청 관계자와

1인당 5만원 상당의 식사를 한 뒤 스님이

밥값을 냈다면 처벌대상은 누구일까?

 

 

금품 등 수수 금지는 공직자와 그 배우자가 직무 관련성이 없는 돈을 받아도 100만원을 초과하면 형사 처벌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100만원 이하로 받아도 한 명에게 연간 300만원 이상을 받으면 처벌 받는다. 이 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1회 100만원, 1년에 300만원 이상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1회에 100만원, 1년에 3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았다면 직무 관련성이 없는 경우 처벌하지 않지만 관련성이 있는 경우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액수는 공직자와 그 배우자의 경우가 동일하지만 처벌 대상은 공직자 본인이다.

문화재 보유사찰 주지 스님이 친목을 다져온 문화재청 관계자와 1인당 5만원 상당의 식사를 한 뒤 스님이 밥값을 냈다면 처벌 대상은 누구일까. 스님과 문화재청 관계자 둘 다 처벌 대상이다. 사교 모임이었다 해도 김영란법은 금품을 지급한 자와 받은 자 둘다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행령이 현행대로 정해지면 식대는 1인당 최대 3만원이므로 5만원짜리 식사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현재 국민권익위원회는 시행령안에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상한선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김영란법에 대해 ‘3·5·10(음식·선물·경조사비) 원칙’만을 생각하고 가액 한도를 맞춰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제 적용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가액 한도를 맞춘다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과태료를 내거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자체 산하의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한 스님이 복지시설 담당 공무원 A씨와 1인당 2만5000원짜리 저녁을 먹고 계산을 했다. 이들은 이후 자리를 옮겨 차와 다과를 즐겼다. 밤 12시가 넘어 스님이 1인당 2만8000원의 다과비를 계산했다. 이들은 1회 3만원 규정을 어긴 것으로 인정된다. 직무연관성이 뚜렷한 경우 날짜가 바뀌고 자리를 옮겼다고 하더라도 연속성이 분명하기 때문에 동일한 식사자리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은 과태료 처벌 대상에 해당된다.

김영란법은 일상적 사회생활을 보장하고 과도한 제한 소지를 방지하기 위해 8가지 예외 사유를 두고 있다. 공공기관의 위로 및 격려 포상금, 경조사 부조 목적의 음식물이나 선물, 종교단체 등이 제공하는 금품 등이다.

그러나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스님이 신도로부터 공양미를 보시 받는다면 이 또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금품등 수수 금지는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적용대상이 2000만명까지도 예상되는 만큼 종단에서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종단은 지난 22일 종무원을 대상으로 사전 교육을 진행한데 이어 시행 이전에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전국 교구본사 및 산하 기관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불교신문3228호/2016년8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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