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스님의 법성성기 사상과 전승' 주제로 강연

특강하는 해주스님.

동국대 교수 해주스님 정년퇴임 회향강연회가 오늘(8월31일) 동국대 학명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는 전 중앙승가대총장 종범스님,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 중앙승가대학 교수 미산스님, 운문사승가대학장 일진스님과 동국대 불교대학 교수, 해주스님이 지도한 제자 등이 참석해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보광스님은 “해주스님보다 6개월 먼저 교수로 임용됐고, 저 역시 오늘부로 교수를 퇴임했는데 해주스님의 고별강연이 부러운 한편 섭섭하다”고 인사했다. 또 “스님은 동국대 110년 사상 첫 비구니 정각원 소임을 맡았고, 180여 명의 석박사 제자를 배출하고 많은 논문을 쓰며 불교학 발전에 기여했다”고 업적을 칭송했다.

종범스님은 “지금까지 수고했고 앞으로도 수고해달라”는 인사말로 축사를 시작했다. “해주스님이 공부하던 1970~80년대는 불교학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던 시절로 의상스님에 대한 연구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스님의 학문적 식견과 안목이 높음을 의미한다”며 “의상스님에 대한 선행연구가 없어 원전에 의존해 학습하고 탐독하고 연구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학문적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이어 “지금까지 학교불교학을 벗어나 마음을 닦는 불학 불교학을 해야 한다”며 “의상회상(義湘會上) 법성성기(法性性起) 수습자증(修習自證) 수증행법(修證行法) 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해주스님과 대학입학 동기라고 밝힌 김호성 동국대 교수는 축시로 스님의 정년퇴임을 축하했다.

해주스님은 이날 ‘의상스님의 법성성기 사상과 전승’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강의 시작에 앞서 스님은 간단한 소회를 전했다. “교리적으로 마음에 대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강원에서는 더 이상 공부하는 과정이 없어서 1978년 동국대에 입학했다”는 스님은 “학교에 들어와서도 해결되면 나가야지 했는데, 아는 게 많아지니 모르는 게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돼 박사학위 논문까지 써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마음 공부하는 도량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마음 공부하는 방법도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 화엄경 팔만사천방편문이라고 하는데 어디에서나 부처님 가르침대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정년을 맞았다.

“대학원 석사 연구과제는 화엄경 발보리심에 대해 썼다”는 스님은 보리심을 일으켜야 보살도를 실행하고 성불하게 되니까 깨달을 수 있는 마음에 대한 연구를 했고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 마음, 여래성기심에 대한 연구를 박사논문 주제로 삼았다.

“의상스님이 지은 일승법계도는 7자씩 30구절로 돼 있는데 전체 내용이 10조9만5000자가 넘는다고 하는 80화엄경 내용을 210자로 정리한 것이다. 668년에 지어진 것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불교 사찰, 의례 속에서 도량할 때 염불, 우리가 살다가 돌아가시면 아미타 부처님 계시는 극락왕생 직전에 마지막으로 부처님말씀 꼭 듣고 가시라고 읊어드리는 마지막 염불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해주스님은 “의상스님이 누누이 말씀하신 것은 5척되는 몸과 마음 자체가 열 부처님이라는 것을 바로 보라는 것”이라며 우리 모든 존재들은 이미 온전하다는 가르침을 역설했다. “<천수경>의 ‘원아조동법성신’ 역시 지금 여기서 이 몸으로, 이 마음으로 부처로 출현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라며 “지금 이자리가 화엄법계인 법성계이고 이 모임이 부처님 불사이고 여기 계신 모든 분이 법성신으로서 지금 하고 있는 지금 앉아 있는 곳이 부처님 일이면서 자기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해주스님은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에게 교육연구환경개선기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이어 보광스님은 공로패와 함께 국무총리 훈장을 전달했다.

해주스님은 이날 교육환경개선기금 1000만원을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에게 전달했다.

다음은 해주스님의 퇴임강연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義相스님의 法性性起 思想과 傳承

一. 서언
한국의 화엄사상과 수행 전통은 의상(625-702)에게서 비롯된 의상계가 그 주류를 이루고 있음은 널리 인정되고 있다. 의상스님은 제자들에게 항상 자기의 五尺되는 몸과 마음인 十佛을 바로 보고, 본래자리인 法性家에 돌아갈 것을 가르쳤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는 이미 온전한 존재임을 바로 보아서 본래 자리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다.
이러한 의상스님의 법성성기 사상과 수증방편이 제자· 법손들에게 전승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온 전체적인 흐름을 짚어보고자 한다.

二. 의상 화엄의 사상적 배경
『화엄경』의 세계는 경의 갖춘 제목인 『대방광불화엄경』과 구성 내용으로 보면 불(대방광불)과 보살(화엄)세계임을 알 수 있다. 보살도 또한 부처님의 본생보살의 길이면서 우리 성불의 길로서 불세계 장엄행이다.
그러한 화엄세계인 법계를 화엄사상의 2대 측면인 緣起와 性起의 緣性二起로 일단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성기는 화엄법계가 여래 성품이 그대로 일어난 여래성기이고, 연기는 법계의 존재가 연을 따라 일어난 법계연기이다. 다시 말해서 불세계는 부처님의 성품이 그대로 일어난 성기이고, 보살세계는 緣生緣滅의 연기이다. 또 불·보살의 인과세계는 연기이고, 보살도로 불세계에 이르므로 연기의 구극이 성기이다. 또한 화엄보살도가 불세계 장엄이라서 연기가 성기이며, 불·보살이 다 지정각세간이므로 성기가 연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화엄경』 「성기품」의 성기 교설에 대하여 제일 먼저 주목한 화엄조사는 지엄이다. 지엄의 연기와 성기사상은 의상과 법장에게 이어지고 재해석된다. 의상은 특히 지엄의 성기설을 이어받아 법성성기로 발달시켜 간다.

三. 의상의 법성성기 사상과 修證法
의상은 지엄의 성기설에 영향을 입어 연기의 구극이 성기이며 연기가 곧 성기인 수연행을 수용하면서도, 지엄이 정법연기에 성기를 포섭시킨 것과 달리 오히려 성기가 연기를 포섭함을 보이고 있다.
의상의 화엄사상은 『일승법계도』 (668년 저술)와 스님의 강설에 담겨 전해지고 있다. 『일승법계도』의 일승은 『화엄경』을 뜻하고, 『화엄경』의 세계가 법계이며, 그 법계를 「반시」로 그려 보인 것이 『일승법계도』이다. 따라서 의상의 『화엄경』 관은 크게 일승, 법계, 법성이라는 세 용어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하겠으며, 또 법성으로 일승법계를 담아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법성이란 단적으로 말하면, 법의 성품이 그대로 일어난 법성성기이다. 법계 제법은 법성의 성이 그대로 일어난 것이라는 법성성기가 의상의 화엄일승법계 이해의 핵심이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의상은 성기란 일어남이 없음[無起]이 性이고 일어나지 않음[不起]이 起이니, 기란 곧 법성이 분별을 여읜 보리심가운데 현전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법의 본성과 같기 때문에 기라 이름할 뿐, 일어나는 모습이 있는 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의상은 『화엄경』으로 안목을 삼아서 오척법성인 십불을 바로 보는 수증법을 강조했다. 십불은 여래의 지혜성품인 여래성이 그대로 현현한 성기법성이니, 십불을 바로 본다는 것은 증분법성의 십불로 출현한다는 것이다.
의상은 연기제법의 근원, 근본을 “모든 연의 근본은 나이며, 일체법의 근원은 마음이며, 말은 매우 중요한 근본이니, 진실한 선지식이다. [諸緣根本我 一切法源心 語言大要宗 眞實善知識]”라는 4구게로 가르쳐주고 있다.
이 4구게는 표훈· 진정 등 10여인이 “부동오신이 법신 그 자체임을 어떻게 볼 수 있습니까”라고 질문한 것에 대한 답이다. 4구게에 이어서 의상은 “그대들은 마땅히 마음을 잘 써야 한다. [汝當善用心]”라고 분부하였다. 금일 오척범부신이 삼제에 칭합하여 부동인 것이 무주이며, 법신자체인 그 도리를, 의상은 4구게로 보여주면서 마음을 잘 써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 마음은 여래성기심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은 의상의 법성성기에 근거한 수증법을 다시 한 번 크게 두 가지로 묶어 부연해본다.
첫째, 법성을 바로 보고 오척신이 구래부동불임을 바로 깨닫는다. 다시 말해서 오척법성신이 구래불로서 십불임을 바로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불정각해인의 보리심으로 자재하게 십불로 출현한다. <이는 증분법성의 성기이다.>
둘째, 발보리심을 통한 보살행으로 법성가에 들어간다. 법성가인 법계안에서 법계를 장엄하는 것이다. 나를 발심 수행케 하는 부처님은 나의 당래불로서 자체불이며, 발심한 보리심은 오오척신에 본래 구족되어 있는 여래심이다. 初發心時便正覺의 보리심으로, 연을 따르는 보살도는 곧 無緣의 선교방편으로서 그대로 불장엄행이며 해인삼매의 여의자재한 이타행이다. <이는 성기가 연기를 포섭함이니 연기의 구극이 성기인 수연행이며, 수연하는 진성이 성기법성과 다르지 아니하니 연기가 곧 성기인 중도행이다.>

四. 의상 법성성기 사상의 傳承
의상에게는 한 번 강의에 3,000명이나 모여들만큼 제자들이 많았다. 특히 뛰어난 제자로서 10대제자· 4대의영· 登堂覩奧者 등이 회자되었다.
특히 표훈과 진정은 의상의 4구게에 대해 五觀釋과 三門釋 등을 지어 의상에게서 인가를 받았다. 4구게를 관법으로 발달시켜 자기의 몸이 곧 법성임을 알게 하고, 오척법성의 중도자리에서 일승법계인 불국토를 장엄하는 자량의 방편문을 펼쳐간다. 범부오척신의 세계를 바로보고 마음쓰는 도리를 관법으로 접근한 것이다.
이와 같이 표훈· 진정· 지통· 도신· 상원 등의 직제자를 거쳐, 상원의 제자인 신림, 그리고 신림의 제자인 법융 등 신라 하대에 이르기까지 의상의 법성성기 사상과 이에 입각한 성기관법이 이어지고 발전되어 간다.
의상의 4세법손이 활동한 시기인 9세기 신라말에 이르기까지 전승되어간 의상의 법성성기 사상은, 『총수록』에 수록된 삼대기와 「고기」 등에 담겨 널리 전해진다. 『법융기』· 『대기』· 『진수기』 등의 삼대기는 『일승법계도』를 수문석한 것이다.
삼대기에서는 오척법성의 성기심에 의해 나타난 해인삼매 경계가 망상해인임을 보여주고 있다. 『일승법계도』 제목을 3중의 오중해인으로 거듭 해석하고, 일체법계를 망상해인 즉 깨달음의 증분세계로 포섭시켜서, 『일승법계도』 전체를 상을 여읜 망상해인으로 거두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증분법성의 법은 내 몸과 마음이고, 성은 법이 원융한 것이다. 원융법성이란 미진법성이고 수미산법성이고 일척법성이며 오척법성이다. 금일 오척법성에 근거하면, 미진법성과 수미산 법성 등이 자신의 지위를 움직이지 않고 오척에 알맞게 이루어진다. 오직 오척인 까닭이다. 또 제법부동이란 무주법성이며, 다만 오척법성일 뿐 곁에 다른 물건이 없는 까닭에 본래적이다. 이러한 법성원융은 言語道斷 心行處滅이니, 일체가 끊어진 이 일승 경계는 反情見處(망정을 돌이켜 보는 자리)라고 한다.

이상과 같은 의상의 화엄사상과 수행전통은 부석사를 본찰로 한 화엄십찰을 중심으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신라말· 고려초에 이르면 화엄이 남악과 북악 양파로 갈라지고, 중국에서 조사선을 배워온 선사들에 의해 구산선문이 개산되어 선과 교가 갈등 양상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균여가 북악의 입장에서 화엄교단을 통합시켰다. 균여는 의상의 법계관을 근간으로 주측법계관을 세웠다. 균여가 圖文을 연설한(958년) 것이, 후에 『일승법계도원통기』로 유통되었다.
이 『일승법계도원통기』에서는 3종세간이 본래 하나인데 석가불해인으로 나타낸 것은 妄盡心澄의 뜻에 근거한 것이니, 佛은 망분별을 쉬어 삼세간을 나타내고 해인중에 나타나기도 하니 곧 자기라고 한다. 心이 있는 자는 모두 불지를 갖추고 있으나, 중생은 다만 망상전도에 덮인바 되어 자기해인 삼매가 본래 스스로 원명하여 불과 다르지 않은 줄 알지 못할 뿐이라는 것이다.
균여는 또한 『일승법계도』의 중도설에 주목하였다. 균여는 의상의 중도설을 법성중도의 7중으로 파악하고, 이를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같이 균여의 『일승법계도원통기』와 집자 미상의 『총수록』을 통해 의상화엄은 다시 고려시대에 퍼져나갔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 중기 이후로는 의상의 『일승법계도』가 선사들에 의해 선적으로도 이해되고 주석되어 갔다. 먼저 구산선문이 개산될 때부터 당시까지 갈등관계였던 선과 교가 서로 다르지 아니함을 확인한 보조지눌이 선교겸수· 정혜쌍수· 돈오점수의 선풍을 선양함에 『일승법계도』의 의상사상을 수용한 것이다.
지눌의 돈오후 점수인 悟後牧牛行은 斷而無斷 修而無修의 眞修眞斷이며, 이를 화엄교의 측면에서 頓悟후의 圓修라 한다. 돈오원수의 돈오점수는 화엄성기설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지눌은 佛心인 선과 佛語인 교가 서로 다르지 아니함을 「여래출현품」의 여래심 교설에서 확인하였으며, 『신화엄경론』에서 선교일원인 화엄교의 오입문을 발견하였다. 그리하여 『원돈성불론』을 짓고 원돈신해문을 시설한 것이다.
『원돈성불론』에서는 『신화엄경론』의 ‘不動智佛’ 설을 의용하여 “수심인은 먼저 자심의 일용무명분별의 종자로써 제불의 부동지를 삼은 후에 依性修禪하는 것이 妙하다.”고 강조한다. 지눌은 『신화엄경론』에 의거한 이러한 수행을 성기문으로 보았다. 초심범부가 자기 마음의 근본보광명지를 깨닫고, 이 깨달음에 의지하여 닦아서 결국에는 보현행을 이룬다는 것이 원돈신해문의 돈오원수이다. 이는 의상이 누누이 강조한, 오오척신이 구래 십불 그 자체임을 바로 보아 십불로 출현케 한 것과 통한다고 하겠다. 따라서 의상의 특징적인 증분법성의 성기사상이 보조선의 돈오점수설에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점은 아울러 지눌이 의상의 『일승법계도』설을 인용하여 해설한 내용에서도 읽을 수 있다.(『원돈성불론』:2회, 『절요』:3회).

이와 같이 선과 화엄의 교섭이 이루어지는 수행가풍 속에서 조선시대 雪岑은 「법성게」를 선적으로 주석함으로써, 화엄과 선의 일치를 보여주고 있다. 설잠은 법성에 초점을 맞추어 「법성게」를 주석했으니, 『대화엄일승법계도주병서』(1476년)이다. 설잠은 서문에서 의상이 처음 『일승법계도』를 만든 법성원융의 본래면목이 敎網으로 인해 상실되었다고 개탄하고, 그 개요인 210자의 종지를 법성으로 파악하고 그 소식을 간명하게 드러내고자 함을 밝히고 있다.
「법성게」가 ‘法性圓融無二相’ 등의 증분4구로써 대화엄의 중중무진법계를 다 설해 마친 것인데, 의상법사가 자비심으로 연기분을 시설하였다고 하며, 법성외에 따로 일단 진성이 있는 것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법에는 심천이 없으나 깨달음에는 선후가 있기 때문에 중생이 증득할 수 있도록 방편으로 진성을 가작한 것이지 법성을 따로 두고 하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후 선수행자의 교과서처럼 중시된 『선가귀감』에서, 서산은 간화선을 중심으로 하는 조사선을 펴고 있지만, 교의 수행방편 또한 선수행과 동등하게 인정하고 있다. 그러한 수행가풍속에서 「법성게」는 그 독송만으로도 공덕이 한량없음을 믿어 널리 유통되었다. 영·정조 시대에는 전국 사찰의 대소설재에 「법성게」가 독송되지 않는 곳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일승법계도』는 조선시대에 또 한번의 주석이 이루어졌으니, 道峯有聞의 『법성게과주』(1789년 이전 저술) 이다. 유문은 ‘法性無二相’, ‘理事無分別’로 법계를 圓證하도록 한 것이 의상의 宗眼이라고 피력한다. 그리고 「법성게」 전체를 연기적 실천의 입장에서 의상의 법성을 드러내려는 해설을 가하고 있다.
그 후로도 참선· 간경· 염불의 삼문수업과 참선· 간경(경학)· 염불· 송주· 가람수호 등 오종의 수행가풍 속에서, 의상계 화엄전통은 끊이지 않고 면면히 이어져 왔다.

五. 결어
이상과 같이 의상의 법성성기 사상과 수증방편이 신라·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승되고 발달되어 온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았다.
의상과 의상계 화엄의 핵심인 법성성기이다. 모든 존재가 법이고, 제법의 원융한 성품이 성이다. 그 성품은 바로 여래성기구덕심으로서, 그 마음 성품이 그대로 일어난 성기가 법성이다. 나의 오척되는 이 몸과 마음인 오척신도 오척법성이고, 이 오척법성이 바로 모든 부처님인 십불임을 바로 보아 본래자리인 법성가에 돌아가게 하는 것이 의상스님의 주요 가르침이다.
또한 오척신이 십불 그자체임을 바로 보아 단박에 십불로 출현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법성가에 돌아가는 反情의 방편을 시설하고 있으니 초발심의 진성수연행이다. 그러나 진성 역시 법성과 다르지 않으며, 수연의 연기가 곧 증분법성인, 수처수의 공덕행도 연기적 성기문이다.
의상 화엄은 지눌과 설잠의 경우처럼, 조사선과의 교섭이 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에서 화엄이 조사선과 교섭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의상의 법성성기 사상에 근거한 것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의상이 설파한 ‘行行本處 至至發處’의 佛事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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