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법스님 ‘탈종교화시대’ 공동학술연찬회서 강조

“총체성이 상실된 현대사회에서 승려들은 전문직이 아니라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공공성의 존재로 살아야 한다. <금강경>에서 세상 불법(佛法)이 아닌 것이 없다고 한 진정한 의미는 내재적 초월이 진정한 대승정신임을 말한다.”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명법스님은 지난 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탈종교화시대, 종교의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열린 학술연찬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과 불광연구원이 개최한 공동학술연찬회에서 ‘위기의 한국불교, 전통과 근대, 탈근대 가로지르기’를 주제 발제한 명법스님은 한국불교의 문제를 진단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명법스님은 “한국불교의 문제는 승려들의 탈선이나 재정적 문제와 관련된 추문, 기복불교로 비판되는 전근대적 신행행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전통과 근대, 탈근대가 어지럽게 혼재돼 있는 한국사회에서 시대의 징후를 읽어내는 성찰의 부재, 그 고통을 함께하는 소통의 단절, 한국불교 스스로 고립된 역사적 과거로서 자신을 규정하는 정체성의 정치학과 깊이 연루돼 있다”고 강조했다.

명법스님은 이어 ‘명상의 대중화’는 탈종교화시대의 또 다른 특징이며 불교에 모처럼 주어진 기회라고 밝혔다. 하지만 명상은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소비문화의 하나로, 명상의 유행과 더불어 오히려 탈종교화와 종교의 사사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상업주의와의 결탁은 더 긴밀해지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스타 스님의 출현현상에 대해서는 불교의 대중화, 현대화라는 미명으로 포장되지만 양자의 관계는 서로를 자유롭게 만드는 ‘법’에 의한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단단하게 묶어두는 ‘업’의 관계로 바뀐다고 분석했다. 즉, 승려는 신도들에게 팬서비스를, 신도는 승려들에게 팬덤으로 보답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팬서비스 형식으로 제공되는 법문은 촌철살인의 경책보다는 개인적 위로와 안부가 주가 되는 현실은 붓다의 가르침보다 승려 개인의 카리스마와 위로에 기대는 사적 관심이 절대적 존재에 의존하는 기복불교와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명법스님은 탈종교화시대를 맞아 불교가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오래전부터 승가에 내려오는 여섯가지 덕목, 즉 ‘육화경(六和敬)’을 통한 공동체적 삶을 제시했다. 스님은 “육화경을 기반으로 할 때 비로소 내 것을 나누어주는 따뜻한 마음이 길러질 것”이라며 “고준한 도덕성과 심원한 깨달음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출가정신에 투철함으로써도 불교는 이 시대의 해방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교 이후의 사회적 영성’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은 탈종교화를 위기로 느끼는 종교인들은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 세대의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종교인의 화두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 원장은 “지금과 같은 고통의 시대에 종교가 해야 할 것은 오히려 ‘종교본색(宗敎本色)’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그것은 종교의 존재이유인 ‘고통으로부터의 구원’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은 ‘가톨릭, 정말 잘하고 있는가’라는 주제 발제에서 “사제 후보생, 수도회 입회자, 성인 세례자 숫자, 사제 평균 연령 등 여러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 가톨릭은 전체적으로 성장 동력을 크게 잃었고 정점을 이미 지난 듯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김 소장은 신도보다 가난한 사람을 먼저 편들자, 부자와 권력자를 멀리 하라 등 한국 가톨릭을 위해 5가지 제안을 한 뒤 “불교가 가톨릭의 성직자 독재, 민주주의 경멸, 여성 차별 등은 절대 배워선 안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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