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객

법광스님 지음/ 주류성

용맹정진 결사 법문 등

스님들 수행 생활 묘사

 

일화 곁들여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와

세속인과 닮았지만

전혀 다른 스님들 세계

세종시 운주산 고산사에 주석중인 법광스님이 30년이 넘는 출가 수행 생활을 에세이로 풀어쓴 책이다. 그래서 부제가 ‘법광스님의 선방 이야기’다. 스님은 “승가의 아름다운 전통과 관습을 통해 정신의 생활상과 함께 참선 또한 신비가 아닌 일상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2010년에 같은 제목의 책으로 펴낸 것을 이후 썼던 글들을 더해서 개정 증보판으로 냈다. 대다수는 2010년께 불교신문에 연재했던 글이다.

모두 4부로 구성됐다. 스님들의 일상 생활과 수행 절집 풍습을 전 분야에 걸쳐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사, 용맹정진, 정월, 소참법문, 첫철, 해제, 산철결제, 발심, 객실, 방부, 산행, 용상방, 입승, 축구, 반철산행, 입적, 만행, 차, 화두, 선객, 출가, 울력, 주인공, 좌선, 누비, 여비, 지대방, 회향, 만행, 수행자, 초파일, 백중, 방광, 도량석, 운수납자 등 이 책만 봐도 스님들의 수행과 생활 고민 등을 일반인도 알 수 있을 듯 하다. 

선교율을 두루 갖춘 법광스님이 스님들의 일상과 수행생활에 대해 기록한 책 <선객>에는 단순한 절집 풍경 묘사가 아니라 수행자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단련돼가는 지를 잘 보여준다.사진제공=이오봉 전 조선일보 사진국장

주제마다 스님이 겪거나 들은 일화를 소개하고 있어 이해하기도 쉽고 재미있다. 통도사에서 3주간에 걸쳐 수계 받는 스님들을 지도하던 때, 출가 3일 전 옛 여자 친구로부터 전화받게 된 일화도 있다. 일화는 단순한 재미나 절집 풍습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수행자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단련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또 다른 형식의 설법집이기도 하다. 젊은 수좌들은 세속의 청년들처럼 기운이 넘치고 때로는 과할 정도로 행동하기도 한다. 절집에서 곡차라고 불리는 술이 말썽을 피우기도 한다. 세상은 술 자체를 탓하지만 문제는 술이 아니라 술로 인한 결과다. 그래서 절집에서 술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방식도 세간과 다르다. “눈을 뜨니 납자 서너 명이 무언가 부산하게 정리하고 있었다. 마을에서 먹었던 내용물을 보란 듯이 지대방에 다 토한 모양이었다. 더 큰 문제는 바닥 뿐이 아니라 여러 벌의 승복에 게워냈다는 것이었다. 여느 승복이 아니었다. 해제하면 입고 가려고 풀해서 다림질 해 놓은 ‘해제복’이었다. 그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지냈는데 그로부터 삼년 후 정혜사 선원에서 만난 납자로부터 당시의 상황을 듣고 알았다. 당시 그런 사고를 쳤음에도 다음날 이렇다 저렇다 꾸밈없이 해제를 했으니, 한결 같이 정이 넘쳤던 때였다.”

술로 인한 실수를 그냥 넘긴 것을 정으로 여긴 스님은 비슷한 실수를 또 한다. 하지만 상황은 그 때와 다르다. “몇 잔 들이키고 올라 왔는데, 다음 날 소임자로부터 대중들의 정서를 들었다. 자유정진 시간이라 해도 원칙에 어긋난 행위였단다. 곧장 참회했다. 대중 앞에 스스로 허물을 드러내 참회하는 발로참회였다.” 스님은 해제 때까지 보름동안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수치스럽게 여겼다. 참회하는 그 마음은 스님을 수행자로 한층 더 숙성시키고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게 만든다. 대중들은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스님은 스스로 나아가 반성했다. 이것이 절집에서 경책하고 바로 잡는 방식이다. “습기를 버리지 못하고 마냥 정으로 여겼던 일이 ‘원칙’이라는 말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다행히 봉암사에서 1년간 산문 출입을 금하고 정진한 후로는 ‘반칙’ 할 일이 없었다.”

스님들도 병에 걸리면 힘들어 하고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할 때도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인 만큼 세속과 다름없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그리고 수행자로 단련돼 가는 과정이다. 어쩌면 깨달음은 고요함 속에서가 아니라 이처럼 대중들과 부대끼며 실수하고 바로 잡아가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과 원망, 반성, 두려움 등 인간의 온갖 감정이 스님들의 수행 생활과 늘 함께 한다. 이를 경계라고 부른다. 스님들은 경계와 부딪히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공부가 체질화돼 있다. “거의 날밤을 새가며 정진하던 시기에는 몸에 이렇다 할 병이나 별다른 장애가 없었다. 일상에서 뜻하지 않은 일을 접할 때면 이 모든 것이 정진력이 부족한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고 돌아보게 된다.”

1985년 진철스님을 은사로 출가, 통도사 승가대학, 율원을 거쳐 은해사 승가대학원 1기로 졸업한 스님은 해인사 송광사 봉암사 등에서 8년간 참선하고 백양사, 선운사 승가대학장을 역임했다. 선교율을 두루 갖춘 셈이다.

[불교신문3235호/2016년9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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