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조계종 포교원장 도영스님 인천불교회관 약사여래불 점안법회 법문

모든 중생 질병 치유하고

재앙 막아준다는 부처님

 

남에게 친절 스스로 만족

크고 넒은 마음 가지라…

 

참된 인생의 열쇠는 용기

‘본래부처’ 믿고 정진해야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제4대 조계종 포교원장을 역임했으며 제11회 포교대상 수상자다. 1980년 제17교구본사 금산사 주지로 임명된 이래 청소년·군포교 등 각 계층별 포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논산훈련소 법당건립 추진위원장을 맡아 법당건립을 주도한 것을 비롯해 인근 군부대 정기방문 등 군포교, 어린이포교, 파라미타 청소년협회 지부 설립 등 전북지역 포교활성화에 진력했다. 전주시내에 전북불교회관을 건립해 포교의 구심점을 만들었다.

약사여래불은 모든 중생의 질병을 치료해주고 재앙을 막아준다는 부처님입니다. 인천불교회관 약사여래불 점안법회를 맞아 약사여래불 12대원에 대해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광명조요(光明照曜) 신여유리(身如琉璃) 수용무진(受用無盡) 대승안립(大乘安立) 삼취구정(三聚具定) 제근구족(諸根具足) 중환실제(衆患悉除) 전녀성남(轉女成男) 안립정견(安立正見) 계박해탈(繫縛解脫) 기근안락(饑饉安樂) 의복엄구(衣服嚴具)가 바로 그것입니다.

‘광명조요’는 정각을 이루었을 때 32대 장부상을 갖추어 모든 중생들을 비추어서 자신의 몸과 다름이 없게 하겠다는 원입니다. 곧 일체중생을 깨달음의 길로 이끌어 괴로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모두를 부처로 만들겠다는 원력입니다. ‘신여유리’는 깨달음을 얻었을 때 자신의 몸을 유리와 같이 청정하게 하겠다는 원입니다. 자고로 세상을 유리처럼 투명하게 살아야 개인이 행복하고 사회가 공평한 법입니다.

‘수용무진’은 무한한 지혜와 방편으로 중생들을 포용함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입니다. ‘무진(無盡)’이라 함은 다함이 없다, 곧 사바세계에 욕심내고 분노하며 어리석은 중생이 단 한 명만 남아있어도 보살행을 멈추지 않겠다는 크고 장한 뜻입니다. ‘대승안립’은 다른 도를 따르는 중생들을 대승으로 이끌어 안락하게 하겠다는 원입니다. 일부 타종교인들은 불자들을 이단이라 취급하며 이런저런 훼불을 자행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차별과 폭력을 조장하는 종교를 참된 종교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기독교인이든 이슬람교인이든 그 어떤 종교신자이건 간에, 그가 불성을 지닌 귀중한 존재로 여기고 존중하고 배려해야만 참다운 불자라 하겠습니다. 대승불교의 기본정신은 섭수(攝受), 즉 두루 공평하게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약사여래 12대원을 독송하고 있는 인천불교회관 주지 일지스님(앞줄 두 번째)과 대중들.

‘삼취구정’은 모든 중생에 삼취계를 구족하도록 하겠다는 원입니다. ‘삼취정계(三聚淨戒)’란 대승불교 보살이 지니는 계율에 대한 총칭으로, 그만큼 모든 중생을 바르고 깨끗한 삶으로 인도하겠다는 다짐입니다. 삼취정계는 섭률의계(攝律儀戒)·섭선법계(攝善法戒)·섭중생계(攝衆生戒)로 나뉩니다. 섭률의계는 5계·10계·250계 등 일정하게 제정된 여러 규율위의(規律威儀) 등을 통한 윤리기준입니다. 섭선법계는 선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따르고 권하는 행동을 가리킵니다. 섭중생계는 일체의 중생을 제도한다는 대원칙에 입각한 보살행입니다. 나쁜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일을 해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선한 행동을 해야 할 상황에서 선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계율을 어기는 일입니다. 참된 불자는 자신의 도덕성을 유지하는 소극적인 차원을 넘어 모든 중생이 행복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정성으로 이웃을 돕고 보살펴야할 의무를 갖습니다.

‘제근구족’은 불구인 중생들이 모두 완전한 신체를 갖추도록 하겠다는 원입니다. 완주 송광사가 운영하는 ‘송광정심원’이라는 복지기관이 있습니다. 정신질환자 20여 명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약을 먹지 않으면 정신을 잃고 발악을 하며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또한 중증장애인 30여 명을 보살피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에 비하면 제 힘으로 절에 와서 부처님을 만날 수 있는 여러분들은 정말 복이 많은 분들입니다. 내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고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합니다. ‘감사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보십시오. 인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고마워할 줄 아는 삶이 부처의 삶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중환실제’는 중생의 온갖 질병을 낫게 하여 몸과 마음이 안락하고 위없는 깨달음을 얻도록 하겠다는 원입니다. 탐욕과 분노를 여의어 완전한 해탈에 이르도록 돕겠다는 것입니다. ‘전녀성남’은 모든 여인들이 장부(丈夫)의 상을 갖추고 위없는 깨달음에 들게 하겠다는 원입니다. 아시다시피 비구계는 250계이지만 비구니계는 348계로 더 많습니다. 이것을 단순히 남녀차별이라 매도해서는 곤란합니다. 여성들은 모성애가 강하고 집착이 강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열심히 정진하라는 격려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장부의 상이란 비단 남성의 육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대장부의 마음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관건은 얼마나 넓고 큰마음으로 대승적인 일을 행하여 나가느냐는 것입니다.

‘안립정견’은 모든 중생들이 천마(天魔)나 외도(外道)의 잘못된 견해로부터 벗어나 바른 견해를 갖게 하겠다는 원입니다. ‘대승안립’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계박해탈’은 모든 중생들이 폭군의 악정과 도적의 겁탈로부터 벗어나게 하겠다는 원입니다. ‘기근안락’은 굶주림에 허덕이는 중생들을 모두 배부르게 하겠다는 원입니다. ‘의복엄구’는 가난하여 헐벗은 중생들에게 좋은 옷을 입게 하겠다는 원입니다. 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현실이 불만족스러울 때마다 약사여래 12대원을 되새겨보십시오. 나 혼자만 잘 살겠다고 하면 절대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약사여래 부처님의 원대한 포부를 가슴에 담고 모두의 안녕을 위해 살아야만 비로소 개인적인 일도 술술 잘 풀릴 것입니다.

회관 옥상에 모셔진 약사여래불.

자기의 고민을 해결해달라며 많은 신도들이 저를 찾아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는 그들의 고민을 직접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능력은 없습니다. 살림 형편을 나아지게 해주지도 못하고 남편을 승진시켜주지도 못합니다. 다만 자신의 마음자리를 면밀히 관찰할 때 진정한 행복이 열린다는 격려만으로도 충분히 불자님들을 위로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마음에는 부처도 없고 중생도 없습니다. 단지 내가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면 부처가 되고, 탐내고 분노하는 마음을 가지면 중생이 되는 것입니다. 스스로 얼마나 만족하고 남에게 얼마나 친절한지 자신에게 되물어보십시오.

저는 새해마다 새로운 고사성어를 제시하며 이렇게 살아보라고 불자들에게 권유합니다. 2014년 갑오년엔 지족상락(知足常樂)을, 2015년 을미년엔 존해파평(尊海波平)을, 2016년 병신년엔 무신불립(無信不立)을 당부했습니다. ‘지족상락’이란 족한 줄을 알 때만이 항상 즐거워진다는 뜻입니다. ‘존해파평’은 무생물인 바다마저도 존중해주면 파도가 잔잔해진다는 뜻입니다.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의미를 이해하시리라 봅니다. 만족과 친절. 이 두 가지 덕목만 잘 준수해도 극락세계가 실현될 것입니다.

‘무신불립’은 믿음이 없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올 추석에도 군부대를 돌며 장병들에게 송편을 보시할 예정입니다. 제가 군포교에 매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젊은이들에게 주인의식과 용기를 불어넣어주기 위함입니다. 만성적인 취업난으로 위축되어 있는 청년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러나 ‘할 수 있다’는 믿음, ‘나는 내 삶의 주인공’이라는 믿음이 투철하면, 이 세상에 겁낼 것은 없습니다.

[불교신문3235호/2016년9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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