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양육을 위한 기본적인 소양과 자질도 없으면서 무작정 양육권만 주장하는 몰상식한 아버지나 어머니가 요즘 많다. 지난 22일 법원의 부석사 불상에 대한 현장검증에서 언론에 노출된 금동관음보살좌상은 작업용 손수레에 방치된 채로 나타났다. 문화재청은 불상에 대한 부석사의 소유권을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정작 귀중한 불상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도 갖추지 않은채 소유권만 탐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현장에 있던 스님과 불자들은 격노했다.

일본서 도난돼 국내로 반입된 금동관음보살좌상이 법적 논쟁으로 제자리인 서산 부석사로 돌아오지 못한 채, 임시방편으로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있지만, 불상의 보관에 대한 의혹이나 불신은 없었다. 하지만 이날 작업용 손수레에 실려온 불상은 지난 2015년 11월10일 ‘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봉안위원회’ 주관으로 봉행된 특별친견법회를 마치고 흰 종이로 싸여 지하 수장고로 내려갈 당시 그대로인 것으로 추정된다. 가사장삼을 수한 스님들이 각별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예불을 올리고 경배한 금동불상을 문화재청 관계자들은 고귀한 문화유산을 짐보따리를 실어 나르듯 방치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 불상이 애초에 목각에 안치된 사실을 알고 질문한 부석사 측 변호사에게 처음부터 손수레에 불상이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기본적인 소양과 자질도 없는 직원들이 위대한 문화유산을 직접 관리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부석사는 오는 10월20일 대전지방법원 230호 법정에서 열리게 될 금동관음보살좌상 인도청구소송 3차 공판에서 이같은 허술한 관리상황을 낱낱이 재판부에 보고해야 마땅하다. “이렇게 수장고에 방치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부석사나 수덕사 성보박물관으로 이운돼 예불도 드리고 많은 불자들이 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부석사 주지 원우스님의 간절한 서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정공방이 여법하게 마무리돼야 할 것이다.

수천년의 숨과 혼이 어린 문화유산이 온전하게 보존되고 전해지려면 현 시대 사람들과 끊임없이 조우하고 교감해야 한다. 박물관에 수장고에 ‘매장’된 문화유산은 생기를 잃고 가치가 훼손되기 마련이다. 고려나 신라 때 조성된 여러 문화유산이 오늘날 빛을 발하는 것은, 단지 햇수로 긴 세월 버텨온 역사만이 아니라 그 옛날 고려인과 신라인의 넋과 염원이 함께 보존돼 있기에 가치있다고 볼 수 있다. 갈 곳이 없어서, 잘 간수하고 보존하겠다 하는 이가 전무해서 어쩔 수 없이 박물관에 소장한다면 모를까,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은 우리의 뼈아픈 역사에서 우리가 잃었던 우리 문화재다. 부석사 금동부처님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우를 범해선 안될 것이다.

[불교신문3235호/2016년9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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