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굿월드지나데이케어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학생 봉사단.

필리핀 대규모 72홀 골프장 옆, 나무들 밑으로 가파른 낭떠러지와 계곡, 그리고 위태해 보이는 판자집들…. 도시개발계획 탓에 정부에서도 철저히 무시당해 전기, 수도 등 많은 것이 안 되는 이곳은 아이들이 공부하기도, 뛰어놀기도 부적합한 환경이었습니다. 열악한 환경 탓에 엄마들은 아이들을 돌보느라 일도 못나가고, 생계를 위해 대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아빠들은 편부모 가정의 원인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아이들이 안전하게 공부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은 마음에 ‘굿월드 지나 데이케어센터’를 짓게 됐는데, 개원한 지 1년 만에 지방정부로부터 어린이집이 있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라는 이유로 휴교 명령 통지를 받았습니다. 매번 찾아가 설득한 끝에 간절함과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요, 약 3개월 만에 간신히 허가를 받고 지방정부의 도움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우기철이 오면, 땅이 미끄러워져 번번이 다치는 아이들과 그걸 염려해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지 못하는 부모님들, 그로 인해 출석률이 저조해 사실상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이곳을 찾은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대학생 봉사단은 굿월드지나어린이집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큰 선물을 해주었습니다. 베트남으로 해외봉사 예정이었던 필소굿 팀이 사정으로 필리핀으로 오게 됐을 때는, 시작하기도 전에 김빠진 콜라처럼 “다들 기대했던 만큼이나 실망이 커서 봉사활동을 잘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웠던 만큼이나 주어진 상황에 맞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듯한 의지를 볼 수 있었을 땐,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대학생 봉사 활동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진심과 열정’이라 하고 싶습니다. 아침 교육봉사를 위해 밤늦게까지 회의와 연습을 하고, 힘이 들 법도 한데 오후 노력봉사에서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페인트도 칠해주고 계단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열정이 있기에 몸이 힘들어도 남을 위해 도와줄 수 있었고, 그 열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전해져 감사함과, 기쁨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생봉사활동 팀이 정성 들여 만들어준 학교 계단 덕분에 이제 어린이들과 마을 주민들은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됐고, 주민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생길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사랑이 거쳐 간 이 계단이 단순한 계단으로 그치지 않고, 주민사람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좀 더 학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불교신문3235호/2016년9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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