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재연구소 시뮬레이션 결과, 하루 3시간 햇볕 가려

문화재·목조건축물에 영향 불보듯
조계종, 한전부지 개발 저지에 총력
13일 역사문화환경 보존 기원법회

조계종이 1970년 군사정권에 의해 강제로 매각한 옛 한전부지 개발을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강남대표사찰 봉은사가 지척에 위치해 있는데도, 서울시가 문화재영향평가 없이 553m 높이의 초고층빌딩 건립을 매우 신속하게 진행하는데 대한 반발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옛 한전부지에 건립되는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관련해 서울시의 최종 인허가가 내려질 경우 박원순 시장에 대해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데 이어 13일 오전11시 봉은사와 옛 한전부지 일대에서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 기원법회’를 봉행하기로 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10월10일 기자간담회에서 “105층짜리 GBC 건물이 들어선다면 500m 떨어진 봉은사를 비롯해 일대의 문화경관에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며 “12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봉은사의 수행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기 때문에 55층 이상 높이 올라가는 건물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초고층빌딩으로 인한 일조권 침해와 하루 3시간 이상 햇볕이 들지 않게 돼 목재건축물을 비롯한 문화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불교문화재연구소가 GBC 건립 이후 봉은사 일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GBC 그림자가 1년 내내 오전 3시간 가량 햇볕을 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뮬레이션 동영상 캡쳐.

실제 불교문화재연구소가 GBC 건립 이후 봉은사 일조량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사계절 내내 오전시간에는 햇볕이 들지 않는 최악의 결과물이 나왔다. 이 경우 봉은사에 있는 국가지정문화재와 서울시지정문화재를 비롯한 목조건축물 등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봉은사는 청동은입사 향완(보물 제321호),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보물 제1819호) 등 2건의 국가지정문화재와 선불당, 추사 김정희가 쓴 판전 편액, 대방광불화엄경 수소연의 경판 등 18건의 서울시지정문화재를 비롯해 경판 3400여개를 비롯한 20여 목조건축물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의 재벌에 대한 특혜와 졸속적인 행정처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문화재 훼손과 교통·환경 문제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전례 없이 신속하게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재벌에 대한 특혜로밖에 볼 수 없다”며 “문화재 훼손, 교통 혼잡 등 문제에도 서울시가 인허가가 추진되고 있는 이번 계획은 ‘역사가 살아있는 즐거운 문화도시’를 위해 대규모 개발 및 고층 빌딩을 불허한다는 기존 서울시의 시정정책, 박원순 시장의 시정철학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조계종 수장의 직접적인 발언은 한전부지 개발과 관련해 강경한 조계종단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조계종은 최근 한전부지환수위원회의 명칭에 대해서도 ‘졸속행정 재벌특혜 한전부지 GBC개발 저지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 대책위원회’로 개칭했다. ‘졸속행정 재벌특혜’이라는 문구를 명칭에 포함한 것을 보더라도 조계종단이 얼마나 강경한 입장인지 확인할 수 있다.

대책위는 GBC 개발을 저지하는 행동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천명할 예정이다. 10월13일 오전11시 봉은사와 옛 한전부지 일대에서 열리는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 기원법회’가 그 자리다. 2년도 되지 않아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단계에 들어간 현 상황은 서울시의 졸속행정이자 재벌에 대한 특혜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봉은사 경내에서 법회 형식의 집회를 가진 뒤 철거작업이 진행 중인 한전부지로 이동해 한전부지 개발의 부당성에 대한 선전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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