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서 기원법회 가두행진…햇볕 가리는 GBC 중단 촉구

1970년 군사정권에 의해 강제로 매각한 옛 한전부지 개발이 특정재벌에 대한 특혜와 졸속 행정으로 진행되는데 대한 불자들의 원성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했다.

조계종 봉은사역사문화환경 보존 대책위원회 주관으로 10월13일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열린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 기원법회’에 참석한 1500여 불자들은 박원순 시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조계사와 봉은사, 도선사, 화계사 등 서울권역 사찰에서 모인 불자들이다.

이날 법회로 봉은사 임시법당은 ‘1조7000억원에 천년의 혼 봉은사 역사문화환경을 팔아먹은 박원순은 퇴진하라’는 손피켓으로 가득 메워졌다. 불자들은 손피켓을 흔들며 재벌기업과의 부당거래로 1년만에 인허가 절차를 처리하는 졸속행정을 보여주는 서울시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법회는 성토장이었다. 대책위 공동위원장 지현스님(조계사 주지)은 “서울시와 현대차가 추진 중인 105층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 동절기인 겨울에 봉은사 전역이 4시간 동안 그림자에 가려 햇빛을 볼 수 없게 된고, 그렇게 되면 국가지정문화재 선불다의 심각한 훼손을 야기하고 그 안에 보존되어 있는 문화재도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재벌에 대한 특혜이자 졸속 행정으로 발생될 성보문화재의 훼손을 막지 못한다면 1700년 한국불교를 지켜온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할 소중한 문화재를 우리 손으로 훼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토했다. 박원순 시장을 향해서도 “역사와 문화, 문화재 영향에 대한 검토를 단 한번도 하지 않고 오직 재벌특혜를 위한 용도변경, 건축허가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불교문화재연구소가 GBC 건립 이후 봉은사 일조량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사계절 내내 오전 3시간여에 걸쳐 햇볕이 들지 않는 조건에 놓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절기에는 4시간 가량 햇볕이 들지 않는 등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 경우 봉은사에 있는 국가지정문화재와 서울시지정문화재를 비롯한 목조건축물 등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봉은사는 청동은입사 향완(보물 제321호),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보물 제1819호) 등 2건의 국가지정문화재와 선불당, 추사 김정희가 쓴 판전 편액, 대방광불화엄경 수소연의 경판 등 18건의 서울시지정문화재를 비롯해 경판 3400여개를 비롯한 20여 목조건축물을 보유하고 있다.

공동위원장 원명스님(봉은사 주지)은 “서울시와 현대자동차는 토지 매입 후 1년이 되지 아니한 지난 5월경 사전협상을 통해 1조7400억원이라는 막대한 공공개발부담금을 납부하기로 하고 건축허가를 받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서울시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을 상업용도로 변경한데 이어 3개월도 되지 않아 지상 105층, 553m 건물에 대한 허가를 서두르고 있다”며 “박원순 시장은 우리의 문화재 보존과 계승 의지, 노력은 안중에도 없이 오직 대선 출마를 위한 정책에만 몰두한채 문화재 훼손에 앞장서고 있다”고 성토했다. 원명스님은 “제2롯데월드는 토지 매입 후 29년이 지나서야 건축허가를 받았고,삼성화재가 조계사 앞에 건축하려는 상업시설은 GBC 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데도 4년이 지났지만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유독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 건립에 대해 특혜를 부여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법회에 참석한 불자들은 박원순 시장에 대해 GBC 인허가 절차 중단과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이를 강행할 경우 주민소환운동을 범불교적으로 전개할 것을 결의하는 한편, 서울시의 졸속 행정과 재벌에 대한 특혜를 알리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영동대로를 따라 옛 한전부지 앞으로 자리를 옮겨 “유례없이 신속하게 진행하는 인허가 절차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외쳤다. 종무원과 불자 100여명은 기원법회와 가두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10개조로 나누어 지하철 봉은사역 주변과 코엑스 주변에서 서울시와 현대차의 문화재 훼손, 밀실협상에 의한 부당거래 등을 담은 홍보물을 배포했다.

대책위는 이날 법회를 기점으로 문화재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진행하는데 대한 주민 감사청구, 현대자동차 사찰주차장 이용거부 등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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