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대법회 넷째 날 함주스님 법문

법문하는 함주스님.

전국선원수좌회(공동대표 정찬, 현묵스님)와 재단법인 선원수좌선문화복지회(대표이사 의정스님)가 마련한 제2회 간화선대법회 넷째 날인 오늘(10월18일)도 팔공총림 동화사 통일대불전은 법문을 듣기 위한 스님과 재가불자들로 가득 찼다. 대중법회에서 법상에 오른 것이 10여 년 만이라는 법주사 총지선원 선덕 함주스님은 이날 진실한 수행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행정진에는 고행이 따르게 마련이다. 편히 앉아서 깨닫고 싶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해서는 깨치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며 "태산이 낱낱이 보면 흙 한 줌 한 줌이 모여서 된 것이다. 우리가 수행하는 과정도 그것이 적고 하찮아도 옳고 바르면 모이고 모여서 큰 산을 이루는 것"이라고 설했다.

한편 법문에 앞서 진제 조계종 종정예하는 봉암사 세계명상마을 건립기금에 쓰라며 특별후원기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다음은 스님의 법문을 요약 정리한 내용이다.

우리 중생들은 부처님과 같은 지혜가 있지만 망념과 망상에 가려져 있다. 모든 허상에 지쳐서 번뇌망상만 제거하면 부처님과 같아진다. 번뇌망상에 매여 부처가 되지 못하고, 내 안에 무한한 힘이 있는데 엉뚱한데 치우쳐 그것을 지나치고 있다. 그걸 찾아내야 하는데, 그 방법 중 수승한 것이 바로 간화선이다. 어렵다고 하지만 열심히만 하면 대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악업에 의해 잘 안 된다. 수행정진에는 고행이 전제가 된다. 편안히 앉아서 깨닫고 싶고, 이것저것 다 하고 싶지만 그렇게는 어렵지 않나 싶다. 그러나 참으로 근기가 수승하다면 내 안에 잠재된 무한한 불성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첫째 진실해야 한다. 또 순수해야 한다. 둘째 장부가 되어 수승한 최상승인이 돼야 한다.

남이 보면 다 안다. 그 사람이 순수한가 아니면 속이는가. 다른 사람은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모를 것 같고 속일 수 있는 것 같지만 결국엔 다 알게 된다. 그런 사람은 설득력이 없고 신용이 없다. 다 그르치게 될 수밖에 없다. 이사가 진실한데부터 시작돼야 한다.

실은 이 공부하는 것은 아까도 얘기했지만 고행이 전제된다고 했다. 다겁으로 얽인 업 때문이다. 생각으로는 쉽다. 나도 생각으로는 도인 되고 부처가 됐다. 그런데 현실에 부딪히면 안 된다. 그게 무슨 도인인가. 말하고 행동하고 다른데 그걸 도인이라 할 수 있나. 자기가 참으로 진실하고 순수하면 그런 걸 용납할 수 없다. 그게 가장 기본적으로 공부하는 분들이 갖춰야 할 자세이다.

지혜의 성품은 부처님과 같다. 그것 나 같은 사람이 몇 만 억겁, 다겁을 얘기해도 모자라다. 그러나 대충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시방법계 일체유의무의 지혜의 성품이 불성이 마음에 다 나타나 보인다. 그밖에 아무 것도 없다.

그러면 여러분이 지금 부처님이다. 여러분이 대자유인이다. 그런데 조그만 것에 집착해 그거 뺏길까봐 그거 하나라도 더 갖고 싶어. 그런데 모른 것이 실은 하나도 실다움이 없다. 다 공해서 없다. 없는 가운데 우리가 자꾸 치우쳐 살다보니 허상에 지옥을 만들어낸다. 천당 만들어낸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마음이 착하면 착한사람이라고 한다. 마음이 착하면 행동도 착해진다. 마음이 축생 같고 악하면 악한 사람이라고 한다. 마음이 부처님 마음 같으면 부처님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양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세계도 그렇다. 축생이 우리 인간 세상에 있다지만, 축생의 세계는 축생의 세계다. 미물곤충도 자기 몸 받은 그대로 세계가 이뤄진다. 우리가 성불해서 부처님이 되면 이 세상이 전부 불세계다. 성불하면 일체 중생이 성불하는 것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자타가 없는 가운데서 보니까 허물이 보인다. 그것이 수행의 과정이다. 어려운 고통의 중생을 보면 그것이 나다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보살도를 행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들이 순수하고 진실한데서 비롯된다. 세상 편하게 살기 위해, 많이 갖기 위해 순수하지 못하고 진실하지 못하면, 가지는 것은 많이 가질지 모르겠지만 몇 갑절 대가가 따를 것이다. 우리 부처님 법을 배우는 여러분은 명심하고 거짓말 하지 마시고 진실만 얘기하시라. 참으로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참으로 수행인이 되기 위해 성불하고 도인이 되기 위해서는 거짓말하지 말고 진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화두를 챙기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가까워진다. 쉬워진다.

저 앞에 보이는 태산이 낱낱이 보면 흙 한 줌 한 줌이 모여서 된 것이다. 우리가 수행하는 과정도 그것이 적고 하찮아도 옳고 바르면 모이고 모여서 큰 산을 이루는 것이다. 우리 중생견해에서 보니까 시간공간이 있어서 미래 현재 과거가 나눠져 있지만 실은 공간이 없다. 1년이 무량겁이다. 거기에 무슨 생사가 있고, 형상이 있겠는가. 얘기하려고 보면 벌써 그르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나타나지 않으니까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이다.

공부는 안하면 안 된다. 해야 한다. 그리고 여러분 이런 무한한 능력이 있다. 우주 시방법계를 지혜의 성품에 갈무리돼 있다.

그러나 업이라는 것은 힘들고, 조금 공부해서 견처가 있다고 해서 그까짓 거 몇 푼어치가 되겠나. 참으로 대도를 이루면, 공부해서 득념하면 선정이 항상하다. 밖으로는 일체 모든 상에 걸림 없고 물들지 않는다. 마음으로는 조금도 틈이 없다.

그 사람의 행이 돈이 필요하고 권력이 필요하고 그러느냐. 만약에 참으로 도를 아는 수행인이라면 내가 처음부터 강조하는 것은 진실하고 남을 속이지 말라는 것이다. 지혜가 없으면 많은 사람들에게 해를 입힐 수 있다. 먼저 지혜를 얻는 게 중요한데 순수해야 모든 것을 바로 볼 수 있는 견해가 생긴다. 그러니까 화두를 드는 것이다.

제가 한 서른 전후에 어떤 거사와 대화를 한 게 생각난다. 사업을 하다가 실패를 여러 번 했다고 한다. 주변에 좋은 친구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지만 결국 어렵게 산다고 했다. 그래서 제가 드린 말씀을 전해드린다. 마음을 편안히 가지라고 했다. 마음이 편하면 모든 것을 바로 보는 직관력이 생긴다. 새가 울면 어떤 사람은 새가 좋은 음악소리로 들리고, 어떤 사람은 짜증내고 불안해한다. 근데 새는 그렇게 우는 것 아니다. 마음에 따라서 새 소리가 달리 들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거사가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사업하고 돈을 벌려고 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서 새 소리를 들으면 새 소리는 그저 새 소리다. 마음을 편안히 해서 모든 일을 생각하면 바로 보인다.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바로 보인다. 실패할 것 같으면 안 하면 된다.

간화선 참선하는 여러분도 진실하라는 것이 어렵지만, 가장 쉬운 것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몸뚱이가 있어서, 몸뚱이를 격하게 하는 것 말고 편안히 하면 마음도 안정되고 편하게 된다. 편안한 마음 가운데 누가 설사 나한테 뭐라고 욕을 해도 마음에 담기지 않는다. 칭찬해도 마찬가지다. 항상 공부하는데 화두를 어떻게 들어라 저렇게 해라하기보다 기본적으로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갖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법당 안에 자리를 잡지 못해 통일대불전 밖에서 법문을 듣고 있는 불자들.

즉문즉설을 정리했다.

질문 : 의심은 고민과 비슷한데, 화두의심도 고민인가.

답: 차원을 달리 생각했으면 한다. 고민이라는 것은 이러쿵저러쿵 생각하고 어떤 게 좋은가 하는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화두를 드는 것은, 내가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진실하고 순수하고 그런 데서 바른 행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 것에 장부, 대인격, 최상승이 이뤄지는 것이다. 우리가 화두 공부하는 것은 가장 편하게 해야 한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야 드러난다. 의심, 분참, 근본이 드러나서 참으로 선정에 들어갈 수 있다.

질문 : 선에서 고준함만을 말한다면 우리가 사는 일상은 의미가 없나.

답 : 실은 의미가 없다. 중생 업 쌓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공부 열심히 해서 대 자유인이 돼야 한다. 그러나 내가 갖고 있는 불성, 그 능력은 똑같다. 그것도 마음먹기에 달렸다. 무슨 일을 해도 상관없다. 사업을 하고 일하는 것은 상관없다. 다만 마음으로부터, 열심히 수행정진해서 참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한다면 사는 과정이 어떻게 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질문 : 참선하는데 밝은 빛이 눈앞에 가득하다. 어떤 현상인가.

답 :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는 과정은 이런 거 저런 거 없어야 한다. 내 근본을 몰라서 그걸 드러내려고 애를 쓰는데 앞에 뭔가 나타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것은 아니다. 과거의 업이나 우리가 사는 과정이 얽히고설켜 업연이 나타나는 거지 진실하게 참선하고 공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질문 : 부처님께 열심히 기도했는데 아들이 장가를 안간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 : 어려운 질문이다. 아까 제가 기도에 대해 말씀드린 것과 같이 모든 과정들이 거기에 맞게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부처님께 이거 해 주세요 저거 해 주세요 하기보다 간절히 바라는 점을 생각하고 실천해라. 부처님은 기도 한다고 들어주시고 안한다고 들어주는 분이 아니다. 우리는 부처님이 되기 위해 수행하고 있지만, 가피 입기를 원하고 기도하는 분들이 많은데 안 되면 조금 더 해보시라.

질문 : 식곤증이 아닌데 앉으면 졸음이 옵니다.

답 : 졸린 걸 어떻게 해야 하나. 졸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말인가. 이 몸이라는 것은 별 수 없다. 무리하면 대도인 스님도 수행 과정이 힘들고 어려워 고행하신 분들은 일찍 가신다. 밥을 먹고 식곤증 오면 밥을 조금 덜 먹어라. 철저한 신심. 나한테 무한한 지혜 수용하지 못하고 이리 끌리고 저리 끌리고 육도윤회 해서 중생생활을 하는 것이다. 식곤증이 날 거 같으면 적게 먹고, 또 마음을 크게 신심 일으켜서 분심 일어나지 않나. 나한테 무한한 능력 있는데 밖으로 향해 괄시 받고 천대받고 갖은 고통 받을 이유가 뭐가 있나. 그런 생활 지루하지 않나. 세상사는 그렇다. 천덕꾸러기로 사는 사람은 다음 생은 더 나은 생을 받게 된다. 그분들이 어렵게 살면서 대접 못 받고, 천덕꾸러기로 살다가 생을 바꾸면 그분들이 그런 게 복이 돼서 더 나은 생을 산다. 그런데 그 때 자기가 받은 것을 되돌려주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자꾸 윤회하고 고통을 면할 길이 없는 것이다. 대분심, 대발심을 일으키면 졸음도 이길 수 있다.

질문 : 화두를 들 때 갑갑하고 답답할 때까지 들라는 데 왜 그렇게 힘들게 해야 하나.

답 : 답답하게 들지 마라. 가장 편안하게 할 때 화두참구가 잘 된다. 답답한 것은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하기 때문이다. 안 되는 것은 그 과정이 진실하고 순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데서 인격이 이뤄지고, 지극히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고 조용한 마음을 갖게 된다. 답답하게 화두를 드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 될 수 있으면 편안하게 하고, 힘들면 조금 쉬어가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간절히 참구하시라.

질문 : 사는 것은 힘들고 죽는 것은 두렵다. 어찌 해야 하나.

답 : 사는 것도 어렵고 죽는 것도 어렵다. 살기 싫다고 죽는 게 좋은 것은 아니다. 내가 사는 것은 내가 힘든 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 만나기 어려운 부처님 법 만나고 부처님 법문을 듣고 내 무한한 것을 수용하고 싶은 사람이 그런 마음이 어디에 생기나. 열심히 살아봐라. 뭐 할 것 없고 편하다보니 그런 생각 드나보다. 사는 것이 힘들고 죽는 것은 쉬운가. 더 힘들다. 중생의 연기는 다 고통이다. 오죽하면 활활 타는 불집과 같다고 했을까. 참으로 대도를 수용하지 못하면 고통은 항상하다. 돈 많은 사람이라고, 권력 있는 사람이라고, 많은 사람에게 대접받고 추앙받는다고 해서 고통 없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면 근본적이 고통 면할 길이 없다. 그러니까 좀 열심히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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