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봉은사 일조피해 우려 알고도
대책 없이 도시건축공동위 통과 ‘졸속’

현대차 문건서도 피해예측 ‘확인’ 

“영향평가 불필요” 주장 궁색해져 

옛 한전부지에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지난 3월 서울시에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 및 현대차부지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을 제출했다. 이 결정안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자료로, 서울시가 이를 근거로 한전부지에 대한 공용시설지구 해제, 지구단위계획 확정, 부지 용도변경 등을 감행했다. 지난 5월과 9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의 일이다.

이 자료를 검토한 결과,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봉은사 등 주변지역에 일조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통과시킨 것이 드러났다. 결정안에 따르면, 현대차는 환경성 검토를 통해 사업대상지의 건축물 신축에 의해 일부 주변 지역에 일조장애를 유발할 것으로 예측했다. GBC가 들어설 북측 지점의 경우 동지일 기준 연속 2시간 또는 최소 일조시간 4시간을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 특히 이 지점은 하루 연속일조시간이 단 1시간도 되지 않는 상황에 놓이는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차는 이에 대한 저감방안으로 “북측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사업시행 전 충분한 사전협의를 실시하여 일조권에 대한 민원 발생을 최소화하도록 하겠음”이라고 제시했다. 이처럼 허술한 안이 그대로 서울도시건축위원회를 통과한 것은 서울시가 졸속적으로 심의를 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부분이다. 

게다가 현대차가 작성한 이 문건의 ‘일조량 영향 예측’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일조량에 대한 영향 평가지점을 3곳을 지정했는데, GBC의 동측, 서측, 북측 각각 1지점씩이다. 모두 GBC와의 거리가 30m를 넘지 않는 지점이다. GBC의 최대 높이가 553m, 층수가 105층인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영향을 미치는 지역도 넓어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정확한 영향 예측이 필요한데도 세 지점에 대해서만 예측한 것은 부실하다는 방증이다.

이 문건의 동지일 평면 일영도를 보더라도 봉은사도 짧게는 2시간, 길게는 4시간가량 햇볕이 들지 않는 지점에 포함돼 있다. 이는 불교문화재연구소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상되는 일조권 피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청동은입사 향완,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등 국가지정문화재 4점을 비롯해 선불당, 추사 김정희가 쓴 판전 편액, 대방광불화엄경 수소연의 경판 등 서울시지정문화재 3400여점과 목조건축물, 봉은사 식물생태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GBC 인허가 절차상 적법하게 이뤄지고 있고 문화재영향평가를 할 근거가 없다는 서울시의 입장이 궁색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GBC 외에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영동대로 복합개발도 봉은사와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영동대로 복합개발은 봉은사와 GBC 사이의 영동대로 지하에 연면적 16만㎡의 국내 지하공간 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 교통 허브 공간을 만드는 계획이다. 지하 1층 편의공간, 지하 1~2층 도심공항터미널 및 버스환승센터, 지하 3층 주차장, 지하 3~6층 지하철, KTX, GTX 광역철도 역사가 들어선다. 이같은 대규모 지하공간 개발은 지하수 변화를 불러와 봉은사를 비롯한 주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지역이 서울에서 싱크홀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인데다가 한강 원류가 흐르던 매립지역이기 때문이다. 

서울은 2010년 이후 도로함몰건수가 연평균 681건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다. 게다가 싱크홀 발생지역은 송파구를 비롯한 강남구에 집중돼 있다. 서울시와 현대자동차가 이에 대한 대책과 방안을 제시하고 검증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현대차는 “현 지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공사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절ㆍ성토 및 지형변동 등 지형의 물리적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며, 지하개발에 따른 터파기공사로 인해 지하수위 변화 및 지하수 유출이 일부 예상된다”며 “세부계획 수립 시 별도로 지하수 영향검토, 안정성 검토 등을 실시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저감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3244호 특별기획 

④ 현대판 한전부지 강탈… 불통의 개발독재 

[불교신문3242호/2016년10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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