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ABC사업단, 극락암 소장 경봉스님-이종욱스님 편지 공개

오는 25일 조계사 대웅전이 준공된 지 78주년을 앞두고,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를 지낸 경봉스님(1892-1982)이 남긴 유품 중에서 일제강점기 때 조계사 대웅전 건립과정이 담긴 편지가 확인돼 주목을 끌고 있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ABC)사업단(단장 정승석)은 오늘(10월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분과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도사 극락암 명정스님이 소장하고 있는 경봉선사 유물 중 새롭게 발견된 이종욱스님의 편지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경봉문도회장 법산스님과 조계사 부주지 원명스님 등이 함께 했다.

명정스님이 소장한 경봉선사 유물은 친필일기를 비롯해 한암, 만공스님 등 근대불교를 대표하는 스님들과 주고받은 편지글 수백여 점이다. 이 가운데 명정스님이 발간한 <삼소굴 소식>에 공개된 일부 편지글을 제외하고 상당수는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ABC사업단은 다섯 차례 이상 극락암을 방문하는 정성을 보인 끝에 명정스님이 소장하고 있는 경봉스님 유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30%가량 조사가 진행된 가운데 총본산 건설위원장을 맡았던 이종욱스님이 경봉스님에게 보낸 편지글 11편이 발견됐다. 1936년 6월17일자부터 1938년 9월22일까지 1년간의 편지로, 이 가운데 8편이 새롭게 확인된 내용이다.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의 '이종욱 편지의 의미와 역사적 가치'에 따르면, 당시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각황사(현 종로구청 위치)가 훼손되면서 스님들이 현재 조계사 대웅전 자리에 법당을 이전해 건축하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조선불교선교양종 총본산 각황사 불사를 위해 1937년 2월 31본산 주지회의에서 총본산 건설위원회가 발족하고 월정사 주지인 이종욱스님이 위원장을 맡았다.

이런 가운데 일제가 신흥종교였던 보천교를 강제해산시키면서 비어 있던 보천교의 십일전(十一殿) 건물을 사서 대웅전 자재로 활용했다. 대웅전을 완공하기까지 소요된 비용은 19만원, 현재 시가로 1000억 원에 달하는 대작불사다. 경봉스님이 이종욱스님으로부터 받은 편지에는 불사과정과 모연의 어려움이 담겨 있다.

이종욱스님은 경봉스님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불사기금 후원을 수차례 요청하고, 사찰별로 총본산 불사에 동참한 후원금액도 적시했다. 

“사찰에서 내답하기로 한 금액 가운데 남은 금액 500원을 송금해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1937년 2월18일) “보천교 건물이었던 것을 이전에 사두었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금전이무로 특별하신 용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1937년 3월19일) “조선불교의 생명이 이번 사업의 여하에 달려있고, 전국 조선 팔도의 사찰에 위풍을 진작하고 독촉하는 것은 통도사와 범어사 두 본산의 완납에 달려 있는데, 한 본산은 완납을 하였으니 이제는 화상께서 큰 결단을 내리시기 바랍니다.”(1937년 5월5일) 

“온힘을 다해 저희에게 보내주신 3500원은 과연 오랜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하였습니다. (얼마나 어렵게 마련하여 보내주신 돈인 줄 알기에) 아픈 마음 금할 길 없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겠습니까.(중략) 현재까지 수입상황은 선암사 송광사 대흥사 법주사 귀주사가 완납하였고, 월정사가 1000여 원, 유점사가 1000원, 통도사가 5000원, 범어사가 5000원입니다.”(1938년 5월25일)

경봉스님이 남긴 유품을 통해 조계사 대웅전 불사과정이 새롭게 확인된 것에 대해 경봉문도회장 법산스님은 “ABC사업단의 연구취지에 공감한 명정스님이 그간 소중히 보관해오던 경봉스님 유품을 공개해 연구할 수 있도록 해줬다”며 “이번에 공개된 편지를 계기로 지금 종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조계사 성역화 불사에 새로운 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조계사 부주지 원명스님도 “오늘날 조계사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도량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큰 스님들의 원력이 있다는 것을 새삼 절감했다”며 감사인사와 함께 현재 조계사 일대에 진행 중인 역사문화관광지구 불사가 원만 회향하길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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