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국가기관이 주도한  대국민 사기극과 ‘닮은 꼴’

과거 ‘한전부지 강탈해 시세 차익’

현재 ‘1조7400억 받고 신속 심의’

모양 형식 달리한 현대판 개발독재

‘잘못된 역사 바로잡기’부터 나서야

한전부지는 조계종단에 있어 아픔의 상징이다. 국가기관의 기망에 의해 거대한 삼보정재를 망실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사건은 그동안 말로만 회자되다가 최근 본지 취재를 통해 1980년 신군부 세력에 의해 발생했던 10ㆍ27법난과 다르지 않은 토지강탈 사건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전부지는 선종과 교종으로 대표되던 조선불교에서 선종 수사찰이었던 봉은사 경내지이자 조선 중ㆍ후기 과거시험 승과가 열리던 도량이었다. 승과평이라 불린 역사의 현장이다. 승과평은 1970년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가명을 쓴 서울시 공무원에게 헐값에 팔렸다. 매매 형식을 빌린 대국민 사기극이자 강탈이었다. 국가권력에 의해 주도된 사실이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된 바 있다. 승과평 뿐만 아니라 이 일대 토지가 모두 상공부 장관의 지시를 받은 서울시장과 도시계획 공무원에 의해 매입됐다. 매입자금은 당시 정부와 집권당으로부터 나왔다. 

국가기록원을 통해 입수한 1975년 상공부에서 작성한 대외비 문건 ‘상공부 예하 주택조합 대지 해결방안’에 따르면, 1970년 1월 이낙선 상공부장관은 김현옥 서울시장에게 땅 매입을 의뢰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장은 1월12일 도시계획과장에게 비밀리에 대지 매입을 지시했다. 

서울시는 상공부 의뢰 6일만에 한전부지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가명을 쓴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을 내세웠다. 상공부 장관이 서울시장에게 토지매입을 의뢰한 이유는 “종합청사 건설계획이 누설되는 경우 영동지구 지가의 폭등 등 부작용으로 인하여 서울시의 영동지구 개발계획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가명을 쓰고 신분을 위장한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이 토지매입자로 나선 이유다. 상공부 주도 아래 서울시가 벌인 행태가 이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서울시는 이 지역 토지매입이 끝난 1개월 후 ‘남서울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인근 지역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1년 뒤 되팔아 엄청난 차익을 얻었다. 국가와 서울시가 국민들을 상대로 부동산 투기를 한 셈이다. 이익금은 당시 정권의 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고 당시 서울시 공무원이 자신의 저서를 통해 밝혔다. 이듬해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비자금 조성이었다. 

한전부지를 포함한 10만평의 삼보정재를 빼앗긴 봉은사는 폐사 직전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영산전, 명부전, 판전 등의 전각이 상공부로 넘어간 상태였고, 국가로부터 투기억제세를 부과받았다. 세금을 감당하지 못했던 봉은사는 그나마 남아있던 대웅전 등 4000여평의 부처님 도량을 통째로 경매 처분 당할 위기에 처하는 상황으로 전개된 것이다. 

한전부지를 비롯한 강남개발에 이같은 대국민 사기극이 있었다는 게 드러났는데도 서울시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정부기관에서 행해진 과오를 반세기가 지나도록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1조7400억 원이라는 공공기여금을 빌미로 특정재벌에 특혜성 개발을 허용하고 계획안 심의를 졸속으로 처리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대국민 사기극으로 시세 차익을 얻은 1970년 상황과 1조7400억 원을 받고 한전부지 개발을 특혜와 졸속으로 추진하는 현 상황은 닮은꼴이다. 개발독재에서나 가능했던 일을 박원순 시장이 모양과 형식을 바꿔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와 대국민 사기극으로 얻은 결과물인 한전부지를 1000만 서울시민에게 회향하는 시정이 필요하다.

조계종 봉은사역사문화환경보존대책위는 “소통과 배려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박원순 시장이 자신의 시정철학을 뒤집으면서까지 한전부지에 세워질 글로벌비지니스센터 인허가 절차를 서두르는 이유가 내년 치러지는 대통령선거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며 “재벌 특혜와 졸속 인허가, 정경유착이라는 꼬리표를 단 대선후보라면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불교신문3244호/2016년10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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