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해 온 일반인이 은퇴 후 출가할 수 있도록 하는 ‘은퇴출가에관한특별법’ 제정안이 장시간의 난상 토론 끝에 부결됐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원행스님)는 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속개한 제207회 정기회에서 ‘은퇴출가에관한특별법’ 제정안에 대해 표결을 부친 결과, 출석의원 52명 중 찬성 31표, 반대 6표, 기권 15표로 부결됐다. 중앙종회법은 종법 재개정 시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통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특별법은 만51세 이상 70세 이하의 은퇴자에게 사찰에 머물며 수행과 자비보살행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출가제도개선 특별위원회가 제안한 제정안에 따르면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은퇴자에게 출가의 기회를 제공하고, 고령화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출가문화의 확산을 통해 불법을 널리 펼치고자 함을 목적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이날 논의 시작부터 은퇴출가자가 갖춰야할 요건부터 수계, 교육, 의제 등의 규정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 이어졌다. 특히 은퇴출가자와 독신 수행자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신도로 볼 것인지 수행자로 볼 것인지 등을 두고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법원스님(직할교구)은 “은퇴자 출가자 활용 이라는 것 자체가 종단 일원이 되게 해서 불교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게 핵심인데, 스님도 아니고 신도도 아닌 또 다른 집단을 만들면 포교사와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또 “현장에서 지도법사 내지는 전법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님들도 있는 상황인데, 수법사(수행법사)라는 이름으로 요령이나 목탁을 쥐어주면 현장에서 구분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수스님도 “은퇴 출가한 분들의 경우 교육도 중요한데 (이 분들을) 신도로 봐야 할지 출가자로 봐야할지 의견이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50이 넘은 분들을 기본교육기관에서 교육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두발, 의제 문제와 출가기간을 1년으로 규정한 조항 등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범해스님은 "은퇴자 출가는 제2의 인생을 사시는 분들에게 사찰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하고 사찰에서는 부족한 인력을 보완할 수 있다“면서 ”포교분야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만당스님은 “단기출가의 법제화라기보다 은퇴출가한 분들을 어떤 위치에 정립시켜 수행활동을 하게 할 것인지 고민하다, 문호를 70세 까지 열어서 출가자로서의 신분을 획득해 종단 간판을 걸고 종단 이념이나 종지종풍에 맞지 않는 잘못된 행동이 벌어질 수 있겠다는 등의 폐단이 우려돼 출가기간을 1년 단위로 연장하는 규정을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종회 때 특별법이 통과되어 현장에서 시행해 보고 문제가 쌓이면 그때 현실에 맞게 고쳐나갔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설암스님도 “사찰 인력수급 문제 등 모든 면에서 서둘러 이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종회는 이날 특별법에 대해 2독회로 축조심의를 진행한 뒤 일부 조문을 수정, 거수투표를 통해 가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표결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은퇴자 특수출가제도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종단 인재 수급 등을 위한 대안으로 도입의지를 밝힌 바 있다. 최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출가자 감소현상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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