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 이치 터득해 끊임없는 자비행 실천 ‘서원’

감로수 같은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53기도도량’ 제8차 장흥 보림사 순례법회.

‘근심없고 편안한 깃발’ 지니고

어김없이 ‘약사여래 보시’ 전달

기와불사 직거래 장터 등 지원 

‘선묵혜자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53기도도량’ 제8차 순례법회가 지난 10월7일부터 8일까지 전라남도 장흥 가지산 보림사에서 여법하게 봉행되었다. 우리 회원들은 선재동자가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여덟 번째 선지식인 휴사 우바이를 친견하는, 그와 같은 마음으로 가지산 보림사로 향했다. 서울 조계사에서 출발한 순례버스가 충청도와 전라도를 거쳐 몇 개의 산과 강을 지나 남도의 끝 가지산 보림사의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점심공양 무렵이었다. 이른 새벽 출발한지 꼭 여섯 시간 만이었다.

산사로 가는 길에는 감로수 같은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려서인지 가을의 정취가 물씬 묻어났다. 회원들은 마치 어린 시절 수학여행을 온 것처럼 우산 속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발걸음도 가볍게 산사로 올랐다. 53기도도량 순례가 아니라면 경험할 수 없는 광경이며, 어찌 이 먼 길을 올수 있으랴만. 

얼마나 지났을까? 한국 선불교의 종찰(宗刹)인 구산선문 가지산 보림사의 전경이 한 눈에 펼쳐졌다. 한국 선불교를 이야기함에 있어 이 가지산 보림사를 빼 놓을 수는 없다. 통일 신라 말 지방호족들에 의해 유입되어 널리 퍼진 선불교는 마침내 전국각지에 있는 산을 중심으로 9곳에서 선문(禪門)이 열리게 되었는데 그 중 처음으로 선문을 개창한 곳이 보림사의 가지산문(迦智山門)이다. 

구산선문은 당시 승려들이 주관적 사유를 강조한 선종(禪宗)을 산을 중심으로 퍼뜨려서 그 시대의 사상계를 주도한 일대사건이었다. 가장 먼저 구산선문을 연 곳이 바로 이곳 보림사 가지산문이었던 것이다. 그 후 실상사 실상산문, 태안사 동리산문, 봉림사 봉림산문, 성주사 성주산문, 법흥사 사자산문, 광조사 수미산문 등이 열렸다. 그러한 곳에 오늘 우리 회원들은 구산선문의 자취가 아려하게 남아 있는 가지산 보림사에 온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가지산 보림사 순례의 의미는 더욱 깊다고 할 수 있다. 

보림사의 창건은 가지산문이 열리기 전 이미 100여 년 전에 인도 유학을 하고 돌아온 원표대사에 의해서였다. 그는 신라로 돌아와 전국의 산세를 살피다가 보림사 주변의 산이 인도 가지산의 형태와 같음을 알고 이곳에서 기도를 하다가 용의 꼬리가 산을 쳐서 파인 연못을 메워서 절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회원들이 일주문 앞에 도착하자, 주지 일선스님과 대중들이 전국의 각 법등에서 순례를 온 우리 회원들을 정다운 미소로서 맞아주었다. 선묵스님과 일선스님은 일산(日傘) 아래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평화의 불을 모시고 천천히 경내로 향했다. 우리 회원들도 합장하고 뒤를 따랐다. 이어 기도처를 잡고서 육법공양을 시작으로 천수경과 사경, 안심법문, 108참회기도를 끝난 뒤 선묵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아래 작은 사진은 ‘2016 장흥 국제통합의학박람회’ 성공개최에 기여한 공로로 장흥군수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선묵스님. 

“세월은 화살과 같아서 병신년도 벌써 시월입니다. 가을로 들어서는 문턱에 우리는 <화엄경> ‘입법계품’의 여덟 번째 선지식인 휴사 우바이를 친견하고 그 가르침을 얻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달려서 전라남도 장흥 가지산 보림사에 왔습니다. 참 멀고 먼 길이었죠. 다행히 비는 가을의 정취를 느낄 만큼만 내려서 우리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 가지산 보림사는 매우 유서 깊은 천년고찰입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한국선불교의 시작이 이곳에서 개창되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이곳은 한국선불교의 종찰(宗刹)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곳에 우리 회원들이 순례를 오게 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림사는 원표대사가 당나라를 거쳐 인도로 가서 <화엄경>을 가져와서 중국 복건성 지제산에 화엄사를 창건하고 천관신앙을 널리 전파한 뒤, 조국인 신라로 돌아와서 창건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 회원들이 오늘 이 보림사에 순례를 온 이유의 의미는 말할 수 없이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우리는 <화엄경>의 진리를 배우기 위해 53선지식 기도도량 순례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예사로운 법연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친견해야 할 선지식은 바로 여덟 번째 선지식인 휴사 우바이입니다. 지금 곁에 있는 도반이 이곳 보림사의 주지 일선스님과 대중들, 그리고 보림사에 계시는 부처님이 바로 휴사 우바이임을 알고 열심히 기도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선재동자가 휴사 우바이에게서 얻은 경계는 바로 불퇴주이다. 이것은 ‘공(空)의 이치를 체득하여 거기에서 물러나지 않는 선(禪)의 경지’이다. 휴사 우바이가 머무르고 있는 곳은 바로 해조(海潮)라는 곳이며 보장엄 동산이다. 말하자면 이곳은 ‘생사의 바다’를 뜻한다. 그는 이 ‘생사의 바다’에 머물면서 중생들이 가진 모든 병과 번뇌의 때와 나쁜 소견과 수많은 장애들을 부수고 걸림 없이 청정한 경계에 들어가는 법의 이로움을 오랜 수행을 닦고서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그가 깨달은 법의 이치는 무엇일까? 그는 우리가 가진 마음을 잘 다스려서 항상 “근심 없고 편안한 커다란 깃발”을 지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려면 사람들은 어떤 보살행을 행해야만 할까? 

휴사 우바이는 중생들이 끊임없이 자비행을 실천해서 번뇌로 들끓는 시방세계의 중생바다를 깨끗이 장엄하여 불법의 바다를 성취해야 한다고 선재동자에게 큰 가르침을 주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공(空)의 이치를 체득하여 물러나지 않는 불퇴주의 경지인데 이것이 바로 휴사 우바이의 가르침이다. 

우리 회원들은 가지산 보림사에서 휴사 우바이의 가르침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으며 주지 일선스님의 주옥같은 법문을 들었다. 법회 중에는 평화의 불 분등, 국군장병 초코파이 전달. 약사여래보시 전달식 등을 가졌으며 법회 후에는 기와불사와 직거래 장터를 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장흥군에서 연 ‘2016장흥국제통합의학박람회’에 초대받아 둘러보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 비 그친 산사에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장엄하고 있었다. 

일선스님 보림사 주지

53기도도량 순례 함께 하세요

동참문의 : (02) 900-0193~4 

[불교신문3251호/2016년11월23일자] 


 

선묵혜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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