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6일 현 시국 관련 호소문 발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12월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로비에서 현 시국과 관련한 종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조계종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긴급 호소문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발표한 호소문을 통해  '근본으로 돌아가면 본래의 뜻을 얻고, 보이는 것만 좇다 보면 근본을 잃는다'는 의미의 '귀근득지 수조실종'(歸根得旨 隨照失宗)이라는 <신심명>의  구절을 인용해 “대통령께서는 민심을 천심으로 여겨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단이 공식적으로 최근의 시국사태와 관련한 종단 차원의 호소문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총무원장 스님은 “작금의 상황에서 조건 없는 즉각적인 퇴진만이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이라며 “국민들의 마음은 이미 충분하게 드러났으니, 더 이상 국민들의 뜻을 확인하려 하지 말고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국민들을 생각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어 총무원장 스님은 “나라 안 사정이 매우 시급하고, 나라 밖 정세가 매우 위태롭다”면서 “한시라도 나라를 정비해서 안팎의 위기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을 아끼는 마음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여야 정치인들 또한 현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민심을 바로 본다 하되 바로 보지 못했고 국가를 위한다 하되 그러하지 못했다”며 여야 정치인들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이어 “여야정치인들에 거는 국민들의 마지막 기대가 대통령의 탄핵에 있는 만큼 눈앞의 당리당략에 따라 조변석개(朝變夕改)하지 말고 민심을 올곧이 받들어야 한다”며 탄핵에 여야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평화적인 대규모 촛불집회를 통해 국민들께서 자랑스러운 해답을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스스로를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처럼 우리 안에 드리워진 불신과 두려움의 어두운 장막을 걷어내고, 촛불에 담긴 국민들의 염원을 모아 새로운 미래 희망찬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조계종은 국가적 위기와 혼란이 조속히 종식되고 우리 사회가 금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한걸음 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진할 것”을 선언했다.

그간 총무원장 스님은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만이 현 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특히 총무원장 스님은 지난 11월9일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수목등도화 사재능결과(樹木等到花 謝才能結果) 강수류도사 강재능입해(江水流到舍 江才能入海)’라는 불교 경전 구절을 인용하며 현 시국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서둘러 민생안정과 국정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는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는 뜻으로 국민의 뜻을 따르라는 점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뿐만 아니라 최성규 목사의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 직후인 12월1일에도 총무원장 스님이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차원에서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종단협은 입장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독단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지적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현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에 대해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국가 정상화를 위한 결단을 내려 줄 것을 요구했다.

이날 종단 차원에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선데 대해 총무원 총무국장 남전스님은 “총무원장 스님께서 호소문을 통해 밝혔듯이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오셨다”면서 “종단 신성을 상징하며, 종통을 계승하는 최고 권위와 지위를 가진 종정예하를 새롭게 모시는 중차대한 일정이 있었고, 이런 사정으로 시국과 관련된 입장을 오늘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종단 차원의 긴급 호소문을 발표하는 자리에는 중앙종회의장 원행스님, 호계원장 성타스님, 교육원장 현응스님, 포교원장 지홍스님,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정념스님, 전국비구니회장 육문스님 등도 참석했으며 호소문에도 공동으로 법명을 올렸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

호소문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듯 수백만 국민들이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쓰는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민들의 외침은 혼란과 위기의 국가를 새롭게 일으켜 세워 희망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소중한 빛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국가적 혼란을 해소해 나가기 위해 다음과 같이 대한불교조계종의 입장을 밝힙니다.

‘歸根得旨 隨照失宗 귀근득지 수조실종’

근본으로 돌아가면 본래의 뜻을 얻고 보이는 것만 좇다보면 근본을 잃는다 하였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민심을 천심으로 여겨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작금의 상황에서 조건없는 즉각적인 퇴진만이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입니다. 국민들의 마음은 이미 충분하게 드러났습니다. 더 이상 국민들의 뜻을 확인하려 하지 말아야 합니다.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국민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나라 안의 사정이 매우 시급하고, 나라 밖의 정세가 매우 위태롭습니다. 따라서 한시라도 나라를 정비해서 안팎의 위기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통령께서는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을 아끼는 마음에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여야 정치인들 또한 현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민심을 바로 본다 하되 바로 보지 못했고 국가를 위한다 하되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발로참회해야 합니다. 여야정치인들에 거는 국민들의 마지막 기대가 대통령의 탄핵에 있는 만큼 눈앞의 당리당략에 따라 조변석개(朝變夕改)하지 말고 민심을 올곧이 받들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평화적인 대규모 촛불집회를 통해 국민들께서 자랑스러운 해답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처럼 우리 안에 드리워진 불신과 두려움의 어두운 장막을 걷어내고, 촛불에 담긴 국민들의 염원을 모아 새로운 미래 희망찬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으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국가적 위기와 혼란이 조속히 종식되고 우리 사회가 금번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한걸음 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불기2560(2016)년 12월 6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원행
대한불교조계종 호계원장 성타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지홍
대한불교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월정사 주지 정념
대한불교조계종 전국비구니회장 육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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