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가운데, 선학원의 미래를 생각하는 분원장 모임이 입장문을 내고 “사건의 전모를 면밀히 파악하고 범계사실에 대해서는 이사장을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선미모는 6일 ‘선학원 이사장의 여직원 성추행 혐의 불구속 입건 사건에 대한 선학원 창건주·분원장들의 입장문’을 통해 “이사장을 세 번째 연임하고 처음 이사장에 취임할 때부터 선학원 창립정신을 계승해 ‘제2의 정화불사’를 전개하겠다고 수차에 걸쳐 공언해 왔는데, 그런 분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니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냐”면서 “거대 불교재단의 최고 직위에 있는 분으로서 세간의 모범이 되진 못할지언정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런데 참회는커녕 ‘음해다. 모함이다’라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면서 “변명은 또 다른 변명을 낳고,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행스럽게도 선학원을 올곧게 지켜나가고자 구성된 원로 스님들의 기구인 장로원과 범행단이 있으니 이 사건의 전말을 밝혀 실추된 선학원의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미모는 “사건 전모를 면밀히 파악하고 범계 사실에 대해서는 정관과 분원관리규정에 의해 이사장을 징계해야 한다”면서 “설사 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논란 자체가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가지 않도록 이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을 예방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전반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

<(재)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의 여직원 성추행 혐의 불구속 입건 사건>에 대한

선학원 창건주·분원장들의 입장

12월 2일 언론보도에 의하면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되어 서울 종로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고소장이 접수된 후 변호사를 통해 피해자에게 돈을 제시하며 합의를 종용한 바 있다고 알려지자 불교여성개발원,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종교와 젠더연구소 등 불교계 여성단체들이 5일 법진스님의 성폭력 사건을 규탄하면서 법진이사장의 공직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선학원에 몸담고 있는 분원장 · 창건주로서 차마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본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표명한다.

1. 이사장 법진스님은 600에 달하는 사찰을 산하에 둔 선학원의 최고 수장이다. 선학원은 일제 강점기, 왜색불교에 대항해 청정승가의 한국불교 전통을 수호하기 위해 창립되었으며, 해방 이후엔 정화의 산실 역할을 하였다.

2. 이사장을 세 번째 연임하고 있는 법진스님은 처음 이사장에 취임할 때부터 선학원 창립정신을 계승해 청정승풍을 진작하는 ‘제2의 정화불사’를 전개하겠다고 수차에 걸쳐 공언해 왔다.

또한 법진 이사장은 평소 법문과 글을 통해 ‘불교의 기본은 업과 윤회다. 그림자가 자기 몸을 따르듯 말과 행동은 모두 자기 책임이다.’고 계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계행을 준수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3. ‘제2의 정화불사’를 논하고 계행준수를 주장하는 그런 분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되었다니,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이것은 ‘주머니 속에 송곳이 있으면 언젠가는 삐져나오듯(囊中之錐) 악업은 언젠가는 밝혀진다’고 한 자신의 말을 스스로 증명해 보인 셈이다.

선학원이라는 거대한 불교재단의 최고 직위에 있는 분으로서 세간의 모범이 되지는 못할지언정 여직원 성추행이라니,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참회는커녕 ‘음해다. 모함이다.’ 라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은 참으로 치사하고 비겁한 행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변명은 또 다른 변명을 낳고,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로 이어진다.

4. 선학원에는 다행스럽게도 올해 출범한 장로원과 범행단이 있다.

장로원은 선학원을 올곧게 지켜나가고자 구성된 원로스님들의 기구이고, 범행단은 ‘선학원 내 범계자 범법자로부터 정법을 지킨다’는 목적으로 출범한 기구이다. 범행단과 장로원은 이 사건의 전말을 밝혀 실추된 선학원의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

5. 이사회는 조속한 시일 내에 이사회를 소집하여 ‘법진 이사장의 성추행 피소사건’의 전모를 면밀히 파악하고 범계 사실에 대해서는 정관과 분원관리규정에 의하여 이사장을 징계하여야 한다. 범계행위를 묵과해선 안 된다. 설사 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논란 자체가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책임을 져야 한다. 이사회는 더 이상 법진스님의 개인 비리를 덮기 위하여 재단 구성원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아야한다.

또한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며, 이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을 예방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전반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6. 마지막으로, 법진스님은 더 이상 추한 모습 보이지 말고 본인이 한 말대로 이사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스스로 허물을 드러내놓고 참회하다가 부끄러우면 물러나는 것이다. 또 남이 잘못을 지적하면 부끄러워서 물러나야 한다. 자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남이 지적해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다. 승려로는 부족하다. 사부대중, 즉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가 힘을 합쳐야 한다.” <불교저널 2014.10.16. 법진스님 인터뷰 기사>

창건주와 분원장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 빨리 선학원의 설립정신을 회복하여, 선학원이 한국불교를 이끌어가는 중추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불기 2560(2016)년 12월 6일

선학원의 미래를 생각하는 분원장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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