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리운 당신이십니다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던 짧은 여행이 이제 아쉬운 작별의 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귀한 기회를 얻어 상담칼럼란에 연재되었던 이 글들은 바로 여행길마다 띄워보냈던 편지이기도 했습니다. 그 여행길 위에는 울고, 웃고, 때로는 화내고 속상해하며, 외로워하고, 그리워 밤을 지새던 생생한 마음의 표정들이 늘 가장 온전한 자리에 놓여 있었고, 그 자리에는 반드시 그 표정들과의 설레는 만남이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만남에는 반드시 끝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단 한 번뿐인 이 삶과 같이, 우리가 만났던 지금의 이 형상 그대로 다시는 또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욱 그리웠습니다.

모든 것이 다 그렇게 지나갈 것들이었던 것입니다. 언젠가 반드시 사라질 모든 것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덧 눈치채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앞에 있는 그 생생한 표정을 만날 기회는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요.

우리의 삶은 언제나 우리에게 단 한 번뿐인 기회였던 것입니다. 불현듯 찾아왔다가 홀연히 사라져갈 마음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만나기 위해 이 세상에 왔습니다. 너무나도 그리워서 만나기 위해 이 대지를 밟았습니다. 마음이 너무나도 그리워서 마음을 만나기 위해 이 여행을 떠나왔습니다. 우리가 마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을 경험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는 이 반가운 만남의 감수성이 이 짧은 여행의 편지들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모든 것일 것입니다.

그렇게 바로 우리가 문을 두드리는 자였습니다. 우리는 여행길마다 정성스레 문을 두드리며, 그 무수한 문들 뒤편에서 저마다 가장 고유한 형상을 드러내며 우리를 맞아줄 마음의 표정들을 만나고자 했습니다. 이 문 뒤에는 어떤 아름다운 얼굴과의 만남이 있을까, 그리움 속에 문이 열리기를 설레어 기다리며 기꺼이 마음을 알고 마음과 친해지고자 떠난 여행길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내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마음이 그리워 마음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났던 만큼이나, 마음 또한 우리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우리가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마음 또한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늘 그리운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에게 늘 그리운 당신이 분명히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마음에게 늘 그리운 당신이었습니다. 서로를 그리는 둘이, 서로의 그리움을 알아, 서로를 하나로 만나는 이 유구한 역사를 우리는 상담이라고도, 사랑이라고도, 삶이라고도 부를 것입니다. 반복되고 또 반복되어도 늘 반가운 이야기일 것입니다.

살아있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늘 그리운 당신이십니다.

“똑똑똑.” 

[불교신문3260호/2016년12월24일자] 
 

 

 

임인구 실존상담연구소장 삽화=용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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