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 현상을 실험심리학에서는 ‘확증 편향’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 2016년을 일주일 정도 남긴 요즘, ‘최순실 게이트’로 시끄러운 세상을 보며 ‘확증 편향’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본다. ‘최순실 사건’은 여러 측면에서 공부 재료를 제공하지만 특히 ‘인간의 편향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얼마 전 미국 대선에서 있었던 ‘대선 결과 오보사건’ 때도 그랬다. 미국의 주류 언론과 여론 조사기관들 대부분이 망신을 당했다. ‘확증 편향이 부른 오류’라는 점에서 ‘최순실 사건’과 닮은꼴이다.

올해 동악(東岳)에 오해와 갈등의 바람이 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이들이 아픔을 겪었을 것이고, 미움과 분노와 상처와 고통이 뒤섞였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그 바람이 ‘확증 편향’ 때문은 아니었길 바란다. 만에 하나라도 ‘확증 편향’ 때문이었다면, 이제라도 ‘원융(圓融)’의 마음으로 ‘회통(會通)’ 하기 바란다. 

2016년 올 한해, 내가 지켜보는 모교 동국대는 자랑스럽다. 사법고시 4명, 행정고시 6명, 입법고시 1명, 회계사 30명, 공인노무사에 13명이 최종합격했다고 한다. 사시 합격은 전국대학 7위요, 행시는 전국대학 9위, 회계사는 전국대학 11위의 성적이라고 한다. 나는 이런 고시합격자 숫자나 신문이 정해주는 순위로 대학을 판단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갑고 대견하다. 또 약 한달 전 어느 아침에는 신문을 보며 눈이 번쩍 뜨였다. 동국대 후원의 밤 행사가 열린 단 하룻밤 새 100억원이 넘는 발전기금이 기부돼 올해 기부총액이 230억원을 돌파했다는 내용이었다. 학창시절 귀가 따갑게 들어왔던 ‘동국의 저력’, 동국 110년의 저력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전율로 다가왔다. 이런 금자탑이 왜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몇 차례의 밤이 지나면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 아침이 밝는다. 이른 새벽, 어둠을 뚫고 힘차게 울어대는 수탉의 첫소리에 ‘확증 편향’의 찌꺼기는 모두 날려 보냈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학교, 법인, 동창회와 교수, 직원, 학생 등 전 동국인들의 뜨거운 원융회통으로 동악에 상서롭고 희망찬 용맹정진 도약의 기운만 가득 찼으면 좋겠다. 

[불교신문3260호/2016년12월24일자] 
 

최중홍 문화일보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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