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비장애인들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과 가난한 사람들은 지금은 더욱 살아남기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적폐가 많은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는 폭풍에서 저희들도 자유롭지 못하답니다.

우리 세상의 중심 문제는 인간의 상호관계라고 들었습니다. 함께 하는 존재, 공동체의 소중함입니다. 2014년 대한불교조계종에서 ‘빈곤문제 해소를 위한 무차대회’에 초청해 주시고 이후 2년 동안 1사찰 1개 단체 결연으로 12개 빈곤단체에 매월 10만원씩을 후원해주셨습니다. 후원해주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불교가 소외와 배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싸우는 저희에게 손길을 내밀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2년의 약속을 지켜주신 것도 모자라 다시 또 후원을 해주신다고 합니다. 16일 있었던 ‘1사찰 1단체 후원 결연식’에서 총무원장 스님의 “모든 이들에게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가 이루어지도록 늘 함께 노력하겠다.” 는 말씀을 듣고 정말 기뻤습니다. 저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든든한 관계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광화문역 지하도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1600일 넘게 농성 하고 있는 장애인들도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의 신체에 1급부터 6급까지 등급을 매기고, 복지서비스를 오로지 의학적인 장애등급에 의해 획일적으로 집행하는 제도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1급 장애인을 2급, 3급으로 하락시켜 장애인 복지 예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양의무제’는 본인에게 소득과 재산이 없어도 1촌 내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에게 소득이나 재산이 있으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비를 받을 수 없게 하는 부양의무자 기준 조항으로, 소득과 재산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과 장애인의 부양의 책임을 국가 복지제도가 아닌 가족에게 전가합니다. 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 부양의 무게에 짓눌려 장애인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저희는 이러한 불합리한 제도를 철폐하기 위해 올해도 열심히 싸울 것입니다.

연기(緣起)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어떤 조건에 기대어 존재한다는 것, 그 조건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고 사라진다는 것’에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어떠한 공적지원도 없이 광화문 농성장을 1,600여일이 넘도록 지킬 수 있는 힘은 1사찰 1단체 후원과 같이 저희의 활동을 지지해주고 기댈 수 있는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불기 2561년 정유년을 맞이하여 조계종 신년하례법회에서 “새로운 아침을 열어 버림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고난과 비애를 덜어주고 어려움으로 고통 받는 중생들과 더불어 항상 함께해야 할 것”이라는 법어를 나누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지금, 권력의 교체에만 그쳐서는 안 됩니다. 지역사회에서의 배제, 격리, 소외를 일상적으로 경험했던 장애인과 빈민들이 비로소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리며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온 세상이 맑고 향기롭기를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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