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은 전부 자본가 몫이란 생각 벗어나야  

부처님은 연기를 알면 법을 알고 법을 알면 연기를 안다고 설하셨다. 여기서 법이란 불교의 진리를 말한다. 이 말씀을 곰곰 생각해보면 불교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단어가 아닐 수 없다. 부처님은 또 연기란 쉽게 알 수 없다고 경고하셨기에 우리는 연기를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경전에는 워낙 여러 가지로 설명될 수 있는 연기 개념이 설해져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구절은 “이것이 있으니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니 이것이 있다. 이것이 생기니 저것이 생기고 저것이 소멸하니 이것이 소멸한다”는 부처님의 말씀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다보면 모든 현상이 연기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막상 생각하고 행동할 때는 연기적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예를 들어 모든 부모를 힘들게 하는 사교육비 문제는 독립돼 존재하는 문제가 아니고 여러가지 요인이 얽혀서 상호의존적으로 일어나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사교육비 문제를 다른 현상과 분리해 생각하다보니 단편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입시제도를 고치면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해 입시제도 해결에만 매달리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경제도 모든 현상과 마찬가지로 연기적이므로 경제문제를 해결할 때는 연기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이익의 발생도 연기적인 현상에 틀림없다. 이익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인이 개입된다. 자본이 있어야 사업을 할 수 있고 유능한 경영인도 필요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도 있어야 한다. 정부가 각종 제도와 법으로 시장을 창조해야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 팔 수 있다. 대학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논문에서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정부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을 무상으로 가져다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익의 창출에는 수많은 사람, 기술, 물품, 제도 등이 개입된다.

이익을 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요즘 가장 중요한 요인은 행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부처님은 ‘행운이 없으면 돈을 벌지 못한다’고 말씀하고 계신다. 만약 부처님이 착하게 살면 돈 많이 번다고 말씀하셨다면 좋은 말씀이기는 한데 현실에 부합하는 말씀은 아니라고 실망했을 거다. 수출하는 기업은 환율이 오르면 이익을 보고 환율이 떨어지면 손해를 본다. 반대로 수입하는 기업은 환율이 오르면 손해를 보고 환율이 떨어지면 이익을 본다. 메르스가 한국을 공포에 몰아넣었을 때 손 씻는 세정제 제조기업은 많은 돈을 벌었다. 이 모든 것들이 행운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따라서 이익이 생기면 자본가 혼자만 독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는 이익에 세금을 부과해 일부를 회수한 뒤에 다양한 공공부문 서비스를 국민과 기업에게 제공한다. 기업이 세금을 내고 남은 이익은 누구의 것일까?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법적으로 자본을 투자한 자본가의 소유이다. 문제는 자본가가 남는 모든 이익을 독식한다는데 있다. 만약 이익이 연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자본가가 이익을 모두 독점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익 창출에 기여한 모든 관련자들이 이익을 나누어야 한다. 어떻게 나누어야할 것인가는 다음의 문제이고 자본가가 독식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중국 학생들과 대화를 하다가 그들이 한국 사람을 아주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게 됐다. 중국 사람들은 특히 한국 여성의 피부가 좋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런 연유로 한국 화장품은 중국 사람들에게 매우 인기가 좋고 덕분에 아모레 퍼시픽 회장은 주식 보유에 있어서 이건희 회장과 쌍벽을 이룬다. 화장품 회사는 한국 사람들, 특히 한국 여성들 때문에 이익을 많이 냈지만 한국 여성을 위해 이익을 분배하지는 않는다. 이제 불교의 연기적 관점에서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 

이익이 연기적이라면 어떻게 이익을 나누어야할까? 분배도 불교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이익을 나눈다고 하면 사회주의적 사고가 아닌가라고 반발할 수도 있지만 불교의 연기적 관점에서 보면 자본가가 독점하는 것은 불공정하며 ‘분배는 사회주의, 독점은 자본주의’라는 이분법적 흑백논리도 불교적인 주장은 아니다. 세금을 조금 더 거두어서 국민을 위해 써야하지 않을까? 21세기에 불교가 시장자본주의가 처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공할 수 있으려면 연기적 관점으로 경제를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불교신문3268호/2017년1월25일자] 

윤성식 논설위원·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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