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왜 이러나 …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이 지난해 진행한 ‘사찰 문화재관람료 징수 실태조사’ 관련 조계종과 사찰 협의 없이 진행돼 반쪽짜리 조사라는 논란에도 연구용역결과를 폐기하지 않겠다고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9일 문화재청은 종단으로 보낸 공문에서 폐기불가를 공식화 했다.

지난해 문화재청은 종단 및 해당 사찰과 사전협의 없이 10개 사찰에 대해 ‘문화재관람료 징수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를 뒤늦게 인지한 종단이 지난해 11월부터 사과와 재발방지, 연구용역 결과물 폐기를 요구하며 3차례 공문을 보냈음에도 제대로 응대하지 않았다. 되려 공무집행을 막고, 압력을 행사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종단이 확실한 입장을 재차 요구하자 비로소 폐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오락가락 한 해명으로 불교계의 공분을 샀다. 문화재청 정책총괄과 담당자는 지난 17일 본지에 보낸 답변서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과 해명으로 일관했다. 특히 조계종 소속 10개 사찰에 대해 문화재관람료 징수 실태를 조사하면서 종단과 해당 사찰을 협의대상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문화재청의 대답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보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 60% 이상이 불교성보이고, 조계종은 단일 단체로는 가장 많은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다. 게다가 종단은 지난 2004년 문화재청이 차관청으로 승격하는데 앞장서 왔고, 2015년에는 상시적 협력체를 구축하자는 MOU를 체결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협의대상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말은 이런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거나 부정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태조사와 관계없이 청 관계자가 사찰을 현지 점검했다는 말도 지난 12일 본지와 통화에서 한 말과 달라 주목된다. 당시 해당 사찰의 입장을 어떻게 청취했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담당자는 “5개 사찰 정도는 종무실장을 만났다. 나머지 사찰은 ‘예전 자료’를 참고해 입장을 정리했다”고 답한 바 있다. 

질의서에서는 이런 입장을 바꿔 연구용역과 관계없이 민원발생 사찰을 현지 점검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 용문사, 속초 신흥사, 구례 화엄사 등을 현지 점검한 것은 연구용역 수행과는 관계없이 민원이 자주 발생되는 사찰을 우리 청이 직접 현지 점검하고 해당 사찰 측과 민원 해소대책 등을 상호 협의한 것”이라는 게 문화재청 해명이다. 앞서는 조계종과 사찰을 협의대상으로 인식하지 않았다고 답하고, 다른 질문에서는 상호 협의를 언급한 것이다.

게다가 현지 점검했다고 밝힌 세 곳 중 두 곳은 문화재청 관계자를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논란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문화재청은 “이번 조사가 일반등산객 입장에서 관람료 징수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것”이라고 말해 사찰입장을 청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모면하려는 처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정현스님은 이 같은 문화재청을 비판했다. 조계종을 협의대상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해명도 문제고, 종단과 해당 사찰 입장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연구용역을 진행한 것은 혈세낭비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조사와 관련해 문화재청장이 조계종에 사과할 뜻이 있다는 것이 문화재청 대변인실을 통해 확인됐다. 안형순 문화재청 대변인에 따르면, 나선화 청장은 19일 불교방송 인터뷰에서 일방적으로 사찰 문화재관람료 징수 실태를 조사하고 조계종을 협의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종단이 주요하게 요구해온 연구용역 폐기를 거부한 것에 따른 후속조치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아, 비판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불교신문3268호/2017년1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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