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봄

                                           송종찬

전쟁과 혁명을 모두 겪은 할머니가 지하철역 앞에서

들꽃으로 엮은 제비꽃 다발을 팔고 있었지요

교수였던 남편은 혁명의 깃발 속으로 사라져갔다

밤 기차로 전선에 끌려간 아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마른 빵을 사려고 줄을 선 적이 없는 철없는 소냐를 위해

오십 루블에 꽃다발을 사서 기다리고 있었지요

똑똑한 남자는 혁명 때 용감한 남자는 이차대전 때 다 죽고

이념과 폭격 속에서 끝끝내 피어난 할머니와 들꽃과 소녀와

전쟁과 혁명을 겪은 한 가족의 역사가 여기 있습니다. 이념과 폭격 속에서 살아온 가족입니다. 한 명은 혁명에 투신을 했고, 또 한 명은 이차대전의 전선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남편과 아들을 차례로 잃은 할머니가 제비꽃 다발을 팔고 있습니다. 아마도 할머니에게는 손녀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손녀는 아직은 어려서 “마른 빵을 사려고 줄을 선 적이 없는”, 생계의 곤란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몹시 어렵고 딱한 이 유가족을 위해 시인은 오십 루블을 주고 제비꽃 다발을 삽니다. 그리고 할머니 곁에 나란히 섭니다. 할머니는 한 송이 들꽃입니다. 바람 많고 궂은 날 잦은 들에서 마침내 피어난 꽃입니다. 강인하고 숭고한 생명의 존재입니다.

[불교신문3274호/2017년2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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