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신 곳 : 경남 함양군 마천면 덕전리 766

좌우의 대칭이 잘 맞아 시선의 집중도는 있으나 다소 도식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마애불상이다. 머리 위로 늘어진 대나무를 베어내 그늘을 없앤 것은 좋은데 진한 약품 처리로 생경한 느낌이다.

두 광배는 한 줄의 융기된 띠를 두르고 육계 위에는 화불 한 분과 보상화문을 들였다. 철선(凸線)의 신광배에는 연주문(聯珠紋)을 베풀고 좌우 다섯 곳에 보상화문으로 치레를 한 후 밖으로는 29번씩의 돌기문(突起紋)을 새겼다. 푹 파놓은 눈두덩 아래 가느다란 눈매는 토끼잠을 자다 깨어난 모습으로 천왕봉을 응시한다. 삼도를 새긴 바튼 목은 귀가 어께에 닿을 정도로 짧아 답답해 보인다. 통견의 대의는 정중앙에서 한 번 꼬여 양 어께로 네 가닥씩 올라 갔는데 이런 양식은 8세기경의 불상에서 그 작례를 볼 수 있다. 광배에 조식된 연주문과 화염문양은 보성 유신리 마애불상(보물 제944호)에서도 그 친연성을 발견할 수 있다. 양손은 시무외 여원인인데 몸체에 비하여 너무 작아 어색하다. 의습(衣褶;옷 주름)은 중앙에 가사가 꼬인 부분에서 시작하여 파문상(波紋狀;물결무늬)의 역 원호가 다섯 번 일어나고, 다시 양 다리를 따라 허벅지에서 타원을 그린 다음 정강이 아래쪽까지 여섯 번의 돌출 반원을 그려 마감한다. 무릎 아래로는 군의 자락이 늘어 졌다가 살짝 들어 발가락을 보여줌으로 보는 이의 긴장을 일순간에 풀어준다. 

기단은 다섯 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방형인데, 위에는 단판(單瓣) 연화잎을 겹으로 새겨 놓았다. 그 사이에는 간엽(間葉)을 두어 운치를 더했는데 미렷한 발가락은 간지럽히면 살짝 오므릴 것처럼 앙증맞다. 

[불교신문3277호/2017년3월1일자] 

현근스님 전통도사성보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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