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회와 서원 기도 900일 맞은 정준식 씨

하루 1000배씩, 1000일 기도. 첫 절을 올릴 때만 해도 ‘과연 가능하겠느냐’, ‘며칠 하다가 말겠지’ 등 주변 시선은 의구심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묵묵히 몸을 낮추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절을 올렸다. 그렇게 세 번의 겨울이 지나고 900일이 다가온다. 서울 조계사 생명평화법당에서 ‘세월호 참회와 서원의 생명평화기도’를 이어가고 있는 무위거사 정준식 씨<사진> 이야기다. 900일을 앞둔 지난 2월27일 생명평화법당에서 정 씨를 만났다.

정준식 씨가 생명평화기도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9월22일, 오는 9일이면 900일을 맞는다. 그가 절을 통해 물질만능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평소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세월호’였다.

“물질만을 우선하는 우리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도법스님이 이끄는 화쟁순례에 참여하게 됐고, 순례 도중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했습니다. 더 이상 1000일 기도를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고, 순례를 마치고 절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해를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의 원동력도 세월호 유가족들이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진상규명에 나섰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것이 정 씨의 생각이다. 1000일 기도를 통해 바라는 것 역시 단 하나, 세월호의 진실이 규명돼 세월호로 인한 아픔이 치유되는 일이다.

정 씨의 일과는 매일 오전8시30분부터 오후5시까지 절을 올리는 일이 대부분이다. 수행의 방편으로 절을 택한 이유는 그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수행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 씨는 “혼자서 하루 1000배, 1000일 동안 절을 올리는 것보다 스스로 변화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100만 명이 한 번 씩 절을 올리면 그 힘이 더 클 것”이라며 “지난 20년 동안 수행을 해왔다. 몸과 마음을 낮추며 절을 하는 동안 스스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절은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1000일 기도는 오는 6월17일 회향한다. 1000일 기도가 끝나면 절이 아닌 또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이 행복하게 서로 어울려서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기도에 나설 계획이다. “세월호 3주기 이후 두 달 정도 지나면 1000일 기도가 끝이 난다. 1000일 기도가 끝나더라도 생명평화기도가 이어져서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의 아픔이 해소되길 바란다”는 정준식 씨는 “생명평화기도를 계기로 물질만능의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흐름이 우리사회에 생겨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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