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용자 850만명 넘어 

사찰도 게임 즐길 수 있어

새로운 포교 매개체 ‘적합’

불교와 자연스럽게 ‘인연’

“포켓몬을 찾아 종각역과 인사동에 들렸다가 조계사 마당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엄마 따라 사찰에 온 적은 있지만, 스스로 절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지난 2월15일 서울 조계사에서 만난 대학생 김민지씨는 포켓몬고 덕분에 절에 왔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개학을 하지는 않았지만 친구들과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포켓몬고 정보를 자주 공유한다”면서 “조계사뿐 아니라 봉은사, 범어사, 직지사, 법주사에서도 포켓몬 캐릭터를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전국 주요 사찰에 포켓몬이 출몰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게임 때문에 방문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정식 출시가 6개월이나 늦었지만 폭발적인 인기와 더불어 게임 이용자의 사찰 방문도 증가 추세이다. 주로 10대~20대가 이용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중년과 노년 세대에서도 포켓몬고를 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포켓몬고의 가장 큰 특징은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실제 현실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 증강현실이다. 이에 비해 가상현실은 자신과 배경이나 환경이 현실이 아닌 가상의 이미지를 사용한다. 마치 이용자가 그 환경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술이란 점에서 증강현실과는 다르다.

포켓몬고 캐릭터가 자주 출현하거나 게임에 이용 가능한 포켓볼을 얻을 수 있는 포켓스탑 지역은 ‘포세권’, 그 근처에 사는 사람은 ‘포수저’라고 하는 용어도 등장했다. 또한 포켓몬고의 경제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포케코노미(PokemonGo+Economy)’라는 말까지 생겼다. 포켓몬고가 나오는 곳의 매장에 매출액이 급증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국내외 일부 기업에서는 게임업체와 제휴를 맺고 포켓스탑과 체육관을 지정해 손님을 유치하는 ‘공동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도 했다.

이러한 포켓몬고 돌풍이 절집까지 불어 닥쳤다. 특히 도시 인근의 접근성 좋은 고찰(古刹)에 출현하는 포켓몬고를 잡으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속초시 등 강원도 일부 지역에 포켓몬고 게임이 실행될 당시 설악산 신흥사와 낙산사에는 전국에서 밀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포켓몬고 열풍의 원인을 컴퓨터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에 식상한 현대인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데서 찾고 있다. 모바일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게임산업이 발전하면서 등장한 현상으로 분석한다. 기존 게임과 달리 일상 공간에서 캐릭터를 잡는 등 실제 생활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도 인기요인이다. 실내 보다는 야외에서 활동적으로 게임을 한다는 사실을 장점으로 꼽는 이도 많다. 포켓몬고를 하면서 경복궁과 덕수궁 등 역사적 공간을 자연스럽게 방문해 문화적 소양을 기르는 계기도 된다는 예찬론자도 있다.

포켓몬고 열풍이 거세다. 게임을즐기려고 사찰을 찾는 이들도늘고있다. 사진은 서울 조계사에서포켓몬고게임을즐기는이용자.김형주기자cooljoo@ibulgyo.com

포켓몬고 열풍이 사찰까지 이어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의 평가가 병존한다. 탈종교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불교에 대한 친근한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게임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사찰을 찾도록 하여 불교와의 인연을 맺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빛이 있는 만큼 그림자도 있다. 포켓몬고 게임에 집중하면서 교통사고 등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사찰도 비슷한 걱정이다. 유응오 직지사 종무실장은 “직지사와 직지공원이 포켓몬고 성지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면서 “일주문 앞의 직지공원 인근에서는 게임을 하며 서행하는 차량 때문에 통행에 불편을 겪는다”고 전했다. 유응오 종무실장은 “아직까지 경내에 들어와 게임을 하는 이들이 많지는 않다”며 “공중도덕과 예의를 지키면서 다른이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안전하게 즐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포켓몬고가 가능한 사찰은 접근성이 좋은 중소 도시 이상에 자리하고 있다. 교통이 불편하거나 산간에 위치한 사찰에서는 포켓몬고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게임 회사 입장에서는 캐릭터를 추가로 배치할 수밖에 없어 확장 가능성은 높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포겟몬고 인기가 상승하는 가운데 포켓몬고 같은 증강현실 게임을 포교의 새로운 연결고리로 삼아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포켓몬고 제작 회사와 협의해 사찰이나 불교문화재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가능하게 조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불교계에서 관련 업체와 협의해 포켓몬고와 유사한 증강현실 게임을 만들어 사람들을 사찰로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찰 방문객이 대웅전 앞에서 증강현실에 기반을 둔 모바일 게임 등을 통해 정보를 확인하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포켓몬고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은 부작용도 우려된다. <상응부경전>에는 이러한 구절이 나온다. “사람의 생각은 어디든지 갈 수 있다. 그러나 어디를 간다하더라도 사람은 자신보다 더 소중한 것을 찾아낼 수 없다. 또한 자신이 소중한 것을 아는 자는 다른 사람을 해쳐서는 안 된다.” 포켓몬고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게임에 빠져 자신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불가에서 본성(本性)을 찾아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한 심우도(尋牛圖)의 교훈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심우도의 주인공은 잃어버린 소를 천신만고 끝에 찾아 결국은 집으로 돌아온다. 나중에는 소에게 조차 끄달리지 않는 심우도의 주인공처럼 포켓몬고에 끌려 다니지 않으며, 허상이 아닌 실상을 발견한다면 금상첨화 아닐까. 

[불교신문3277호/2017년3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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