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영문판 펴낸 혜민스님

‘국민멘토’ 혜민스님가 지난달 선보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영문판이 영미권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마음치유학교에서 만난 혜민스님

영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세계 20여개국서 출간 예정

"일상문제 명상해결 메시지

독자들 편안하게 받아 들여"

마음치유학교 교장 맡으며 

지친 현대인 위로에도 매진 

서울 인사동에서 마음치유학교를 운영하며 ‘힐링의 아이콘’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 미국 뉴햄프셔대 종교학 교수 혜민스님. 국내에서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스님의 대표저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영문판 ‘The Things You Can See Only When You Slow Down’이 영국과 미국에서 출간돼 큰 호응을 얻으며 해외에서도 ‘힐링멘토’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최대 출판그룹 ‘펭귄’이 지난 2월7일 미국에서 먼저 출간한 이 책은 초판 2만부가 모두 팔려 재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2주 뒤 영국에서는 출간 되자마자 영국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또한 영미권은 물론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전역에 번역돼 판매될 예정인 만큼 앞으로 스님의 힐링열풍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2일 마음치유학교에서 만난 혜민스님은 “당초 큰 기대 없이 출간한 영문판이 해외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어 저자로서도 놀라고 있다”면서 “최근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복잡한 현대를 살고 있는 대중의 마음은 국내나 해외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며 담담히 소회를 전했다. 이어 “책의 인기와 함께 최근 영어권 트위터 팔로우들이 급증했고, 더불어 책 관련 질문이 영어로 많이 들어와 시간 날 때 마다 답을 달고 있다”면서 “한 미국인은 ‘트럼프도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며 책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하는 등 혼란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국내외 대중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오히려 저자로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영미권 출판시장의 이 같은 반응은 사실 국내 출판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2016년 6월 발표한 ‘도서 저작권 수출 가이드북’에 따르면 미국에서 도서를 수입한 경우는 전체 도서의 3% 미만이고, 이 가운데 아시아 지역의 수입은 미비하다. 이만큼 미국 출판시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에서도 진출하기 어려운 곳으로 손꼽힌다. 펭귄은 물론 미국 내 대형 출판사에서 이 책의 판권을 두고 경합을 벌였다는 점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혜민스님은 “영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영미권 출판시장에서 동양인 저자의 책을 번역에서 출간해 성공하기 쉽지 않기에 펭귄 측에서 출간 제안을 받고도 고민이 많았다”면서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등을 번역한 김지영 씨와 함께 동서양의 문화차이를 고려하며 2년 동안 영문판 번역 및 재편집 작업을 진행했고, 책 표지도 미국과 영국인의 정서에 맞게 각기 다르게 디자인하며 남다른 정성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출간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영어판

영미권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에는 현지 유력 언론들의 관심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혜민스님은 영문판 출간과 함께 지난 달 미국에 2주간 머물며 라디오의 ‘뉴욕타임즈’로 꼽히는 공영라디오방송(NPR) 등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 영국 대표 일간지 ‘더 가디언(The Guardian)’과는 화상으로 인터뷰하기도 했다.

스님은 “국내에서 알고 있는 것보다 영미권 특히 미국은 명상 등을 통한 불교수행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이해도 높다”면서 “이런 가운데 한국의 스님이 SNS 등을 통해 포교하는 모습이 다소 신선하게 비춰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한 상처를 명상으로 치유하는 해결책을 담고 있는 책의 메시지가 현지 언론과 독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온 것 같다”고 전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영문판은 최근 독일, 이탈리아, 이스라엘, 터키, 러시아, 체코, 폴란드, 멕시코, 브라질,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세르비아에 이르기까지 대륙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 각국에 출간될 예정이다.

또한 스님이 지난해 선보인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의 영문판 제작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초 출간될 예정이다. 여기에 이달 중 영국을 방문해 BBC 등과 인터뷰, 강연을 시작으로 오는 5월 미국 하와이, 7~8월 사이에는 네덜란드, 9월 독일 등 세계를 돌며 해외독자와의 만남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님은 “책의 진가를 알아준 고마운 독자들을 위해 인연 닿는 데로 찾아가 많은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작가, 강사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혜민스님은 “마음치유학교 교장으로 그 어떤 소임보다 학교 활성화가 우선”이라며 대중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포교활동에 남다른 애정을 내비쳤다. 현재 책 관련 수익금은 학교 운영을 위해 쓰여 지고 있다. 지난해 이곳에 4600여 명이 다녀갔고 유료회원만 1200여 명에 이른다.

마음치유에는 종교는 물론 출가와 재가의 경계도 없다. 지난해 12월 인제 백담사 템플스테이연수원에서 ‘스님을 위한 힐링스테이’를 성황리에 마쳤으며, 서울대 암센터와 함께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마음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스님은 “수행자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도반들과 법담을 나누는 시간이며, 서로 살림살이를 드러내 가며 법담을 나눌 때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면서 “하지만 치유가 안 된 일반인들에게 법담을 하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만큼 마음의 치유를 진행하고 그 이후에 수행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10월부터 불교TV ‘울림’ 앱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혜민스님은 교계는 물론 지상파에 출연하는 방송포교에도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스님은 “미디어를 활용하면 보다 많은 이들에게 불교를 알릴 수 있는 만큼 예능에서 게스트로 소비되지 않는 선이라면 포교를 위한 방송출연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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