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신곳: 경남 거창읍 미륵길 19-61

거창 시내는 동서에 한 분씩의 석불이 계시는데 이 불상은 서쪽 산 아래 건흥사지에 위치한다. 건흥사는 <조선환여승람>(1934)에 수록된 것으로 보아 그때까지는 존속했던 절로 보인다. 

무척 커 보이는 두상 위 발계(髮繫)는 천개(天蓋)를 안정적으로 얹기 위한 게 아닐까 한다. 갸름한 얼굴은 생동감이 없는 모습이고 얕게 표현된 호선은 그 마저도 코를 떼어가는 바람에 흐릿하고, 오므린 듯한 입술에는 여성성이 짙게 풍긴다. 긴 목은 다시 붙인 관계로 이도선만 표현되었고, 수평인 양 어깨에 바깥으로 치우친 대의자락 안쪽 훤한 가슴에는 너댓가락의 경식(頸飾; 목걸이)이 선명하다. 명치와 아랫배에는 낙액의(落液衣)와 의대(衣帶)를 조식하고 군의 가운데에는 십자매듭을 새겨 놓았다. 왼손은 연봉을 들고, 천의 자락이 휘감긴 오른손으로는 손가락 사이에 보병(寶甁)을 잡고 계신다. 허리 아래로는 요포가 반원호를 그리며 내려 가다가 허벅지와 정강이에는 따로따로 그렸는데, 이는 통일신라 불상형식을 계승한 고려 초기에 나타나는 석불의 특징이다. 

치밀한 계산에 의한 조각으로 보이는 이런 의문(衣紋)은 복식사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양발은 기단과 몸체 사이에 별도로 만들어 끼웠는데 충주 원평리 석불(충북 유형문화재 제18호)에서도 볼 수있다. 뒤에는 흘러내린 천의가 앞면과 같은 위치에 있고 허리매듭과 나비형의 돋을새김이 엉덩이를 감싸고 있다. 

팔각의 대좌는 각 면에 안상을 두고 그 안에는 복판의 연꽃잎을 베풀었다. 불상은 복련(覆蓮)이 새겨진 기단의 연육(蓮肉)부 위에 서 계시는데 하체의 튼실함 덕분에 안정감이 있다. 

 [불교신문3283호/2017년3월22일자] 

현근스님 전통도사성보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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