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수스님 ‘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을 때 힘이 되는 말’ 출간

나이가 들수록 사는 게 참 내 맘 같지 않고 시간은 빠르게만 흘러간다. 흐르는 세월만큼 어깨 위 삶의 무게도 무거워져 간다. 툭툭 털어버리고 싶지만 어떻게 걱정거리를 덜어내야 하는지 배운 적 없어 고단함을 내려놓을 수 없다. 그런 나날 중 사람에 치이고 일에 부대껴 울음이 터질 때가 있다. 그런 날이면 스스로 어깨를 토닥일 힘도 없이 주저 않아 위축된 몸을 그러안는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이 간절해 ‘괜찮아, 잘 될거야.’라는 상투적인 말에도 서러움이 사그라진다. 그러나 때론 두루뭉술한 위로보단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어려움을 헤쳐 나갈 용기를 주는 힘이 되는 말이 필요하다.

범어사 교무국장 범수스님이 펴낸 <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을 때 힘이 되는 말>은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용기와 삶의 지혜를 찾아 쉬운 언어로 풀이했다. 책은 불자가 아니거나 불교에 귀의한지 얼마 되지 않은 초심자를 위해 일상의 언어를 사용하고 현실적인 사례를 겸하여 누구나 부처님 가르침에 쉽게 접근하고 이해하도록 돕는다. 고르고 고른 부처님 말씀을 평범한 일상과 잘 버무린 이 책은 마치 아늑한 스님 방에서 차담을 나누듯 편안하고 담담히 다가온다.

범수스님은 살아있는 글을 쓰기 위해 우화로 이루어진 불경인 ‘백유경’ 같은 형식을 염두하고 일상에서 소재를 찾았다. “저에게 힘이 되는 말은 무엇보다 부처님 말씀이죠. 부처님 법에 근거해 행동하고 계율을 나침반 삼아 지혜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을 쓸 때는 일기형식의 생활상 또는 스스로의 다짐, 경험에서 느꼈던 감정을 적어놓고 부처님 말씀을 인용합니다. 어려울 수 있는 경전구절은 독자들이 공감해야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입니다.”

범어사 교무국장 범수스님

스님의 글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비유와 함축으로 표현하고 그 참 뜻을 불교경전과 논서를 찾아 인용하여 완성된다. 이 책에 인용된 경전과 논서는 <금강경>, <법구경>, <화엄경>, <대지도론> 등 50종에 달한다. 불교와 비불교의 기준인 삼법인(三法印)을 뿌리로 삼고 여러 불교경전과 논서에 소개된 부처님 말씀을 줄기로, 일상의 이야기를 잎사귀 형식으로 달았다. 이를 위해 스스로의 부끄러운 경험도 들추어낸다. 한때 귀신을 두려워했던 경험을 밝히며 “마음이 사라질 때 온갖 경계도 사라진다”는 <능가경>의 가르침을 전하고 산에서 본 풀이 혹시 난인가 싶어 화분에 옮겨 심었던 일을 소개하며 “참괴(慙愧)를 아는 자는 결정코 통달하지만, 참괴를 모르는 자는 결정코 통달하지 못한다”는 <본사경>의 구절로 ‘부끄러움을 아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저자 범수스님이 꼽은 가장 추천하고 싶은 글은 1장에 수록된 ‘인과인가 운명인가’다. <잡아함> 구절 중 ‘모든 괴로움과 즐거움은 인연을 좇아 난다’로 시작되는 글은 인연법, 인과법에 중점을 둔다. 짧은 글이지만 고통의 원인부터 해결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행복이나 불행은 관념 속 존재하는 신이나 우상에게 빌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즉, 부처님이 밝힌 세상 이치, 무상(無常)·무아(無我)·인과(因果)의 가르침을 바르게 알면 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은 순간이 와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스님이 강조한대로 “괴로움이나 즐거움은 조건에 따라 생기고 소멸하며 인연으로 말미암은 불행은 원인을 찾아 제거하면 사라질 고통”이기 때문이다. 결국 책은 세상 모든 것이 변한다는 무상의 진리를 깨달으면 설사 호되게 넘어지더라고 툭툭 털고 힘차게 일어설 수 있다고 전한다.

또한 <관불삼매해경>의 “지극한 마음으로 단정히 앉아 불상을 관하면 이 사람의 마음도 부처님 마음과 같게 될 것이라서, 비록 번뇌가 있더라도 여러 악한 것에 덮이지 않을 것이다”라는 구절을 통해 ‘빨리빨리’만을 강요하며 ‘느림’과 ‘낙오’를 동급으로 여기는 성급한 사회분위기를 꼬집었다. 한가지일에 우직하게 임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일러 준다.

이 책은 2016년 한 해 동안 <불교신문>에서 연재된 ‘범수스님의 즐거운 부처님 말씀’을 중심으로 스님이 이전에 썼던 글들을 수정·보완해 엮은 것이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세상 이치에 대한 바른 이해, 2장은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바른 믿음, 3장은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 4장은 바른 생활을 주제로 다룬다. 부처님 말씀을 일상의 언어로 쉽게 풀어 쓴 덕에 이제 불교에 눈을 뜬 초심자들이나 절에 다닌 지는 오래됐으나 교리 공부를 제대로 해 보지 못한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꿀벌은 꽃의 종류나 모양에 아랑곳없이 꿀만 딴다. 독자들도 이 책을 그런 마음으로 읽어보길 추천한다. 손 가는 대로 아무 쪽이나 펴서 마음 편하게 읽거나 내 상황에 필요한 구절만 찾아 읽어도 된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어 직접 경전을 찾아 읽어본다면 세상을 살아갈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거울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반조해보는 경험도 해보길 바랍니다. 글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군데군데 허술하겠지만 그래서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자기만족이 아닌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부처님 말씀으로 위로를 전하고 싶어 출판하게 됐습니다. 부처님도 대중들에게 ‘스스로 비천하게 여기지 말지어다. 우린 모두가 존귀하다’고 설법했습니다.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용기가 되기를 발원합니다.”

마음 속 켜켜이 쌓인 고민과 문제가 어찌 책 한 번 읽는다고 해결되겠는가. 읽는 사람의 이해와 도량, 선택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낼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어설프고 두루뭉술한 위로를 전하지 않는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근거 삼아 마음을 바르게 보는 ‘지혜’와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용기’라는 선물을 건넨다. 살면서 언제든 마주할 수 있는 상실과 불안, 외로움, 집착에서 벗어나 위로와 조언을 받고 싶다면, 진정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면 <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을 때 힘이 되는 말>이 그 역할을 해줄 것이다.

“비 오는 날엔 신고 있던 고무신을 툇마루 끝에 뒤집어만 놓아도 아무런 걱정이 없을 만큼 단출하게 살고 싶다”는 범수스님은 1989년 범어사에서 흥교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뒤 조계종 교육원 연수국장과 창원 광산사 주지를 역임하고 현재 범어사 교무국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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