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좌회, 구체적 내용 없이 일방적 주장만
"왜 선거 때만 되면 수좌회 마저…" 우려 높아

사진왼쪽부터 보석스님, 원유스님, 의정스님, 월암스님, 강설스님, 정행스님.

전국선원수좌회(공동대표 의정스님)가 오늘(3월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총무원장 선거 직선제를 요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정작 직선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주장에만 그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수좌회 기자간담회는 공동대표 의정스님, 의장 월암스님과 전 수좌회 부의장 원유스님, 복지위원장 강설스님, 보덕사 입승 정행스님, 상원사 선감 보석스님이 참석한 가운데 수좌회 사무처장 인선스님 사회로 진행됐다. 

의정스님은 “종단이 점점 좋아질 것이란 생각으로 수행하는데 갈수록 적폐가 쌓이고 있어 중앙종회 전 수좌들의 뜻을 담아 얘기하고 싶어 자리를 마련했다”며 중앙종회 직선특위를 가동해 직선제를 관철하고, 총무원장 피선거권 제약을 규정한 선거법 즉각 개정을 촉구했다. 이어 월암스님은 “청정승풍은 점차 쇠락해가고 신도 300만이 감소한다는 획기적인 법난에 직면했음에도 그냥 있는 것은 종도로서, 수행자로서 입장을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선원 수좌들의 중의를 모았다”며 “청정승가를 구현해야 한다는 토대 위해 한 방편으로 직선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수좌 스님들은 직선제 형태나 제도화 실현을 위한 방안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하지 못했다. 월암스님은 “수좌회도 아직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직선제라고 했을 때 비구 비구니계 받은 모두가 참여해야 되겠지만, 선거권 부여에 대해서는 율사, 강사 스님과 행정하는 스님들 모여 충분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직선제 실현을 위한 방안도 모호하다. 기자회견에서는 직선제를 위한 의견 수렴이나 법제화를 위한 향후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의정스님은 “향후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종단이 저희 요구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준하는 행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월암스님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선언적 의미로 끝내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관철해나가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종단과 잘 협의해서 직선제뿐만 아니라 종단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고 싶다”는 정도에 그쳤다. 직선제에 대한 요구가 구호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를 노출한 셈이다.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열어 직선제를 주장한 배경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선거제도와 관련해 2013년과 2014년 중앙종회에서 법안이 발의됐다 무산될 때는 아무런 입장표명이 없다가, 총무원장 선거가 가까워오면서 수좌회가 또다시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것도 그 중 하나다. 

34대 총무원장 선거 때인 지난 2013년에도 수좌회는 총무원장 재임을 반대하며 단식용맹정진을 하다가 돌연 중단하면서 비판을 받은 것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월암스님은 “당시는 일부 집행부가 재임반대를 하다가 수좌들 총의를 모으지 못해 중도 폐기한 것”이라며 “이번에는 출재가자 감소 등 추락하는 모습을 눈감고 있을 수 없어 수좌 장로인 적명, 무여, 혜국스님 등 큰스님 가르침에 힘을 입어서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스님은 “청정승가를 구현하는 일환으로 총무원장 직선제가 시행돼야 한다”며 총무원장과 집행부, 중앙종회에 직선제 도입을 요구했다. 이어 선원수좌회가 문경 봉암사에서 운영할 세계명상마을 기공식이 올 가을에 예정돼 있다며 건립계획도 밝혔다. 

스님은 “재작년 봉암사에서 장로스님들이 회의를 열고 종단이 어려워지고 나라도 어려운데 이대로 수행만 하고 모른척 하고 지나갈 것인가 아니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지 얘기했다”며 “현대사회 문제가 정신문화와 물질문명의 부조화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고 간화선 정신문화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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