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조계종립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

지난 3월29일 동국대 총장실에서 만난 보광스님. 스님은 ‘일심동행’을 강조하며 “학내 모든 구성원의 화합과 상생을 위해 솔선수범하겠다”고 역설했다.

지난 3월29일 찾은 조계종립 동국대학교. 이미 봉축분위기다.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하는 연등이 곳곳에 걸렸다. 올해부터 학교 법당인 정각원을 비롯해 교정 안의 모든 연등에 재학생들이 자신이 직접 작성한 소원지를 무료로 걸 수 있도록 했다. 교내 불자와 비불자 비율은 50:50. 불교 최대의 명절을 방관자가 아니라 주인공이 되어 즐기면서 불교의 품으로 좀 더 다가설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제 임기가 막 절반을 지난 총장 보광(普光)스님이 내놓은 여러 배려 가운데 하나다. 학생들을 위한 인권센터를 설치하고 지도교수 선택제를 시행하면서 교수가 학생에게 행사할 수 있는 ‘갑질’을 원천봉쇄했다. 누구보다도 학생 편임을 자임하는 총장이다.

보광스님은 2015년 5월 제18대 동국대 총장에 선출됐다. 지관스님(전 조계종 총무원장) 이후 20여 년만의 ‘스님 총장’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첫 발걸음은 무거웠다. 논문표절 논란으로 2년 넘게 학내 구성원들과 마찰을 빚었다. 일부 교수와 학생들의 극렬한 반대로 선출도 2개월이나 늦어졌다. 스님은 “여러 가지로 공격을 받았고 상처도 많이 입었다”면서도 “억울하지만 변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제 논문에 대한 외부인물 중심의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재심 결과 ‘학계에서 용인 가능한 수준’이라고 결론이 났습니다.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입니다. 2년 이상 내부 혼란이 있었던 점은 유감입니다. 그동안의 학계 관행이나 다른 이유를 들어 제 자신을 변명하고 싶은 마음 역시 추호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 생각하며 앞으로 더욱 정진할 것입니다.”

스님은 지난 2월 교수 500여 명이 참석한 전체교수회의에서도 이와 같은 입장을 전했다. “이제는 학교 외부를 향해 모두가 시선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지난 2년 간 다른 대학들이 빠르게 달려갈 때 내부 갈등으로 인해 엄청난 비용과 에너지를 부질없이 소모하고 말았습니다.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듯이 모두가 하나 되는 ‘일심동행(一心同行)’의 동국을 위해 매진할 것입니다.”

누가 뭐라던, 스님은 열심히 달렸다. 전 세계 3800여 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2016 QS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14위 세계 444위를 기록했다. 4년 연속 순위상승이다. 특히 지난해에 비해 93계단이 오르며 역대 최고순위를 기록했다. 2016년 발전기금 모금액이 230억 원을 돌파한 점에서도 보람이 크다. 

“동국대는 그동안 30만 명의 동문을 사회 각계각층에 배출해왔습니다. 동문들의 걸출한 역량과 끈끈한 네트워크는 모교발전을 위한 원동력입니다. 지난해 11월10일 개교 11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후원의 밤 행사에서는 하루 만에 무려 100억 원을 모금하는 개가를 올렸습니다. 모든 동국인이 한마음 한뜻으로 이뤄낸 성과라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대형 국고사업도 잇따라 수주했다. 대학다운 대학을 만들자는 교육에 집중해 정부의 학부교육선도대학(ACE) 사업을 따냈다. 학생의 사회진출을 위해 ‘융․복합 인재양성’에 주력해 SW중심대학으로 뽑히기도 했다. 미래교육의 트렌드인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해 평생교육단과대학에 선정됐다. “대학 본연의 임무와 기본에 충실했던” 것이 굵직굵직한 스펙을 쌓는 비결이었다.

무엇보다 학교가 안은 막대한 빚을 털어내는 일이 발등에 떨어진 숙제였다. 530억 원에 달하던 서울캠퍼스의 부채를 2년 만에 300억 원 선으로 떨어뜨렸다. 교육부가 지정하는 원칙과 방침에 따라 학교를 공명정대하게 운영한 데 따른 공덕(功德)이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사립대들이 재정난으로 인해 인수자가 나타나길 학수고대하는 실정입니다.

학생들이 납부하는 등록금은 전체 학교예산의 60%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총장은 폼 내는 자리가 아니라 부지런히 돈을 벌어 와야 하는 자리입니다. 후원하겠다는 기업이 있으면 어디든 뛰어가서 고개를 숙입니다. 승려라는 체면은 벗어던진 지 오래입니다. 동료 교수들과 교직원들의 처우 무엇보다 학생들의 교육조건을 더 낫게 할 수 있다면 그만입니다.”

동국대는 알다시피 종단 최대의 종립학교다. 보광스님은 “‘스님 총장’이기에 불교 건학이념을 구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누구보다 무겁다”며 “학생들이 불교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고 역설했다. 매주 수요일 재학생 수요법회, 불교청년지도자 장학프로그램 운영, 불교계추천 인재전형 확대를 통한 미래 불교인재 선발(2017년 92명→2018년 108명), 교양강좌 커리큘럼 내 템플스테이 필수화 등이 비근한 예다. 강의실과 회의실 등 500개의 교내 업무공간에 부처님 사진을 걸었다.

‘N포세대’ 문제는 동국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에게도 해당될 것이다. 청년들에게 희망의 시작은 아무래도 취업이겠다. “학생들이 4년 간 낸 등록금은 자신의 취업을 위해 대학에 투자한 것인 만큼 반드시 학생의 재능과 노력에 걸맞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건 대학의 당연한 의무”라는 게 당신의 지론이다. 국내 대학 최초로 청년기업가센터를 설립했다. 

“대학의 사명은 기본적으로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과 소양을 갖춘 인력 양성입니다. 응당 취업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지요. 금년부터 취업 창업 대학원 진학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교과과정을 걔편할 계획입니다. 사회와 산업의 수요가 무엇인지를 그때그때 신속하게 파악해 즉각적인 변화를 줄 생각입니다.”

스님은 자신의 공심(公心)을 언젠가 구성원들이 기어이 알아주리라 믿고 있다. 교수와 직원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합리적인 인사를 통해 자존감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인간적인 소통에 대한 관심도 크다. 지난해까지 단과대별로 진행했던 교수간담회를 올해부터 학과별로 세분화했다. 틈나는 대로 교수연구실과 실험실을 찾아 교수들과 격의 없는 논의를 벌인다. 모두 개혁을 원하지만 방향이 개혁의 방향이 달랐다. 그래서 서로가 격렬하게 싸웠고 이제는 너무 지쳤다.

“재차 강조하건대 본교 운영철학이 일심동행입니다. 5월8일 개교기념일을 맞아 교훈을 ‘지혜’ ‘자비’ ‘정진’으로 변경할 예정입니다. 이렇듯 동국대는 한국불교의 위대한 정신이 만든 학교라는 것을 모두가 명심했으면 합니다. 다 같이, 웃으면서 갑시다.” 스님은 묵묵한 실천으로써 손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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