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이라는 

공휴일 명칭을 ‘부처님오신날’로 

바꾸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비록 작은 변화지만 

사회를 벗하는 민중을 위한 

실천이라는 점에서

작지만 큰 걸음의 열린 

행보가 아닌가 한다

연말에 새로 달력을 받게 되면 한 번 정도는 공휴일, 즉 빨간 날을 체크해 보곤 한다. 그런데 공휴일을 보면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 이외에도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처럼 ‘절’로 끝나는 4대 국경일과 현충일이나 한글날처럼 ‘일’이나 ‘날’로 끝나는 법정공휴일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절’로 끝나는 것은 원래는 국가적인 명절의 의미로 과거에는 설, 추석, 단오, 한식 4대 명절 등이 여기에 해당했다. 또 국왕이 존재하던 시절에는 군주의 생일 역시 명절로 정해진다. 오늘날 북한에서 김일성 생일을 태양절, 김정일 생일은 광명성절이라고 하는 것 역시 이와 같은 측면에 따른 것이다. ‘일’이나 ‘날’로 끝나는 것은 국가적인 기념일이라는 의미로 이는 국경일은 아니고 단지 법정공휴일일 뿐이다. 국경일과 법정공휴일의 차이가 명확히 안 들어온다면 국기게양을 생각하면 된다. 국경일은 국기를 게양하는 날이지만, 다른 법정공휴일에는 국기게양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불교기념일에서 절로 끝나는 기념일은 우란분절이 있으며, 일이 붙는 것은 성도재일이나 석가탄신일 등이 있다. 우란분절에 절자가 들어가는 것은 동아시아에서는 중세까지 불교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불교기념일이 국가 명절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석가탄신일’은 우란분절보다도 더 중요한 날임에도 ‘절’자라 붙지 않는 것일까?

석가탄신일이라는 말은 1975년 법정공휴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공식 명칭으로 사용된 것이다. 그 이전에는 석탄절이나 불탄절이라는 이름이 사용되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한자를 주로 사용할 때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한글로 석탄절이나 불탄절이라고 하면 어감이 영 탐탁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불탄절은 절이 불탔다는 뜻까지 연상시키니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렇게 해서 대두된 명칭이 바로 석가탄신일이다. 즉 한글표기와 관련해서 석가탄신일이 대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불교가 ‘절’에서 ‘일’로 명칭이 바뀐 것과는 달리, 기독교는 크리스마스, 즉 ‘그리스도(Christ)의 미사(mass)’라는 본뜻과 무관하게 ‘성탄절’로 표기했다는 점이다. 현재 절자는 설, 추석과 같은 전통명절도 빠진 4대 국경일에만 붙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런 점에서 성탄절은 바람직한 표현이 아니다. 특히 성탄절이 ‘성인의 탄생’이라는 의미로 예수와 관련된 특칭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서 성탄절은 크리스마스로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런데 이렇게 다소 어쭙잖게 절자가 붙는 것으로 만우절이 하나 더 있다. 만우절은 ‘에이프릴 풀스 데이(April Fool’s Day)’이므로 절이 아니라 날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즉 어떤 의미에서 이는 가짜 절인데, 이는 만우절이라는 거짓의 의미와 보다 잘 부합되는 측면이 있어 재미있다.

현재 불교계에서는 석가탄신일이라는 공휴일 명칭을 ‘부처님오신날’로 바꾸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이라는 표현은 1960년대부터 조계종을 중심으로 사용된 것인데, 한자 의존도가 줄어들면서 보다 정감 있고 친근감 있는 우리식의 표현을 공식화하자는 취지이다. 이것은 비록 작은 변화지만 사회를 벗하는 민중을 위한 실천이라는 점에서, 작지만 큰 걸음의 열린 행보가 아닌가 한다.

[불교신문3292호/2017년4월22일자] 

자현스님 논설위원·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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