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불자시인 ‘보리수아래’ 정기공연

“먼저와 기다린지 오랜가요/ 문 열어 맞는 두 손에 쓸쓸했던 외로움 가득 느껴져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나요/ 그대 얼굴이 너무 창백해요/ 마주 앉은 자리/ 그대에게 창문 앞에 놓은 마른 갈꽃 향기가 나요…”

장애인 불자 최명숙 시인의 글에 가수 진우 씨가 곡을 붙여 노래를 했다. 잔잔하면서도 애절한 가사가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가슴에 꽂혔다. 시를 통해 아픔을 노래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불자 시인들. 비록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는 못하지만, 그들은 한편 한편의 시를 통해 세상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리수아래가 지난 2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내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제10회 보리수 아래 핀 연꽃들의 노래’ 행사를 개최했다. ‘시, 그대 노래로 피어나다’란 주제로 열린 올해 행사는 보리수아래 지도법사 법인스님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스님의 격려사에 이어 회원들의 시에 곡을 입힌 노래 공연이 진행됐다.

이날 소개된 시는 김준엽 시인의 ‘꿈의 나라를 찾아서’, 김미선 시인의 ‘신정읍사’ 등 12편으로 서산 서광사 주지 도신스님, 피아니스트 최준, 가수 진우, 민성숙 속초장애인영화제 상임이사 등이 참여해 작곡했다. 이날 발표된 노래는 음반으로도 제작돼 보급될 예정이다.

최명숙 대표는 “작곡과 노래, 후원, 관객 등 동참자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무대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며 “장애를 가진 문인들이 문학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보리수아래는 장애를 가진 불자 시인들이 모여 현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의 후원으로 2005년 6월 창립됐으며, 공동시집 발간과 음악회, 템플스테이 등을 이어오고 있는 단체다.

[불교신문 3294호/ 2017년4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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