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안전관리 자격시험 공부를 해보기로 마음먹고 패기있게 도전했다. 적잖은 규모의 복지관을 운영하다 보면 안전관리에 대한 점검과 훈련도 필요하다. 강사님은 적절한 비유와 예를 들며 재미있게 설명했지만 소방관계 법령과 소방시설 종류, 소화설비, 화기취급 등 생경한 용어와 개념을 들으니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서 내쉬는 한숨소리와 ‘어려워요!’라는 하소연에 ‘나만의 일이 아니구나’ 안도감이 들었다. 일상용어가 아니고 낯설고 생소한 분야이기에 지레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멍하니 앉아 있는 수강생들에게 어떻게든 이해를 시키고자 하는 강사님의 노력에 진심과 열정이 느껴졌다. 차츰 집중하면서 다양한 실습과 이론을 공부하다 보니 낯설음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윤곽이 잡혀져 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교육받고 보니 비로소 내가 살고 있는 복지관 내의 수신기, 발신기, 스프링클러 같은 소화설비나 방화시설 안전장비들이 제대로 갖추어 졌는지 관심이 가고 눈길이 머문다.

일반인 대상 불교대학이나 초발심자경문 강의를 하다보면, ‘스님, 막상 들을 때는 알겠는데 뒤돌아서면 하나도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강의가 어려웠나? 제대로 듣지를 않는 건가? 딴에는 온 힘을 다했다는 생각에 서운하기도 하고 지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늘 낯선 자리에 앉아 생경한 교육을 받아보니 그들의 고충이 십분 이해 가고도 남음이 있었다. 가끔 그렇게 철이 드는 때가 있다.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노라 여기지만 세월이 흘러 그 자리를 돌아보면 미숙하고 채우지 못한 공백을 말간 항아리처럼 들여다보여 부끄러워지는 때가 있다. 스님네야 삶이고 일상인지라 익숙하지만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불교용어는 생소하고 낯설 것이다. 곧 새학기 불교대학 강의가 시작된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말에 이제는 타박하지 않고 첫 소리와 걸음마를 일러주는 어머니 눈빛처럼 자분자분 친절하게 살펴야겠다 마음먹는다.

[불교신문3294호/2017년4월29일자] 

일광스님 거창 죽림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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