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가 바라보는 차별없는 세상/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 김득중

해고ㆍ비정규직 문제는 쌍용차 뿐 아니라

많은 기업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입니다

종교가 이들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들어주고

자비심으로 보듬어 주길…

지난 4월13일 서울 광화문 농성장에서 만난 김득중 지부장.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해 제작했다는 코란도 모형의 농성장이 이색적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이던 2009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나돌았다.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법정관리를 신청, 1646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하고, 3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터를 잃었다. “회계조작을 통해 경영상 위기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하는 노조와 사측간 대립이 이어졌고, 77일간의 파업은 경찰력을 동원한 강제진압으로 끝장났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13년, 무급휴직자 복직을 발표하면서 쌍용차 문제가 일단락 됐다는 언론보도가 줄을 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평택공장 입구에는 복직을 요구하는 노조의 건물과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올해 1월부터 농성장이 들어섰다. 활동을 이끌고 있는 김득중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 지부장을 지난 13일 만났다.

“2646명 해고 노동자 가운데 455명이 무급 휴직을, 1904명의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어요. 희망퇴직을 거부한 159명의 노동자 가운데 다수는 집회와 관련한 회사측의 손해배상 소송으로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비정규직은 대안도 없이 회사를 떠났어요. 언론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쌍용차 문제가 해결됐다고 호도했지만, 정작 해고노동자의 고통을 더 가중되고 있습니다.”

김득중 지부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쌍용차 사태는 아직 진행형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김 지부장은 비정규직 문제도 거론했다. “2006년 비정규직이 노동조합을 설립하면서 최소한의 권익을 보장받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었다”며 결국 “기술만 빼가려는 외국계 자본의 먹튀”에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고 강조했다.

고3, 초등학교 자녀를 둔 가장이기도 한 김득중 지부장이 지난 9년의 세월을 버틸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김 지부장은 “해고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2012년까지 적지 않은 동료들이 자살을 선택했다. 가장 괴롭던 시기, 소외되고 고통받는 우리들의 농성장을 찾아와 손을 내밀어 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당시 서울시청 인근 대한문 앞에 농성장을 만들었을 때, 불교계를 시작으로 가톨릭, 개신교 등 주요 종단 지도자들이 찾아와 손을 내밀었다.

“소외된 사람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소외되고 있다는 자괴감입니다. 누군가 손을 잡아주려고 느낄 때 다시 힘이 생깁니다. 세상에 우리의 아픔을 알리려고 해도 사회가 우리의 소리를 들어주지 않을 때, 종교가 우리의 소리를 들어줬습니다. 약자의 마음을 알고,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려는 종교인의 모습에서 용기를 얻습니다.” 그 당시 인연으로 김득증 지부장은 2013년 11월 총무원장 스님의 취임법회에 참석해 꽃다발을 전달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약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많게는 900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특히 심각한 실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업은 최대한 인건비를 줄여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하며, 기업이 있어야 노동자도 있다는 논리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 다수의 노동자들은 언제 해고 당할지 모르고, 해고 후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신세로 전락할지 모른다.

“오죽하면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쌍용차 농성장 앞을 지나면서 ‘여기는 고생하는 단체다’며 격려까지 하더라”는 김 지부장은 한 가정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불교계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는 쌍용차 뿐 아니라 많은 기업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입니다. 종교가 이들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들어주고, 자비의 마음으로 보듬어 주길 부탁합니다. 그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함께 해 준다면 우리 사회도 밝아질 겁니다.”

“해고는 살인이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 일터를 잃는 것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의 문제이고 우리 사회의 문제다. 종교로서 불교가 그들에게 일터를 마련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손을 따스하게 잡아준다면, 그들은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소외된 사람에게 이해관계를 떠나 손을 내미는 마음, 그것이 바로 부처님의 마음이다.

[불교신문 3295호/2017년5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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