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가 바라보는 차별없는 세상/ 이주민 김현수 씨

베트남에서 온 11년차 ‘주부’
처음 한국서 외로웠던 기억에
다문화가족 자원봉사자로 나서…
대학서 사회복지학 공부하며
차별없는 사회 만들기에 앞장

광주 길상사에서 만난 김현수 씨는 억척스런 11년차 주부이면서, 다문화가정 돌보미를 자처하는 예비 사회복지사다.

“한국의 봄 날은 마치 부처님 마음과 같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온 천지에 생명이 살아나는 것을 보면 매일매일 부처님을 만나는 듯 합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모두의 마음과 가정에 부처님의 온화한 미소가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빛고을 광주에 거주하는 김현수(33세, Gip Nguy?t V?n) 씨는 베트남에서 온 11년차 주부이다. 지난해에도 혹독한 한국의 추운 겨울을 보냈다. 현수씨는 언제부턴가 겨울이 추우면 추울수록 부처님오신날을 손꼽아 보곤 한다. 부처님오신날이면 따뜻한 봄날이 오기 때문이다.

그녀의 고향은 베트남 남부, 수도 하노이에서 자동차로 3시간을 더 가야하는 동 나이(??ng Nai)이다. 이곳은 열대우림지역으로 한국의 겨울은 여전히 낮설다. 2006년, 고등학교를 마치고 한국인 남편을 만나 광주에 왔다.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광주에 베트남인이 많지 않았어요. 한국은 정말 머나 먼 나라였어요. 말도 통하지 않았고, 가장 힘든 것은 ‘외로움’이었어요”
그러나 김 씨를 더 힘들게 한 것은 한국의 문화였다. 엄격한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겪은 시집살이는 우울증까지 오게 했다. 그래도 남편의 아내 사랑과 시아버지의 며느리 사랑을 받으며 ‘잘 될거야’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베트남은 불교인이 70%로 불교국가나 다름없지만 종교를 갖지 않았어요. 그런데 한국에서 외로움으로 힘들어하던 중 광주 길상사에 베트남인들이 모인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정작 한국에 와서 불교를 만났어요.”

길상사에서 운영하는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와 인연을 맺은 것이다. 그후 김현수 씨는 길상사에서 베트남 이주민들의 법회인 원오도량 법회를 개설하는데 적극 동참했다. 요즘들어 김 씨는 틈만 나면 길상사를 찾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5월 7일 길상사에서 열리는 원오도량 법회 준비로 바쁘다.

이제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의 학부모가 되어 한국주부의 억척도 부리는 김 씨는 다문화가정을 위해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 이주민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와 의료복지이다. 한국말이 서투른 다문화가족들은 사소한 일도 언어소통이 되지 않아 불리한 일을 겪는 일이 허다하다. 또한 불법 체류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고 이들은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저기 어려움을 호소하는 다문화가족이 많습니다. 사실 시부모와 남편 공양하랴 아이들 보살피랴 하루가 부족해요. 그래도 다문화가족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어떻게 하든 도우려 힘쓰고 있습니다.”
전남과학대 복지학과(3년)에서 복지를 전공하고 있는 김현수 씨는 다문화가족들의 어려움이 있으면 우선 달려간다. 그녀도 처음 한국에 와서 어려울 때마다 주위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는 작은 꿈이 하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문화가족에게 힘이 되는 복지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만물이 다 부처라고 하셨습니다. 세상은 나와 너로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인 것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더불어함께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김 씨가 길상사에 밝힌 연등이 유난히 밝아 보인다.

[불교신문 3295호/2017년5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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