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부처님오신날’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불자들의 숙원이었던 과제가 하나 해결됐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당시 정부에서 공휴일의 명칭을 ‘석가탄신일’로 정하면서 교계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 지금껏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당시에는 한자로 명칭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또한 이웃 종교와의 형평성을 맞춘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불자들은 공휴일의 명칭을 순수한 우리말로 부를 수 있는 ‘부처님오신날’로 선호하고 있고, 교계의 각 종단에서도 이러한 명칭으로의 개정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계에서는 1960년대부터 ‘부처님오신날’을 공식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련 부서에서는 지금까지도 공휴일의 명칭을 변경해 주지 않고 있다. 공휴일 명칭 개정 문제는 관련 부처의 제안으로 국무회의에서 의결을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호칭이나 명칭은 당사자가 사용하거나 선호하는 대로 불러주는 것이 동서고금의 일반적인 예의이며 문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자들은 정부 관련부서에서 명칭 변경에 부정적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 주지 않고 있어서 더욱 답답해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는 교계에서 명칭변경을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요구하지 못한 점도 작용하고 있다. 

교계에서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석가탄신일’은 당시 불자들이 요구하는 명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공휴일 명칭은 한자어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공휴일로 지정하는 과정도 소송을 통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당시 관련부서에서는 교계의 요구보다는 자신들의 관점에서 명칭을 정했다. 때문에 모든 불자들이 원하고 있다면 공휴일의 명칭은 변경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부처님오신날은 전국의 모든 사찰과 불자들이 현재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교계의 관습과 문화를 존중해 명칭을 변경해 주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문화는 변화하는 것이며, 공휴일의 명칭도 절대적으로 바꾸기 어려운 일도 아니다. 국무회의 개정만으로 명칭을 변경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무를 회피하는 것은 행정기관의 바람직한 자세라고 할 수 없다.

셋째, 부처님오신날의 공휴일 명칭을 변경한다고 해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거나 비용이 지불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적극적으로 교계의 의견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명칭 변경에 대한 요구는 순수하게 불자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다.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교계의 숙원사업인 공휴일 명칭 변경 문제 하나라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길 기대한다.

[불교신문3294호/2017년4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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