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을 이끄는 네 가지 악기로 

예불하기 전에 법고 먼저 치고 

범종 목어 운판을 차례로 치지 

할아버지 절에는 ‘사물’이라는 것이 있다는데 무엇인지 궁금해요.

사물은 절에서 치는 네 가지 물건이라는 말이야. 법고, 범종, 목어, 운판을 가리키는데 불교 의식을 이끄는 악기란다. 지난번에 범종 얘기는 나눴지? 

불교 의식은 대개 법고라는 큰 북을 치면서 열어. 아침저녁 예불하기 전에 법고를 먼저 치고 그 다음에 범종, 목어, 운판을 차례로 친단다. 법고는 법, ‘참다운 뜻을 널리 알리는 북’이라는 뜻인데, 북소리가 온 누리에 널리 퍼져 온갖 시달림을 떨쳐내고 살아있는 모든 목숨붙이를 깨우치는 악기라는 점에서 범종과 비슷해. 커다란 이 북은 암소와 수소 가죽을 양쪽에 대어 만드는데 지름이 2m에 이르는 커다란 것도 있어. 법고는 커다란 만큼 소리도 우렁차 울림이 깊어. 재료가 나무와 쇠가죽이라서 소나 말과 같은 동물도 일깨우려는 큰 뜻을 담고 있단다. 법고를 칠 때는 북채 두 개로 ‘마음 심(心)’자를 그리면서 두드려요. 마치 군대가 북소리를 듣고 앞으로 나아가듯이 참다운 부처님 가르침이 힘차게 누리에 두루 뻗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장 먼저 북을 치는 것이야. 북 몸통에는 대개 용을 그려 넣는데 용은 부처님을 지키겠다는 뜻을 가진 여덟 신 가운데 하나란다. 

그 다음 사물은 목어인데 목어는 물에 사는 목숨붙이들을 일깨우는 악기야. 용머리에 물고기 몸을 한 목어는 가운데를 파내고 막대기 두 개로 속을 때려 소리를 내. 목어를 가지고 다니기 편리하게 물고기 눈과 입만 남기고 단순하고 작게 깎은 것이 목탁이지. 목어는 사물 가운데서 가장 소리가 작은 편이야. 그렇지만 눈을 뜨고 자는 물고기처럼 늘 스스로를 가다듬고 일깨우려고 한다는 점이 남다르지. 

마지막으로 운판은 구리로 만든 금속판을 두들겨 소리를 내는데 범종보다는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나요. 운판은 구름판이란 말인데 날짐승들을 일깨우고 아우르려고 친단다. 운판에는 뭉게구름 모양이 가장 흔하고, 해와 달이나 보살상이 새겨있어. 중국 송나라 때 절들은 운판을 재를 올리는 당이나 공양간에 매달아 두고 대중들을 모이게 할 때 썼다고도 해. 

[불교신문3294호/2017년4월29일자] 

변택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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