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 기야메 브누아 씨

독실한 불자인 프랑스인 기야메 브누아 경희대 국제교육원 객원교수의 신행활동이 불교계에 귀감이 되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지난 4월11일 방문한 자신의 재적사찰 서울 연화사에서 합장을 하고 모습에 어색함이 없다.

한국이 좋아 정착한지 10년
한국인 아내와 불자로 살아

서울 연화사 재적사찰 삼아
참선 등 신행활동도 열심히

“무심선원 도반들과 수행정진
삶의 큰 활력 얻고 있어 만족”

‘한국불교의 세계화’는 불교계의 오랜 화두다. 그 동안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을 필두로 전통불교문화를 앞세워 세계 곳곳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간화선을 비롯한 한국불교의 수행은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척박한 마음을 적시는 감로수로 호평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 머물며 한국불교의 매력에 푹 빠져 참선과 사경 등 남다른 신행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눈 푸른 외국인 불자가 있어 주목된다. 국내 정착한지 올해로 10년 된 프랑스인 기야메 브누아(Guillamet Benoit, 35) 경희대 국제교육원 객원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경희대 유학시절 전국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할 정도로 한국어가 유창한 그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우리나라를 ‘제2의 모국’으로 삼아 수처작주(隨處作主)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불제자다.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경희대와 맞닿아 있는 서울 연화사에서 브누아 교수를 만났다.

지난 4월11일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준비로 여념이 없는 서울 연화사. 경내를 장엄한 형형색색 연등이 걸려 있는 법당 앞에서 낯선 외국인이 익숙한 모습으로 두 손을 모아 연화사 주지 장명스님에게 합장을 건 낸다. 스님 역시 “어서 오세요”라며 여느 신도를 대하듯 반갑게 맞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기야메 브누아 경희대 국제교육원 객원교수의 재적사찰로 거리도 가까운 만큼 시간 날 때마다 들르는 휴식처다. 때문에 주지 스님은 물론 종무원, 신도들에게 있어 그는 더 이상 외국인이 아니라 신심 깊은 청년 불자일 뿐이다.

브누아 교수의 고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큰 작전이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유명한 프랑스 서북부의 노르망디다. 이곳에서 태어나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불교는커녕 한국 등 아시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다 프랑스에 유학 온 한국 학생들과 친분을 쌓으며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난 2003년 여름방학을 맞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고 한다.

“유럽과 다른 독특한 한국의 풍경과 문화에 매료됐다”는 그는 프랑스에서 전공인 유기화학으로 석사를 마쳤음에도 2007년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경희대 국제교육원에서 한국어 교육학으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두 차례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이곳에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후 본격적으로 유학을 준비하게 됐다”면서 “프랑스에서의 25년을 뒤로하고 시도한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한국문화를 조금씩 받아들이며 충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낯선 땅에서 시작한 유학생활 만큼 불교와의 만남도 브누아 교수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불교신자였던 한국어 선생님을 따라 경주 석굴암에서의 하룻밤은 그를 불제자로 만든 계기가 됐다. “석굴암을 직접 보며 서양에서는 느껴본 적 없는 신비스러움을 느꼈어요. 또한 불교에 대해서 설명해 준 스님의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워서 불교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죠. 하지만 당시 한국말이 서툴러 일부만 이해할 수 있어 제대로 한국어를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이처럼 불교에 대한 호기심은 한국어 공부에 매진하는 작은 계기가 됐다. 급기야 2008년 경희대 국제교육원 주최로 열린 제11회 전국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당시 ‘한국에 푹 빠졌어요'라는 제목으로 한국인의 정(情)을 실감나게 전했다는 그는 “한국은 한마디로 활발하고 안전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국민이 있는 나라”라며 “프랑스와 달리 한국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정”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모르는 우리나라 속담이 없고 나이를 묻는 질문엔 “82년, 개띠”라고 답하는 등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나오는 어느 외국인보다 한국어가 유창하다. 여기엔 프랑스에서 한국유학을 준비하면서 만나 지난해 결혼한 한국인 아내의 역할도 한몫을 했다.

이어 브누아 교수의 본격적인 신행활동은 2015년 경희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학생들에게 불어를 가르치던 가운데 우연히 찾은 연화사에서 시작됐다. 당시 연화사 경내에 북카페 ‘풍경과 마음’이 문을 열었는데, 그는 이곳에서 차도 마시고 공부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학교 인근에 있는 연화사에 매일 들르면서 스님들에게 인사하며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친해지게 됐다”면서 “이를 계기로 참선 등 불교수행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브누아 교수는 스님들의 권유로 연화사 무심선원에서 운영하는 참선수업에 동참하며 불교신행의 또 다른 매력에 빠져들었다. 간화선은 물론 사경, 간경, 염불 등 일반인들도 생소할법한 수행법도 낯설지 않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아내 역시 신행활동을 함께하는 도반이다. 그는 “수행 등을 통해 불교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나의 마음을 드려다 보는 법을 배우게 됐다”면서 “이를 통해 스트레스도 많이 줄어드는 등 아내를 비롯한 여러 도반들과 즐겁게 수행하며 삶에 큰 활력을 얻고 있다”고 불자로서 소회를 전했다.

 

기야메 브누아 경희대 국제교육원 객원교수는 사찰에서 진행하는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며 수행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제8교구본사 직지사에서 사경수행에 빠져 있는 브누아 교수.

“경전독송에서 참선, 사경까지 수행은 내 일상”

브누아 교수의 수행이야기 

참선과 사경 등 불교수행에 매료돼 신행활동에 열정을 보이고 있는 기야메 브누아 경희대 국제교육원 객원교수에게 “왜 불교가 좋은가”라고 물었다. 이에 그는 “스님들에게 불교수행은 마음공부라고 배웠다”면서 “정말 수행을 할수록 내 마음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알아보는 법과 부끄러움 없이 어떻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지를 조금씩 배울 수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자신의 수행담을 설명하는 유창한 한국어 실력보다 짧은 시간 동안 불교의 참맛을 맛본 듯 한 그의 진지한 표정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와 더불어 브누아 교수는 서울 연화사에서 참선 정진은 물론 현재 살고 있는 군포에서 경희대까지 매일 아침 출근길에 <금강경>을 독송한다. 아직 경전에 담겨 있는 심오한 뜻은 몰라도 독송하는 그 자체로 참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지하철에서 경전을 읽는 풍경도 낯설뿐더러 그것도 당사자가 외국인이라면 다른 승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지하철에서 가끔 옆자리에 계신 분들이 ‘무엇을 읽고 있냐고, 왜 읽냐고’ 물어보곤 해요. 그러면 그냥 좋아서 읽는다고 하죠. 대부분이 경전인지도 모르고 있고, 나 역시도 경전에 담긴 깊은 뜻은 모르니까 ‘궁금하면 스님에게 물어보라’라고 해요. 외국인이 성경이 아닌 불교 책을 보고 있으니 신기하긴 하겠죠. 하지만 <금강경>을 독송하고 참선을 하면 더욱 집중이 되는 것 같아 내겐 하루에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됐어요.”

브누아 교수는 연화사 외에도 영축총림 통도사, 고불총림 백양사, 제8교구본사 직지사, 제13교구본사 쌍계사, 김천 청암사 등에서 진행하는 템플스테이에 동참하며 불교문화를 만끽했다. 특히 이곳에서 참선은 물론 사경을 하며 수행을 이어나갔다. 그는 “경전 구절 한자 한자 써내려가는 동안 다른 생각을 잠시 멈추고 집중할 수 있는 사경은 참선과 다른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수행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줄면서 건강도 좋아진 것 같다”는 브누아 교수는 한국에 와서 즐겼던 소주도 요즘은 거의 끊었다고 한다. 그 빈자리를 도반과 함께 때로는 홀로 하는 신행활동으로 메우고 있다. 그는 “마음공부는 지식을 버리고 모든 것을 지혜로 헤아려야 한다는 지도법사 스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시간 날 때마다 수행하고 있다”면서 “아직 불교에 대해 모르는 것도 배울 것도 만큼 오래 한국에 살면서 아직 접하지 못한 불교의 매력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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