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안산 단원고 제자들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기간제 교사를 순직자로 인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초원 이지혜 두 교사는 세월호에 제자들과 승선했다가 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을 구하다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제자들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버리고 참 스승의 길을 걸은 두 분 스승은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다. 정식 교사가 아닌 기간제 즉 비정규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두 분의 숭고한 희생은 고귀했지만 우리의 법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조계종을 비롯해 많은 민간단체가 부모들과 함께 순직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청하고 법에 호소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마침내 문재인 대통령이 나섬으로써 지난 3년간의 지루하고 답답했던 갈등이 마무리 될 수 있게 됐다. 대통령은 “공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한 공직자의 경우 정규직, 비정규직 등 신분과 관계없이 순직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며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두 분의 순직을 인정함으로써 스승에 대한 국가적 예우를 다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극히 당연한 처사에 국민들은 감동하고 환호했다. 혹자는 정부가 순직을 인정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법에 규정된 것인데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규정이 무시된다면 이 또한 잘못이라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이러한 비판 역시 타당하다. 그러나 국가의 법과 행정체계는 사람을 보호하고 평안케 하는데 목적이 있지 법 그 자체를 지키는데 가치를 두어서는 안된다. 그러한 점에서 대통령의 지시는 정부가 규정에 얽매여 숭고한 희생정신을 헛되이 해서는 안된다는 상식과 원칙을 되새긴 지극히 당연한 조치다. 

국민들 역시 정부는 사람의 신분이 아니라 그 행위에 초점을 맞춰서 행정을 펼쳐야한다는 생각을 갖기에 대통령의 지지에 환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는 ‘하늘 위 하늘 아래 가장 고귀한 것이 생명’이라고 설파하신 부처님 가르침과 정확히 일치한다. 생명가진 모든 존재는 고귀하기 때문에 그 가치 역시 평등하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부처님께서는 인종 종교 신분 성별로 인해 차별받아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바라문들이 자신들이 가장 귀하고 최고의 존재라고 내세울 때 부처님께서는 사람은 모두 평등하며 오직 구별되는 것은 업 즉 스스로의 행위에 의한 것이지 결코 계급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교사의 신분이 아니라 행위에 따라 예우를 갖춰야한다는 대통령의 지시를 불교 역시 두 손 벌려 환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처님의 생명존중, 평등 주의를 숭상하는 우리 종단은 일찌감치 두 분 교사를 순직으로 인정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며 가족들과 함께 전국을 돌며 그 당위성을 알려왔다. 그간 종단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소중한 걸음이 되기를 기원한다.

[불교신문3298호/2017년5월20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