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원효성사(聖師)가 탄생한지 1400주년이 되는 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성사는 우리 민족이 낳은 최고의 사상가며 수행과 삶이 일치했던 스승이었다. 우리나라는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찬란한 문화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독창적 사상이 없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 예외가 딱 하나 있으니 바로 원효성사다. 

원효성사가 금강삼매경을 해설하고 독창적 체계를 세운 <금강삼매경론>은 인도의 마명 용수 등과 같은 ‘논’의 반열에 올라선 역작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경(經)과 교단의 규율이 담긴 율(律), 후세 제자들이 경에 해석을 붙인 론(論) 이 셋을 가리켜 부처님의 가르침인 삼장(三藏)으로 부르며 받드는데, 중국의 불교 사상가들이 <금강삼매경론>을 그 반열에 올렸다. 원효성사가 정립한 ‘화쟁’ ‘일심’ 사상은 신라는 물론 고려시대 불교 고승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끼쳐 오늘날까지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다. 성사는 특정 교학에 매몰되지 않고 화엄 반야와 정토 유식 분야까지 모두 섭렵하고 회통해 하나의 사상체계를 세우고 일체의 차별과 걸림에서 벗어난 ‘이 땅에 온 부처’였다. 

다행히 저술 20부 22권이 지금껏 전해와 일본 중국은 물론 독일 등 유럽에까지 성사를 연구하는 학자가 나와 한국불교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교단은 원효를 평가하고 사상을 계승하는데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파계승이라는 겉모습과 문자를 멀리하는 수행 풍토가 낳은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우리 종단이 몇 년 전부터 원효의 화쟁사상을 계승해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해결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갈등과 분열에 지친 국민들은 이제 차별 없고 화합된 세상을 갈망하고 있다. 원효성사는 신분 구분이 엄격했던 신라시대에 “중생의 마음은 원융하여 걸림이 없는 것이니, 태연하기가 허공과 같고 잠잠하기가 오히려 바다와 같으므로 평등하여 차별상(差別相)이 없다”고 일갈하였으니 차별 없는 사회로 나아가려는 우리가 반드시 받들어야할 가르침이다. 

평화와 평등 화합이 화두로 등장한 이 때 제21회 만해평화대상 수상자로 정치 성향, 종교, 종파 상관없이 전쟁터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는 시리아 국제구호단체 ‘하얀 헬멧’이 선정됐다. ‘하얀 헬멧’의 실천행이 곧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사상체계를 세우고 몸소 실천했던 원효의 가르침이다. 그런 점에서 ‘하얀 헬멧’은 우리 교계도 본받아야할 단체이며 원효 성사 탄신 1400주년이 진정 의미가 있으려면 학술행사로 끝나지 않고 그 분의 가르침을 사회로 확장하는데 까지 나아가야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버금가는 논설로 인정받은 성사의 사상은 오늘날 차별과 분열에 지친 대한민국을 치유하고 화합하는데 가장 알맞는 최상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불교신문3299호/2017년5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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