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첫걸음…우리사회 생명평화 염원

“오늘의 이 아픔과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윤과 성장보다 사람이 우선인 사회, 생명이 우선인 사회로 전환될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며 기도합니다. 온 나라가 생명과 평화, 기쁨과 행복의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기도합니다.”

우리사회가 생명평화의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는 스님과 불자들의 염원이 조계사에 울려 퍼졌다. ‘한반도 생명평화를 기원하는 걷기명상’ 참가자들의 ‘세월호, 두 번째 기적을 꿈꾸는 참회와 서원의 기도’였다.

오늘(5월23일) 200회차를 맞은 생명평화 걷기명상 참가자들은 ‘대화합시다. 함께 삽시다’, ‘사람이 우선인 사회, 생명이 우선이 사회 간절히 염원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걸음을 내딛었다. 2013년 첫 걸음을 시작할 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걷기명상에 이어 다시 조계사에 함께 모여 소감을 나누며 200회차 걷기명상을 자축하기도 했다.

생명평화 걷기명상은 남북관계가 경색으로 치달았던 지난 2013년 5월14일 평화로운 한반도 공동체를 염원하며 첫 발을 내딛었다. 매주 화요일 낮 12시 조계사 생명평화법당 앞에서 출발해 안국동사거리, 수송공원, 삼봉로를 지나 다시 조계사까지 묵언으로 걷기명상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는 발원으로 묵묵히 걸어 온 발걸음이었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와 출·재가모임 붓다로살자 등 교계 시민사회 주도로 시작해 그동안 많게는 100여 명, 적게는 5명 정도가 참가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해 종단 집행부 스님들도 걷기명상에 동참해 힘을 보태기도 했다. 동참 인원의 많고 적음을 떠나 참가자들은 꾸준히 조계사 주변을 걸으며 우리사회의 생명평화를 염원했다.

참가자들이 묵언으로 조계사 일원을 걷는 걷기명상의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피켓을 들고 행진하거나 소리 높여 주장하는 집회가 아닌 묵언으로 걷기명상을 통해 평화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도의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남북관계 악화를 계기로 시작한 걷기명상이지만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걷기명상 주제는 탄력적으로 변화해왔다. 지난 2013년 1회차부터 이날 200회차까지 장시간 걷기명상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도 이 때문이었다.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에 접어들었던 초창기 남북대화를 주장하며 ‘대화합시다. 함께 삽시다!’를 주제로 내세웠다. 남북화해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이 인력 철수와 폐쇄 위기에 놓였을 당시에는 교계 시민사회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함께 개성공단 정상화를 발원하기도 했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며 파업을 주도했던 철도노조 집행부가 조계사로 피신했을 때는 주제를 철도파업 평화적 해결로 변경해 원불교 사회개혁교무단 등 이웃종교계와 시민사회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걷기명상을 진행해 왔다.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촉구 밀양 송전탑 문제 해결 등도 걷기명상의 주요 주제들이었다.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은 “걷기명상은 종단적으로 추진하는 신행혁신 운동의 한 모습이다. 걷기명상에 참여하는 이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며 “생명들이 안전하게, 생명들의 삶이 평화롭게 하기 위해 부처님께서는 일생을 바쳤다. 부처님 제자인 우리들도 이를 내 삶으로 가꾸고 생명평화가 온 사회를 덮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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