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칠불좌상을 3D-CT로 촬영한 사진. 사진 왼쪽이 정면, 오른쪽이 측면

 

인체 촬영 3D-CT 불상 첫 적용

실상사 건칠불, 원형 모습 확인

얼굴 형태, 조성 시기 등 밝혀져

 

개금층 제거, 불상 해체 않고도

복장물 성분 및 구조 파악 가능

 

남원 실상사 건칠불서 고려시대 <대반야바라밀다경>이 나왔다. 유례가 드문 건칠불(흙으로 만든 불상에 옻칠과 삼베를 반복해 붙인 불상)서 발견된 데다, 도토리 물을 들인 종이에 은니로 사경해 종이를 일정한 폭으로 접은 절첩장 형태 경전은 국내 4점만 남아있어 그 희소 가치가 높은 보물이라는 평가다. 인체에만 사용하던 3D-CT를 활용해 비파괴‧비접촉 방식으로 훼손 없이 불상을 조사한 국내 첫 사례기도 하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오늘(5월24일) 실상사 건칠불좌상과 건칠보살입상에 대한 3D-CT 촬영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건칠불좌상 머리 부분에서 고려시대 조성된 <대반야바라밀다경> 1첩이 발견됐다. 발견된 경전은 <대반야바라밀다경> 전체 600권 중 제396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권말제(卷末題) 다음에 “이장계(李長桂)와 그의 처 이씨(李氏)가 시주하였다”는 기록이 있어 선친의 명복과 집안의 재액을 물리치기 위해 조성된 고려시대 사경으로 판단된다.

극락전 건칠불좌상, 보광전 건칠보살입상.
3D-CT 촬영 영상, 접힌 상태의 경전.
'상지은니대반야바라밀다경'.

인체 내부를 단층으로 연속 촬영해 3D데이터를 만드는 의료 장비인 3D-CT를 불상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번 조사로 여러 차례 개금을 거치며 변형돼 육안과 X선 촬영만으론 알 수 없었던 불상 원형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으며, 두 불상이 동일한 양식으로 조성됐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3차원 영상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비교한 결과, 둥그스름한 이마와 턱, 콧날과 입술모양 등 두 불상의 얼굴 형태가 매우 유사하고 동시에 조성된 삼존불임이 확인됐다.

임석규 불교문화재연구소 유적연구실장은 “실상사 건칠불상은 한국에 현존하는 건칠불 중에서도 삼존불 형식으로 전해지는 유일한 예이며, 입상형식으로 제작된 보살상은 실상사 건칠보살입상이 유일해 그 가치가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사적 사료가 전하지 않고 육안으로 쉽게 판단할 수 없던 몇 가지 의문점들이 있어왔다”며 “이번 조사로 불상을 해체하지 않고도 금박층 아래 감춰져 있던 불상의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이번에 수습된 ‘대반야경’은 송일기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감정 결과 국가지정문화재급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소는 보물 지정 신청과 더불어 연구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불교문화재연구소장 제정스님은 “3D-CT 촬영은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불교 성보를 수리하고 복원하는 작업에 앞서 그 원형과 보존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성보의 훼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이번 조사는 개금으로 변형된 불상 표면의 개금층을 제거하지 않고도 그 원형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불교문화재연구소는 2003년부터 불교 성보를 해체하지 않고도 그 원형 및 제작기법 등을 확인하기 위해 비파괴조사 방식의 광학조사를 시도해온 바 있다.

건칠불좌상 내부 복장물(경전 글자).
포항 성모병원 3D-CT 촬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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